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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여행이야기

똘레도(Toledo)

 


똘레도(Toledo)


2019년 10월 25일


숙소에서 준비해 준 도시락을 들고 일찌감치 나섰다.

솔역에서 3호선을 타고 Legazpi역까지 가서 다시 6호선으로 환승하여 Eliptica역까지 갔다.

똘레도 가는 알사버스는 Eliptica터미널에서 타는데,역에 내려서도 승강장 표시를 잘 찾아 가야만 했다.

  

자동판매시스템을 이용해 왕복표를 끊었다.

데스크에 멀쩡이 사람이 앉아 있는데도 자동판매기를 가리켰는데,표를 끊고나면 별거 아닌데도 낯선 환경에서 기계를 이용하려면 뭘 잘못 누를까 싶어 좀 불안하다.


똘레도까지는 한시간이 걸렸다.

구시가지로 들어가기 전,일단은 배부터 채우는게 급선무라 bar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숙소에서 챙겨준 빵을 꺼내놓고 아침을 해결했다. 

속도 채웠겠다.이제 본격적으로 똘레도 여행을 시작해 볼까?


몇걸음 옮기지도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도시의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투박한 성곽길을 따라 아치형의 문을 통해 시가지로 들어가는데,천년의 세월이 주는 묵직함이 훅 느껴졌다.       


마침 아침햇살이 도시위로 내려앉았다.

도시는 붉은 기운이 돌아 더욱 고풍스러운 맛이 났다.  




이윽고 도착한 대성당..

무려 320년 동안 건설했다고 하는데,성당안에 예배당만 22개나 있다.

아직 문을 안열어 대성당을 뒤로하고 정처없이 골목길을 쏘다녔다. 

 



미로처럼 얽혀있는 골목을 돌아다니다 길을 잃어도 좋았다.

한적한 스페인의 골목길을 내가 언제 또 와보려나 싶어 더 쑤시고 돌아쳤다.

천년이란 세월의 발자취를 따라 마냥 걷게 되는것이 바로 똘레도의 마력이었다.  





걷다보니 대성당의 주변을 계속 맴돌고 있었는데,왔던길도 까먹고 어디가 어딘지 몰라 헷갈리기도 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다시 되돌아 나오면 그만이었고,또 다른 골목을 탐닉하면 그만이었다.



똘레도는 이슬람교.그리스도교,유대교도 등이 번갈아 지배했던 곳이라 골목길을 걸으며 그 다양한 문화의 잔재를 찾아보는것도 큰 묘미라 했는데,보는 눈이 젬병이라 그냥 발길따라 걷기만 했다.




세르반테스가 쓴 소설`돈키호테`의 고향이 이곳이라 그런지,다양한 종류의 칼과 각종 피규어들을 파는 상점이 특히 많았다. 

입구마다 중세시대 기사 복장을 한 조형물도 하나씩 세워져 있었다. 








성당 맞은편에서 입장권(10유로)을 끊고 드디어 성당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본당 중앙에 있는 성가대석이 시선을 끌었는데,정말이지 섬세함의 극치였다.

의자는 호두나무로 만들어져 있고,상단으로는 파이프 오르간이 눕혀있었는데,

각각의 의자에는 그라나다의 함락장면을 묘사하여 조각해 놓았다. 



성가대석 앞에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상이 있는데,다른 곳의 성모상과는 달리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어 더 유명하다고 한다.

볼수록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고,그 자애로움이 가슴 가득 전달되었다.




이곳에서 특히 눈여겨봐야할 것은 바로크 양식의 화려한 제단과 채광창였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제단에 새겨진 조각상은 살아 움직이는듯 정교했고,

천장에 조각한 인물상들은 자연빛을 받아 마치 후광이 나는것처럼 보였다.

올려다볼수록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황금성서





역대 대주교들의 초상화들을 순서대로 나열해 놓은 방도 있었는데,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스페인은 전 세계 카톨릭 국가중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추기경이 가장 많은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스페인은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카톨릭 국가였다.




한참을 헤매다 드디어 엘그레코의 작품이 있는 성물실을 찾았다.

어마어마한 대형 천장화는 양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 지오르다노가 그린것으로 천장에 매달려 10년에 걸쳐 그림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 아래 대리석 제단위에 바로 똘레도 대성당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엘 그레코`의 작품 `그리스도의 옷을 벗김`이란 그림이 있었는데,사람들로 가장 붐볐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병사들이 옷을 벗기려고 하는 장면을 묘사했는데,

주변의 사악한 표정의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평온한 예수님의 표정을 보는게 그림의 포인트였다.  

 똘레도는 크레타 섬 출신의 화가 `엘 그레코`가 이탈리아 생활을 청산하고 남은 여생을 보낸 곳이었다. 

사실 난,`엘 그레코`란 이름도 이곳에 와서야 처음 들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게 맞았다.

그림이 품고 있을 역사와 이야기까지는 알 수가 없어 답답할 뿐이었다.    



본당 보물실에는 성체 현시대가 보관되어 있었는데,이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보물 중 하나였다.

예수의 성체를 넣어 헌시하는 용기로 콜롬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져온것인데,

일년에 딱 한번 세상 구경을 한다고 한다.  

5000개의 금은보석으로 만들어져 무게가 무려 180kg에 달한다고 한다.






공사중이라 아쉽게도 첨탑까지는 올라갈 수 없었다.

성당을 나오니,골목은 아주 번화해졌다.

멋스럽게 생긴 거리의 악사가 골목의 분위기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 주었다.  







좁은 골목으로 자동차와 사람들이 공존하며 오갔다.

어떤 곳은 몸을 담벼락에 바짝 붙여 서있어야 했다.

이 또한 골목의 재밌는 묘미 중 하나였는데,고맙다는 인사의 손짓하나로도 마음이 훈훈해졌다.



골목을 빠져나와 타호강변을 따라 걸었다.

강건너로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아주 가파른 길이 보였는데,걸어서 전망대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은 단번에 접고 꼬마기차(소코트랜)을 이용하기로 했다. 



로마가 똘레도에 병영기지를 세웠을때 동쪽의 유일한 통로로 이용되었던 아주 역사적인 다리 알칸다라 다리가 나타났다.

알칸다라는 아랍어로 `교량`이라는 뜻인데,타호강의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다리라 한다.

 꼬마기차를 타려면 이 다리를 건너면 안되었다.

구시가지 밖으로 나가는 길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사람들이 가라는 방향으로만 갔는데,

 다리를 건너 한참을 내려가서야 잘못된 길임을 알아챘다.

정확하게 `소꼬뜨랜`이라고 물어봤어야 했는데,`뜨랜`을 강조하였더니 글쎄 똘레도 기차역을 안내했던 거였다.

다시 언덕배기를 올라갈 생각에 얼마나 좌절했는지..참..

방향감각이 떨어지면 몸이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쏘꼬도베르 광장을 가기위해 다시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들어갔다.

가파른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어 숨을 헐떡거렸다.

엘리베이터가 있다  했는데,도대체 어느 구석에 붙어있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우와~~

똘레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침내 7유로짜리 티켓을 사고 꼬마기차에 올라탔다.

무조건 오른쪽에 앉아야 한다는 정보를 읽은터라 잽싸게 오른쪽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꽂고 한국어로 나오는 주파수를 맞췄다. 



기차를 타고 오르다보니 걸어왔다면 정말 개고생할뻔 했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걷는걸 좋아해도 만만하게 걸어올만한 거리가 아니었다.

오디오에서 나오는 설명을 들으며 편하게 앉아 있으니 좋기는 좋았다.




기차는 똘레도 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스팟에 한번 정차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언덕위에 자리한 구시가지는 그림같았고,

역시나 똘레도의 랜드마크인 대성당과 알카사르가 뾰족하게 우뚝 솟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바퀴 돌고나서 기차는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다.

밥때를 놓친터라 그냥 눈에 띄는 아무 음식점으로 들어가 단품으로 요리 세개를 주문했다.

믹스샐러드,연어 보까디요,그리고 야채볶음..

내가 시킨 연어 샌드위치는 좀 짰는데,연어 위에 올려진 호두가 짠맛을 중화시켜 주었다.




기념으로 똘레도성당이 그려져있는 거울 하나를 샀다.

타일로 만든 기념품들이 정말 많았다.








오감을 만족시켰던 똘레도 여행을 마치고 2시 30분 알사버스를 타고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마드리드의 전철도 솔광장의 풍경도 이젠 익숙해졌다.

숙소로 가는 골목엔 여전히 그 노숙자가 그 자리에 앉아 있고,복권 판매소는 여전히 긴 줄이었다.

바이올린 연주팀은 어제와 똑같은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고, 숙소 현관문도 이젠 버벅대지 않고 한번에 열 수 있게 되었는데,내일이면 마드리드를 떠나 집으로 간다.

낯설었던 도시가 이제 익숙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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