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이야기/산행(2020년~)

설악산(한계령~장수대)

산행일 : 2022년 5월 16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

산행이야기:설악산을 갈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동서울에서 출발하는 버스 좌석표가 딱 한 자리밖에 남지 않았다.살까 말까 할때는 사지말고,먹을까 말까 할때는 먹지말고,갈까 말까 할때는 무조건 가라는 어느 분의 인생교훈이 떠오르며 후다닥 버스예약을 해버린다.

 

한계령에 도착하니 차원 다른 상쾌한 바람과 공기가 온 몸을 훑는다.

아,바로 이 맛이야.

늘 오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긴 산행 부담스럽고 교통편도 신경쓰여 선뜻 나서지 못하는 곳인데,막상 한계령에 올라서니 두려움은 사라지고 기대와 설레임 뿐이다.

오늘도 습관처럼 바위 꼭대기에 올라 구불구불 돌아가는 한계령을 내려다보며 뿌듯해한다.

 

 

 

얼마간 헥헥거리며 오르니 중청 대청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는데,

이곳은 이제사 봄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1시간 10분만에 한계삼거리 도착하여 진달래 꽃길 보고싶은 마음에 숨도 안돌리고 왼편으로 꺾는다.

 

 

 

공룡능선 한눈에 들어오니 저기 어딘가에 피어있을 산솜다리와 금강봄맞이를 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쿵쾅거리고,

저만치에 털진달래 꽃길 펼쳐지니 막 흥분되기 시작한다.

 

 

 

드디어 꽃길 속으로 들어왔다.

몇번이고 보고 또 봐왔던 풍경이지만,여전히 아름다워 망연히 바라본다.

 

 

 

사나흘 전이면 참 좋았겠다.

절정의 시기를 지나서 전체적으로 색이 좀 어두워졌지만,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볼만은 하다.

어제부로 봄철 산불조심기간이 끝나 오늘에야 길을 열어줬으니 할 수 없지. 

 

 

 

가장 밀집도 높은 구간에 진입하며 완전 신나서 와아~와아~

공감해 줄 친구라도 있었으면 쌩난리였을텐데,최대한 절제하며 꽃밭 한가운데서 멍때린다.

 

 

 

저 분들은 아예 길 한켠에 자리잡고 드러누우셨다.

 

 

 

오기 전엔 늘 망설여지고 두렵지만,막상 또 이렇게 설악의 품에 들면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다.

길은 거칠어도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과 마주할때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함이 감정을 건드린다.

이 공기와 바람마저도 특별하기에 더욱 꼭꼭 새기며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귀떼기청봉을 오를때까지는 주걱봉과 가리산을 줄곧 왼편에 두고,오른편으로는 공룡능선을 드게 되는데,

털진달래가 색을 더해주니 더욱 존재감이 빛난다.

 

 

 

가장 시선을 압도하는 구간.

침엽수림 사이로 낮게 깔린 털진달래와 아득하게 그려지는 산마루금은 언제봐도 일품이다.

먼 산 보고 있노라면 아직도 못 가본 곳 천지다.

주걱봉도 가리봉도 용아장성도 아직이다.

 

 

 

나이들수록 점점 홀로 걷는 길이 망설여진다.

가다가 다리라도 삐긋하면? 예상치 못한 일을 마주하면? 멧돼지를 만나면? 

별의별 신경을 다 쓰며 핑계꺼리를 찾다가 결국엔 또 이렇게 저지르고 설악의 능선위에 서있다.

하고 싶으면,그냥 이렇게 하면 되는거였다.

 

  

 

귀때기청봉에 올라서니 바람이 강하게 몰아친다.

서둘러 봉우리를 내려서며 대승령으로 향한다.

오늘은 무조건 장수대로 고고씽이다.

한계령에서 동서울로 가는 버스편이 코로나로 인해 아주 좋지 않다.하루 딱 다섯대(9:40 11:10 11:55 13:40 16:50)

늦어도 다섯시 정도까지 장수대에 도착하면 되니 그런대로 시간이 여유로운 편이다.

 

 

 

산사면을 흘러내리는 분홍물결을 계속하여 눈에 넣으며 너덜길을 내려선다.

노랑만병초 피는 포인트를 눈여겨 두면서..

 

 

 

조금은 지루한 길,파란배낭 산객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길을 이어간다.

 

 

 

고산은 고산이다.

설악은 이제야 연둣빛 새순이 막 올라오기 시작했고 땅가까이 피는 야생화들도 이제사 우후죽순으로 피어나고 있다.

나도개감채,금강애기나리,나도옥잠화,큰앵초,연영초등등..

두루미꽃과 풀솜대는 아직 꽃대를 올리지도 않았다.

혹시나 참기생꽃이 한송이라도 피었는지 살펴보지만,꽃대는 커녕 잎사귀만 막 올라오고 있다.

6월에 또 와야하나?

 

 

 

이렇게 한갓진 산길에서는 저만치로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만 봐도 큰 힘이 된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걷고 싶은데,걸음이 맞지 않다는게 함정이지만.

결국은 혼자 걷는 길이다.

 

 

 

남으로는 여전히 가리봉과 주걱봉이 거대한 철옹성과 같은 모습으로 우뚝 서있고,

발아래로는 한계령길이 한층 가까워졌다.

 

 

 

숲길과 바윗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숲길 지날때면 폭신하여 걷기는 참 좋다만 조금 흉흉하다는게 흠이다.

뱀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괜히 더 신경쓰인다.

 

 

 

모자를 부여잡고 수직으로 놓여진 가파른 계단을 올라선다.

바람이 장난 아니게 몰아쳐 바위에 앉아 멋진 뷰 바라보며 쉬어가지도 못하겠다. 

 

 

 

또 다시 긴 계단을 올라서며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그 때 그자리에 산솜다리가 피었나? 두리번거려보지만 아직이다.

 

 

 

1408봉

대승령까지 3.2km..

가다보면 가지겠지 뭐..

 

 

 

찾았다,산솜다리!

언제나 남들보다 일찍 피는 성질 급한 꽃들이 있기 마련이다.

혹시나 장백제비꽃도? 하며 찾아보지만,역시나 기척도 없다.

 

 

 

연둣빛 새순이 꽃처럼 피어난 5월의 설악.

지금부턴 장쾌한 풍광 대신 숲속 야생화들을 탐하기 시작한다.

 

 

 

나도옥잠화
큰앵초
나도개감채

숲속 가득 깔려있는 박새군락이 눈을 아주 시원하게 정화시켜 준다.

꽃이 피면 아주 장관이겠다.

 

 

 

연영초

꽃향기를 맡으면 젊어진다니 가까이 코 디밀고 킁킁킁~

한살이라도 젊어진다면야 뭔들~~

꽃잎과 잎이 모두 세장인게 특징이다.

 

 

 

대승령

 

3시..

마침내 대승령에 당도한다.

사과 반쪽 입에 욱여넣으며 한숨 돌린다.

 

 

 

다시 한시간을 더 걸어서야 오늘의 목적지,장수대에 도착하고,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소금을 씻어내고 땀으로 젖은 옷도 갈아입는다.

근데,이 무슨 절묘한 타이밍인지.

갑자기 마른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제법 많은 비를 뿌린다.

일찍 하산하길 천만다행이다.

 

비슷한 시간에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비슷한 시간에 하산한 사람들 넷이 버스정류소 의자에 쪼르르 앉아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이제나 저제나 5시쯤 지난다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적어도 일년에 한번 이상은 대청봉을 오르신다는 70대 어르신이 이러신다.

`앞으로 내 생애 한계령에서 장수대 코스는 없을거다`라고..

서북능선이 초행길이었던 젊은 산객은 또 이런다.

`완전 최악의 코스였다`고.. 

그리고 나는 옆에서 이렇게 속으로 말한다.

6월에 노랑만병초 보러올까? 올가을에 단풍보러 올까? 

'산행이야기 > 산행(202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락산  (0) 2022.09.03
민둥산  (0) 2022.06.26
서리산  (0) 2022.05.09
태백산  (0) 2022.05.06
운길산  (0) 2022.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