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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여행이야기

세고비아(Segovia)



세고비아(Segovia)


2019년 10월 24일


세고비아를 가려면 솔역에서 3호선을 타고 몬꼴로아역으로 가야한다.

거기가 3호선의 종점이자 세고비아를 가는 아반사(avanza)버스를 타는 곳이었다.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교통카드를 사고 10회권 까르네를 충전했다.

마드리드의 교통카드는 한장으로 여럿이 사용할 수 있었는데,한 사람이 통과한 후 카드를 다음 사람에게 건네주면 되었다.

재밌는건 지하철을 내리고 탈때 자동문이 아니라 초록색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리는 구조였다.

 


환승없이 다섯정거장을 가서 moncioa역에 도착해 제1터미널 방향으로 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층 내려가니 바로 아반사버스 부스가 나타났다.

티켓은 왕복으로 끊을 수 있었는데,돌아오는 시간을 정해놓으면 마음이 부산스러울거 같아 편도로 끊었다.

일인당 편도 4.05유로..


1시간쯤 걸려 드디어 세고비아에 도착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중세도시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작고 아담한 `성 미얀` 성당이었는데,12세기에 세워졌다한다.

미사시간 이외에는 출입을 금하고 있다.





초입부터 도시 분위기에 흠뻑 빠져 걷고 있는데,갑자기 눈앞으로 수도교가 딱! 나타났다.오 마이 갓~~!!

실제로 보니 그 규모는 더 어마어마했다.

세고비아 수로는 2단으로 구성된 167개의 아치와 120개의 기둥으로 로마시대에 세워졌다.

접착제없이 지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는데,전 유럽에 걸쳐 수도교를 건설했던 로마 제국이지만,세고비아의 수도교가 원형 그대로 가장 잘 보존된 것이라 한다.




오른편으로 난 계단을 따라 좀 더 높은곳으로 올라가니 더 장관이었다.

끝도 없이 늘어선 아치는 하나의 점을 이루었고,마치 블럭을 쌓아올린듯 아주 반듯반듯했는데, 

이 상태로 2천년이상 이어져 왔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성벽에서 내려다보이는 세고비아는 너무 아름다웠는데,이것은 맛보기에 불과했다.

점점 시야가 넓어지며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는데,정말이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다른 각도에서 수도교를 바라보았다.

단단하고 정교하게 서있는 모습은 2천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만들었고,수도교의 시간은 여전히 중세시대로 멈춰 있었다.










꼬치니요는 태어난지 2~3주된 새끼돼지를 뜻하는데,새끼돼지를 모양 그대로 구워낸다.

꼬치니요의 고장답게 레스토랑 앞에 돼지 모형물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세고비아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고 벼르던 음식 중의 하나라서 찜해두었다.

 



광장으로 다가가니 유독 노란빛을 내는 멋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대성당의 귀부인`이라 불리는 세고비아 대성당이었다.

드레스를 활짝 펼친 듯한 모양을 하고 있어 유럽에서 가장 우아한 성당으로 손꼽는다 한다. 


광장 앞으로는 자그마하게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었는데,사람냄새가 물씬나서 도시 분위기를 더 그럴듯하게 해주었다.


멀찌감치 떨어져 성당을 한눈에 넣으니,왜 모든 성당 중의 여왕이란 별칭이 붙었는지 조금은 알거 같았다.

색감이며 뾰족뾰족한 첨탑들이 정말 기품있어 보였다.



7유로를 주고 성당안으로 들어갔다.

운좋게 기다리는 시간없이 가이드와 함께 첨탑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나선형으로 난 좁은 게단을 돌고 돌아 어느 지점에서 슬라이드를 틀어 성당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역사를 보여주었고,

다시 또 나선형 계단을 올라서며 세고비아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고,그곳에는 다양한 모양의 종탑이 사방으로 매달려 있었다.    








가이드는 각각의 종탑앞에 서서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고,

나는 종탑 너머의 전경에 반해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바람이 꽤 차가웠지만,대성당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더없이 따사로웠다. 













오를때와는 달리 내려올때는 조금 어지러웠다.

계단폭도 좁고 가팔라 조심해야만 했다. 






마침 미사가 열리고 있어 잠깐 앉아있다 나왔다.

만약 내가 나중에 종교를 갖게 된다면 카톨릭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고풍스러운 골목길을 따라 알카사르 성으로 향했다.

단단하게 박힌 돌로 된 바닥과 양쪽으로 이어진 미색의 건물들이 세월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언덕길이라 더욱 옛스러운 느낌이 났다.   





알카사르에 도착했다.

알카사르는 `요새` 또는 `성`이라는 뜻인데,디즈니가 백설공주의 성을 그릴때 이곳을 본땄다고 한다.

성벽아래로 내려가 성을 한눈에 올려다봤어야 했는데,놓친게 후회된다.

어쩐지 많은 사람들이 성벽아래로 줄지어 걸어가고 있었는데,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렇게 꼼꼼히 공부하고 폭풍검색을 하고 갔는데도 결국은 이렇게 놓치고 말았다.

 






다시 골목을 되돌아나오며 마요르 광장으로 향했다.

바로 세고비아 구시가지의 중심이 세고비아 성당이 있는 마요르 광장이었다.

관광객들은 더 많아져 골목안이 더 북적였는데,중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산마르틴 성당은 규모나 외관이 아주 소박해 보이지만,12세기에 세워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이었다.

성당입구의 로마식 기둥과 둥근 아치가 인상적이었다.

성당을 뒤로하고 다시 로마 수도교가 있는 골목으로 내려섰다.

골목 양 옆으로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각종 기념품,그리고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었다.  




새끼돼지를 맛보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오늘의 메뉴`를 주문했다.

근데,꼬치니요(새끼돼지)란 단어를 분명히 확인했는데,메인 요리에 이상한게 나왔다.

두부같이 생긴 모양의 음식과 함께 짭쪼름한 장아찌가 곁들여 나왔는데,돼지 누린내가 심하게 났다.

알고보니,돼지 간이었다.

 꼬치니요(새끼돼지)란 말에 현혹되어 꼬치니요 뒤에 이어지는 `간`이란 단어를 간과한게 문제였다. 

반도 못먹고 접시를 내려니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닌거 같아 좀 미안했지만,어쩔 수 없었다.  


뒤이어 나오는 연어구이는 먹을만 했지만,이곳에 온 목적은 연어구이도 돼지간도 아니었다.

 

기어이 새끼돼지를 더 주문했다.

이번엔 `꼬치니요 아사도`란 단어를 두번 세번 확인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살코기가 씹지 않고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들었던 음식후기는 이랬다.

그러나..

비쥬얼은 익히 들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는데,특유의 돼지 누린내를 극복하지 못하고 포크를 놓아야만 했다.

결국 우리는 점심값으로 56유로나 날린 셈이었는데,그냥 유명하다하니 한번 맛봤다는걸로 만족했다.


다시 수도교 앞에 섰다.

아침과는 달리 햇살이 비추니 더욱 장관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한번더 성벽위로 올랐다.














아반사 버스를 타고 다시 마드리드로 향했다.


창밖으로는 하얗게 설산이 펼쳐져 있었고,버스안은 후텁지근하여 조금 답답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프라도 미술관으로 곧장 가는 노선을 검색하다 두정거장을 더 갔다가 되돌아왔다.

여행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긴장감이 점점 떨어져 머리가 팍팍 잘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다시 솔광장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여전히 거리공연은 활기차 있었다.

어제는 연주만 하더니,오늘은 아가씨 두명까지 나와 아릿따운 목소리로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시벨레스 분수가 있는 중앙우체국까지 걸었다

공항버스를 타는곳이 바로 그 부근에 있어 미리 확인이 필요했다.


시벨레스 광장에서 걸어서 5분거리에 알칼라 문이 있었다.

로마의 개선문을 모티브로 하였는데,스페인 독립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다.





프라도 미술관은 큰 의미없이 외관만 보는걸로 끝냈다.

6시부터는 무료라 했는데,줄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미리 미술관 투어가이드를 신청했음 좋았을뻔 했다. 

어차피 순례길이 주목적이었던지라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숙소로 돌아가 새로운 투숙객 두명과 인사했다.

홀로 여행중인 젊은 처자들이었는데,참 대단해 보였다.

내 젊은 나이엔 비록 기회가 없었지만,지금이라도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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