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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꽃이야기(2020년~)

태백산의 야생화


태백산의 야생화


태백의 정상부엔 아직 진달래가 꽃망울을 맺지도 못했을만큼 스산하지만,땅가까이 피는 야생화들은 그 어느 계절보다 화려하다.

홀로 피어 존재를 드러내기 보다는 여럿이 어우러져 성대하게 꽃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어느 곳엔 샛노란 한계령풀과 보랏빛 얼레지가, 또 어느 곳엔 얼레지와 새파란 현호색이 어우러져 있다.

당골계곡에 터를 잡고 있는 애기괭이밥은 마치 팝콘처럼 발끝으로 흩뿌려져 있고,계곡 주변으로 피어있는 홀아비바람꽃도 더없이 싱그러워 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찌된 일인지 천제단 아래에 있던 흰얼레지는 볼 수가 없었다.

빗방울만 떨어지지 않았음 마냥 머물렀을텐데,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서둘러 내려와 서석으로 향했다.

서석에 도착하니 팔십을 바라보는 아부지에 열세살짜리 환민이까지 온 식구들 밭으로 총출동하여 고추랑 가지 심고 있는데,그 모습을 보니 죄스러운 마음에 낯이 화끈거린다.

돈이 나오는것도 아니고,밥이 나오는것도 아닌데 꼭두새벽부터 나와 하루종일 뺀뺀이 놀다가 어버이날 생색용으로 저녁때 잠깐 들른 꼴이라니..

이런 시누이 뭐가 이쁘다고 올케언니는 나 주려고 방앗간에서 가래떡까지 뽑아놓고,오빠는 귀한 두릅을 한소쿠리나 따다 놓았다.

허리 잔뜩 구부리고 밭에서 내려오신 아부지는 되레 우리더러 서울에서 내려오느라 애썼다 하시는데 그 말이 가슴을 막 후벼판다. 

오늘같은 날은 꽃놀이보다 밭에서 일손 거드는게 백번 천번 이로울걸 그랬다..      


(2020년 5월 5일)


(얼레지)










(한계령풀)







(갈퀴현호색)




(노루귀)






(중의무릇)


(피나물)



(홀아비바람꽃)









(나도개감채)





(애기괭이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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