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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

백두대간 35구간(미시령~한계령)

 

산행일 : 2014년 10월 5일

산행지 : 백두대간 35구간(미시령~한계령)

산행코스 : 미시령-황철봉-저항령-마등봉-마등령-공룡능선-중청-끝청-한계령(산행거리;24km)

산행이야기:드디어 초절정 마의구간 설악산 구간이다.백두대간 36구간 중 가장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가장 험준하기로 이름난곳..늘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던 설악산이 이번만큼은 공포의 설악산으로 다가온다.

 

여느때보다 한시간 일찍 출발한 버스는 1시 30분쯤 미시령에 도착한다.

행여라도 단속직원이 있을까싶어 랜턴도 켜지 않은채 신속하게 철조망을 넘어 숲속으로 스며들고,거친 숲길을 정신없이 기어오른다.

이건뭐,빨치산 훈련하는것도 아니고..짜릿짜릿한 긴장감이 온몸을 자극한다. 

키작은 나무들 사이에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서 약 30여분을 진행하니 울산바위갈림길..

곧이어 말로만 듣던 우리나라에서 손꼽힌다는 너덜겅이 눈앞에 나타난다.

바위크기나 너덜지대의 거리가 얼마나 크고 긴지,서북능선에 있는 귀때기청봉의 너덜바위들은 명함도 못내밀 정도다.

사람키만한 바위들은 끊임없이 나타나고,물기를 머금은데다 바람까지 정신없이 불어대니 여간 힘든게 아니지만,

사방이 뻥뚫린 조망은 최고다.

동으로 속초시내의 야경과 동해바다가 어둠속에서 빛나고,달님은 나의 눈높이에서 환히 빛나고,별님은 바로 머리위에서 반짝인다.

 

그렇게 너덜길을 넘어서 황철봉을 지나고 저항령에 도착한다.

이정표는 따로없고 산객들이 잘 다듬어놓은 평평한 공터가 저항령임을 알린다.   

 

온갖 진을 다 빼고 걸레봉을 오르고 마등봉을 향하여 발길을 재촉한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니,시야가 넓어지면서 울긋불긋한 단풍길이 나타나고 불타는 설악의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의 힘든순간이 단박에 잊혀지는 풍경과 마주한다.

너덜겅 걸을때만해도 설악산이 꼴도보기도 싫더니만 이렇게 멋지게 반겨주다니...

아침빛에 온 산이 붉게 물들었다.

 

 

이제 마지막 너덜지대다.

지금껏 걸은 너덜지대에 비하면야 이 정도는 완전 애기너덜수준이다.

바람이 눈도 못뜰 정도로 세차게 몰아치는걸보니,마등봉 또한 쉽게 내어주지는 않을 모양이다.

 

 

 

마등봉

 

이제 한고비 넘었다.

미시령부터 딱 6시간이 흐른 시간...

마의구간을 넘어오며 영광(?)의 훈장하나를 남겼다. 

그렇게 조심하며 한걸음한걸음 긴장속에 걸었건만,바위에 미끄러지며 그만 정강이를 부딪혀 피를 봤다는거.. 

 

마등봉삼거리에 도착하며 금줄을 넘어서고,이제사 한숨 돌리며 아침식사를 한다.

다른 일행들은 선 채로 주먹밥하나씩 달랑먹고 길을 이어가지만,우리는 자리펴고 느긋하게 먹고 마시며 쉬어간다.

 

여기부터는 익숙한 길이다.

초장부터 진을 빼며 걸은탓에 몸은 지쳐있지만,절정의 단풍길을 음미하며 차분히 걸어야겠단 생각뿐이다.

어떻게든 걷다보면 끝이 보이겠지..  

 

 

 

불타는 공룡능선이다.

시선 두는 곳마다 온통 붉고 붉다.

남아있는 거리는 만만치 않지만,오직 설악만이 전해오는 비교할 수 없는 산길의 멋으로 가득차 지금부터의 걸음이 힘들지만은 않을거같다.

 

 

 

 

바위 사이사이로 울긋불긋하게 물든 단풍이 가히 환상적이다.

설악을 가장 설악이게 하는 곳이 바로 공룡능선이란다.

오늘 그 절정의 설악산을 만나는거같다. 

한가지 아쉬움이라면..아직 남은 길이 멀고도 멀어서리 마냥 앉아 보고 느끼며 걷지 못한다는거..

 

 

 

내가 쓸 수 있는 언어로는 이 화려함을 표현 할 수 없는 길...

앞사람 불러세워 조금만 쉬어가자 한다.

떨어지는 단풍잎에 환호하며 설악의 가을속에 푹 젖는다. 

 

 

 

 

 

 

설악의 중심부를 속속들이 훑고 지나가며 설악의 진수를 맛본다.

가끔 오가는 사람들로 인해 정체가 빚어지지만,누구하나 성내지 않고 서로서로 양보한다.

 

 

 

 

 

1275봉으로의 마지막 오름길..

단풍길 약발도 이제 떨어져가는거같다.눈은 더없이 즐겁고 행복한데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걸어온 길,뒤돌아보니 까마득하다.

걸어갈 길,쳐다보니 이 또한 까마득하다.

병래형이 직접 주워 만든 도토리묵을 꺼내지만 입도 대지 못한다.

몸이 힘드니 먹는것도 다 귀찮다.이 참에 살이라도 빠지면 좋겠는데...  

 

 

 

돌길이 미끄러워1275봉 내림길이 무척 조심스럽다.

앞서가는 몽몽님을 불러세워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내려선다.

 

 

 

 

 

신선대가 머지 않았다.

발걸음은 무겁지만,신선대에서의 그 바람과 풍경을 맞을 생각을 하니 새로운 힘이 생긴다.

설악의 빼어난 암릉이란 암릉을 죄다 볼 수 있는곳..

 

 

 

 

신선대

 

바람이 차다.하늘은 여전히 흐릿하다.파란물감이 뚝뚝 떨어지면 좋으련만... 

우뚝우뚝 솟은 첨봉들은 그대로이건만,올때마다 매번 다른 느낌으로 설악을 바라본다.

건강이 허락하는한 언제까지나 두고두고 찾고싶은 곳.. 

 

 

 

 

 

 

12시..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한다.

과일만 간단히 먹고는 중청으로의 오름길을 시작한다.

주구장창 땅만보고 올라야하는 길..이 길의 끝에 서면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

대간길 포기하시고 백담사에서 오른 최대장님네 일행이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기다리신다 했으니... 

 

백두대간의 기본원리는 산이 물을 건너지않고 물이 산을 넘지 않는것인데...

신선대 바로 아래서 물을 건넜고..희운각을 나서며 또한번 물을 건너게 된다.

더러는 제대로인 백두대간희운각에서 죽음의 계곡을 통해 대청봉으로 오르는 사람들도 있지만,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

  

 

 

 

 

참 묵묵하게 잘 걷고 있는 몽몽님..

연신 힘들다 힘들다~하며 궁시렁거리며 걷는 나와는 달리 힘든 내색이 없다.

 

한시간을 올라 소청삼거리에 다다르니,최대장님네 일행이 반가이 반겨주시고..

따끈한 라면에 따끈한 밥까지 내어주신다.먼길 고생했다고...

 

알 수없는게 사람마음이고 또하나는 산에서의 날씨라더니..

밥먹는 동안 중청주변은 순식간에 안개로 휩싸여 한치앞도 안보인다.

쉬이 걷힐거 같지 않은데다 바람도 장난아니라 대청봉은 패쓰하고 서둘러 서북능선으로 들어선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러다간 랜턴들고 하산해야할 판이다.

끝청쯤 오니 서서히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지만,느긋하게 앉아있을 수 없다.

이젠..오색단풍으로 치장한 첨봉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등로 양켠으로 곱게 물들인 단풍도 눈에 안들어온다.

어여 이 길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가도가도 한계삼거리는 나오지 않는다.

이 길이 이토록 멀었던가 싶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바윗길은 왜이리도 미끄러운지..

설악산이 막 꼴보기 싫어질라 할 즈음 한계삼거리에 도착하고,다시 한시간을 더 걸어서야 드디어 한계령에 도착한다.

미시령을 출발한지 꼭 16시간 40분만이다.

한계령의 바람은 여전하고 날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다.

배고프다.아직 먹을힘은 남아있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