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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가야산


산행일 : 2019년 8월 2일

산행지 : 가야산

산행코스 : 백운동-서성재-칠불봉-상왕봉-백운동

산행이야기:휴가라 해봤자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없다.그저 산으로 기어올라가 산공기 맞으며 좋아하는 꽃이나 실컷 보면 그걸로 충분하다.휴가를 이용해 가야산 백리향을 보러간다. 


여덟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벌써부터 푹푹 찐다.

재빠르게 산행준비를 마치고 용기골 입구까지 걷는 동안 땀이 쉴새 없이 줄줄 흘러 내린다.

숲으로 들어서니 그나마 계곡에서 올라오는 찬기운에 조금은 살것 같지만 그것도 잠시,어느절에 얼굴은 땀범벅이고 티셔츠는 흠뻑 젖었다.

요즘들어 유달리 땀이 많아졌다.

평상시 부채와 손수건은 외출 필수 준비물이 되었을 정도다.

나이가 드니 확실히 체질이 바뀌긴 했다.



바위채송화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 채 서성재에 올라서니,평일인데도 산객들이 꽤 많이 눈에 띈다.

대부분이 만물상을 넘어온 산객들인데,더운 날씨에 칠불봉까지 가느냐 용기골로 내려서느냐 고민이 많아보인다.

땀을 좀 식히고는 또 다시 길을 잇는다.

칠불봉까지 1.2km..가시적인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꽤나 깔딱거리며 올라야한다.

하지만 얼마 안있음 탁트인 전망이 눈앞에 펼쳐질거란 명백한 희망이 있으니,기꺼이 전진한다.


솔나리


조금 시기가 지난 솔나리들이 여기저기서 반긴다.

소나무처럼 생긴 뾰족뾰족한 잎사위,그리고 뒤로 말린 분홍색 잎사귀가 매력포인트다.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며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파란하늘이 언뜻언뜻 보이기도 하고,또 다시 구름으로 휩싸이기를 반복한다

산날씨는 예측할 수 없다는게 큰 묘미이고 재미다.

정적인 풍경보다는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며 역동적인 풍광을 선사하는 오늘같은 날씨를 훨씬 좋아한다. 



명불허전 가야산의 명품소나무들이 바위틈에 콕콕 박혀 한폭의 그림이 된다.



땀흘린 보람이 있다.

발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진 산그리메가 온몸에 청량감을 준다.

이런 기쁨이 있기에 무더위 마다않고 해마다 오르고 또 오르고..  



 산으로 가자하니 군소리없이 새벽같이 운전해서 리고 와 준 몽몽님..

산바람보다는 바닷바람 쐬며 어느 횟집에 앉아 회나 한사라 먹는걸 더 원했겠지만..

별난 취미 가진 마누라를 둔 그대의 업보려니..




솔나리


다리 후달거리며 마지막 계단을 올라 마침내 칠불봉에 닿는다.


점점 안개가 몰려오더니 새하얀 세상으로 순식간에 바뀐다.

칠불봉 날씨는 언제와도 변화무쌍하다.

작년에 왔을땐 난데없이 비가 내려 백리향이고뭐고 쫓기듯 하산하기도 했다.


칠불봉 주변 백리향을 찾아보지만,그 어디에도 예전의 그 풍성했던 꽃밭은 없다.

사면으로 가득 피어 꽃융단을 이루었던 그 풍경은 몇해전부터 볼 수 없어 아쉽다.



까마귀 두마리,다정하게 한 방향을 바라보며 한참동안이나 미동도 않는다.



상왕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꽃길이다.

솔나리는 물론이고 네귀쓴풀,산오이풀,둥근산꼬리풀,그리고 자주꿩의다리가 산정을 수놓았다. 



상왕봉이 유달리 성스럽게 보이는 것은 아마도 구름이 드나들기 때문일거다.

꽃밭이 가까울수록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는데...



골잎원추리


잔대


꽃밭에 도착했다.

배위채송화와 어우러진 백리향이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예쁘게 피어있다. 

향기 또한 끝장이다.

전초에 향이 있어 발끝에 묻어 백리를 간다는 이름이 괜히 붙은게 아니다.

꽃밭에 머무는 동안 은은한 향이 코끝에 계속 머문다.




마침 서서히 안개도 벗겨지기 시작하고..

풍경과 어우러진 꽃을 담기엔 아주 최적인 날이다.






이런 날은 하루종일 꽃밭에 머물러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집에 갈 걱정만 없다면 꽃밭에 누워 하룻밤 유하고 싶을 정도다.

한라송이풀은 아직이다.검은색 꽃술 가진 물매화도 아직 멀었다.

먼 길 왔는데 한꺼번에 다 보고 가면 좋은데,언제나 다 주지는 않는게 자연의 진리다.





솔나리




멋진 꽃밭 두 눈에 넣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두 다리 튼튼하여 이곳까지 오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식지않은 열정이 있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언제나처럼 감사의 기도를 한다.




꽃밭을 나와 솔나리를 또 만났다.

암만봐도 사랑스럽다.





네귀쓴풀


둥근산꼬리풀


상왕봉 한켠에 자리잡고 요기를 하는데,잠자리들이 때지어 몰려든다.

이것저것 뱃속가득 욱여넣고 나니,피곤함이 몰려오며 한숨 자고만 싶다.




잔대


칠불봉 안개는 여전히 걷힐줄 모른다.

오후가 될수록 더욱 짙게 내려앉는다.




산수국


다시 서성재로 내려선다.

거침없이 쭉쭉 내려서자니,이 오르막을 어찌 올랐나싶다. 




계곡에 들어 땀을 말끔히 씻어내고는 기분좋게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산위에 있을땐 그곳이 천국이더니만,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은 차안에 앉아 있노라니 천국이 따로없다.


집에 오니,현관문앞에 박스 두개가 놓여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서석에서 감자와 옥수수를 보내왔다.

그 손길 너무나도 감사하지만,감사함을 전하기엔 늘 부족해서 미안하기만하다.

서둘러 옥수수를 삶았다.

알이 고르고 알차다.

칭다오맥주 곁들여 톡톡 터지는 옥수수를 연신 뜯는다.아베 나쁜 놈 분노하며...약소국의 설움을 통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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