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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설악산(오색~한계령)

산행일 : 2020년 10월 9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오색-대청봉-중청-끝청-한계령

산행이야기:첫 단풍산행은 설악에서 시작한다.올해 설악산 단풍은 건너 뛰어야지 했는데 단풍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니 마음이 들 떠 도저히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3시 30분 출발,5시 30분 오색 도착.

졸음쉼터에 주차하고 컵라면으로 요기하며 날이 완전히 새기를 기다렸다가 6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조망없는 산길을 코박고 오르고 또 오르기를 한시간여..

계곡물소리 요란하게 들리며 어느새 오색폭포가 가까워지고,울긋불긋 단풍로드가 펼쳐진다.

 

 

참회나무 열매

고도를 높일수록 안개비가 내리더니 바닥이 축축해지고,사방은 안개로 가득 차오른다.

걸음은 점점 무거워지는데,바닥까지 미끄러우니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무엇보다 벼르고 나선길 안개속에서만 헤매다 내려가지는 않을까 불안하기만한데... 

 

 

어느새 잎을 떨군 나목들은 쓸쓸한 초겨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나마 매달려있는 잎들도 바짝 말라 제 색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멋진 단풍 기대하고 왔건만...

날씨는 또 왜 이 모양인건지..

 

 

중청대피소

2시간 반만에 대청봉에 올라선다.

헐~내 산행 실력이 이 정도였어?~~ㅎ

궂은 날씨가 발길을 재촉한데다 조망마저 없어 쉼없이 열심히 오르기만 했으니 시간이 단축될 수 밖에..

만보기를 보니,걸음수가 6천보가 채 안된다.

 

한치앞도 안보이는 대청봉엔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불어대고,정상인증을 하려는 산객들로 긴 줄이 늘어져 있다.족히 50m는 넘어보인다.

쉽게 올 수 없는 곳인데,날씨 참 야속타..

새벽부터 달려와 사력을 다해 기를 쓰고 올랐는데 아무것도 안보여주다니... 흑흑..

겉옷을 꺼내입고 바위에 걸터앉아 생밤을 욱여넣으며 조금 기다려 보지만,손끝이 시렵고 몸만 덜덜 떨려온다.

중청으로 서둘러 내려와 이내 서북능선으로 진입한다. 

 

 

여전히 차가운 공기지만,땀이 날듯말듯 걷기는 참 좋다.

어차피 왔으니 가을 분위기 제대로 느껴보자구..

 

 

올려다 본 대청봉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끝청을 통과할때까지도 날씨가 오리무중이더니 고도를 낮출수록 조금씩 환해진다.

나뭇가지에 막혀 좀처럼 보이지 않던 산등성이 드디어 짠!하고 나타났다.

너 참 극성이라고 설악 산신령이 어여삐 봐주신게 분명하다.

우와~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른다.

 

 

그래..이거였어..

내가 보고 싶어 했던 설악의 가을..

산등성으로 흘러내리는 붉은 물결이 마치 융단을 깔아놓은듯 부드럽다.

 

 

배낭을 내려놓고 이제사 편하게 앉아 떡쪼가리를 입에 넣고 여유롭게 사방을 둘러본다.

설악의 준봉들을 이렇게 보고 가니 얼마나 다행인지..

설악의 가을을 품고 갈 수 있어 얼마나 행운인지..

 

 

내설악의 중심에 자리한 용아장성도 발아래로 굽어 보인다.

골마다 햇살이 드리워져 가을 설악은 더욱 눈부시고,문득 어느 가을 탐했던 가야동계곡의 가을을 떠올린다.

 

 

올 봄 걸었던 귀때기청봉도 손에 잡힐듯 가까워졌다.

 

 

점점 걸음은 느려진다.

몇걸음 못가 멈춰서기를 반복하며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앞을 보면 가리봉과 주걱봉,그리고 귀때기청봉이 펼쳐지고,

우측으로는 점봉산이 그리고 왼편으로는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이 보이는 최고의 뷰포인트..

햇살도 참 따스하게 내려앉는다.

 

 

길은 다소 거칠지만,오르락 내리락 은근 흥미롭다.

연휴 첫날답게 마주오는 산객들이 제법 많은데,특히 젊은 청년들이 눈에 많이 띈다.

하나같이 얼마나 더 가야 하느냐며 묻는데,

속으로는 `아직 멀었어요`하지만,겉으로는 `얼마 안 남았다`며 하얀 거짓말을 한다. 

 

 

해마다 가을이면 설악의 가을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그리워하지만,

막상 배낭을 꾸리려면 큰 맘을 먹을 수 밖에 없다.

오가는 시간에 쉽지 않은 산길에 체력이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곳에 서 있을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한계령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산사면이 알록달록 물들었다.

두고 가기 아까워 또다시 바위위에 올라선다.

이번 바위는 조금 까다로워 내려설땐 조금 움찔하며 긴장한다. 

 

 

점점 한계삼거리가 가까워지고,이번엔 또 노란 단풍터널이다.

 

 

오늘 공룡능선 걷는 사람들,안개속이겠다.

1,300m 해발고도 이상은 하루종일 구름이 두텁다.

 

 

깊어가는 설악의 가을을 꼭꼭 눈에 담는다.  

마치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듯 울긋불긋한 바위꽃이 무척 화려하다.

 

 

한계삼거리

마침내 한계삼거리에 도착했다.

오늘은 어쩐일인지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예쁜 단풍숲을 통과하며 하산을 서두른다.

오색에 날 내려놓고 일보러 갔던 몽몽님이 벌써 한계령에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기 때문이다.

 

 

단풍삼매경인 학생들...

언제 대청봉까지 가려고 하는지...

갈길이 먼데 단풍물든 산이 발길을 붙잡았나보다.

 

 

단풍숲은 단풍숲대로,

조망이 터지면 바위를 물들인 산이,

더없이 아름답다.

이 계절,오래 오래 이어졌음 좋겠지만,언제나 화려한 계절은 쏜살같다.

 

 

하산길,마지막 포인트에서 걸어왔던 길,뿌듯하게 올려다본다.

 

 

가을엽서한장 만들어 사진에 담아보고...

 

 

한계령에 도착하니,1시 20분쯤 되었다.

이게 뭔일이래?? 채 일곱시간이 안 걸렸다니...

 

대기하고 있던 몽몽님 차에 올라타고 막힘없이 달려 집에 도착하니 3시 반..

집 나선지 딱 12시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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