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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응봉산(강원 삼척)

산행일 : 2013년 2월 17일

산행지 : 응봉산 998.5m

산행코스 : 덕구온천-정상-원탕-덕구온천

산행이야기:둘러보면 안가본 산들이 수두룩한데,막상 나서려고하면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할때가 있다.여기저기 산악회일정을 뒤져봐도 다 그저그렇고..전철타고 가까운 산을 가려니 이또한 내키지않고..그러다 바로 전날 저녁 후다다닥 번개처럼 황악산행팀이 꾸려진다.  

 

그 때 그 때 다른 강선수님의 영향인가,카니발에 오르자마자 산행지가 황악산대신 응봉산으로 바뀐다.

컨디션이 안좋으신 강선수님이 비교적 산행이 쉬운 응봉산을 가자고 바람을 잡으셨고,

가는길에 동해복수초위치를 알려주겠다며 몽몽님이 그 바람에 기름을 부었다.

나를 포함해 다른분들은 줏대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들이라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응봉산 콜~~~

 

동해에 가까울수록 몇시간전에 내린듯한 눈이 점점 많아지고..

어쩌면 설중복수초를 볼 수 있을꺼같다는 기대감에 차안은 흥분모드로 휩싸이지만,

복수초가 있는 산비탈엔 눈이라고는 쥐똥만큼밖에 없다.

지난주에 이미 본터라 딱 10분만 찍겠다고 큰소리치며 산비탈을 오르지만,꽃앞에선 언제나 의연할 수 없으니..

차가 멈추자마자 꽃을향해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도 나,가장 늦게 차에 탄 사람도 나... 

  

 

 

덕구온천에 도착하니,11시를 넘어서고...하늘은 더없이 파랗고 햇살은 더없이 따스하다.

나무계단을 올라 소나무숲길로 들어간다.

 

 

 

소나무숲으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살과 싱그런 솔향이 유혹하는길..

유혹의 길은 한참이나 계속되고,온몸으로 숲의 기운을 쐬며 삼림욕을 한다.

느림의 미학을 즐기며 천천히 걷다가,강선수님과 발걸음이 맞을때면

오랫만에 기와 흐름에 대한 강의를 듣기도하고..

요즘들어 산행이 뜸하시더니만 관상공부까지 하셨는지 누구누구는 관상을 보아하니 기가 쎄보인다는둥 까칠해보인다는둥 열변을 토하시지만,언제나처럼 한귀로듣고 한귀로 흘려버린다.ㅎ   

 

 

 

걷기좋은 폭신한숲길은 첫번째헬기장에서 끝이나고..아이젠이 필요한 눈길이 시작된다.

봄길에서 다시 겨울길로 바뀌는 순간..

 

 

 

정상이 가까워오자 소나무들은 점점 자세를 낮추고..

바위틈에 뿌리내린 분재같은 소나무의 모습에 괜히 숙연해지기도한다.생명의 강인함이란 바로 이런거...

 

 

 

 

 

동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두번째헬기장에 이르고...

정상이 코앞이지만,따스한햇살을 어찌 뿌리칠 수 있으랴...빵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배도 고프고..

어묵,물만두,생생우동을 단계별로 건져먹는 3단계 코스요리에 디저트는 펭귄님이 가져오신 비싼딸기..

배부르니 일어나기 싫어진다.그냥 이대로 눕고만 싶고..

배부르면 눕고싶고 누우면 자고싶고..얼굴보면 손잡고싶고 손잡으면 안고싶은게 사람마음?? ㅎㅎ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함백산과 태백산에 이르는 백두대간길이 장쾌하게 펼쳐진 정상에 도착한다.

 

 

 

응봉산 998.5m

 

정상석뒤로 덕풍계곡으로 내려가는 등로에 저절로 눈길이 간다.

큰 장마끝에 갔었던 용소골..

깊은 협곡이 끝없이 이어지고,깊이를 알 수 없는 검붉은색의 소들이 이어졌던곳..

머리끝까지 짜릿한 최고의 스릴을 느껴가며 계곡을 수십번 아니 수백번을 넘나들었던곳..

내가 가봤던 계곡중 이곳의 용소골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올여름엔 꼭 한번 더 가봐야할텐데...

 

용소골을 뒤로하고 덕구온천과 이어지는 온정골로 내려선다.  

 

 

 

다시 시작되는 소나무숲길..

길은 아주 가파르게 내리꽂는다.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미처 음미할 새도 없이.. 

 

 

 

원탕이 있는 곳에 이르니,포항에서 이레언니가 마중나와 기다리시고..

원탕에 발담그고 놀다가 덕구온천으로 내려간다.

  

보약먹을땐 술이나 생선회는 자제해라 했지만..

먹거리를 앞에 두고 참는건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에..먹고 또먹고 마시고 또마시고..

언니가 가져오신 과메기는 또 왜이리 쫄깃쫄깃한지...

 

일곱시가 넘어서 서울로 출발한다.

뱃속엔 생선회를 가득 채우고..가슴속엔 응봉산 소나무의 기를 듬뿍안고..두손엔 포항과메기를 두박스나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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