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5년 10월 17일
산행지 : 백운봉~용문산
산행코스 : 용문산 자연휴양림-백운봉-장군봉-용문산-마당바위-용문사
산행이야기:기차타고 갈 만한 산행지를 고르다 백운봉에서 용문산에 이르는 산길을 떠올린다.거기라면 가을정취 듬뿍 느끼며 맘껏 양껏 뿌듯하게 걸을 수 있을거 같다.
차창밖 풍경이 온통 하얗다.아침안개 때문이다.
청량리역에서 딱 25분만에 양평역에 도착하고,안개는 좀처럼 걷힐 기미가 안보인다.
택시 아저씨 말에 따르면 그래도 오늘은 약과란다.
어느날은 한발자국 앞도 안보일때도 있다고...산골짜기에 안개가 짙은걸보니 날씨가 아주 쾌청할 징조니 백운봉에 오르면 조망이 아주 끝내주겠다고..
용문산 자연휴양림에 내려 임도길을 오르다 우측으로 꺾어 올라야하는 두리봉을 버리고 백년약수길을 택한다.
계곡물소리도 들을겸,한사발 마시면 백년을 산다는 백년약수물도 마실겸...
새수골이 새와 관련이 있는 이름이었던가??
약수터 지나 능선까지 오르는 내내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마치 이른 봄날 단비가 그친 후 숲속에서 메아리쳐 들려오는 어린 새들의 맑은 노랫소리같다.
헬기장에 올라서자 사방으로 시원하게 조망이 터진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구친 백운봉과 그 옆으로는 가을색 짙은 산자락이 붉게 흘러내린다.
남한강과 양평시내는 안개속에 잠겼고,그 위로 양자산과 앵자봉이 섬이 되어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숲길을 들어간다.
아침햇살이 숲을 비집고 들어온다.
방금 지나온 헬기장이 저만치로 멀어졌다.
휘감아 돌고도는 산등성이 멋지다.그 뒤로 아련한 선을 그리며 펼쳐지는 산그리메도 멋지고...
역시 산은 올라와서 내려다보는 맛이다.
앵자지맥길이 시원하게 열리지 않는다.
몽몽님이 알려주지 않아도 특이한 산모양새를 보고는 단박에 추읍산임을 알아차린다.
백운봉으로의 마지막 계단을 헥헥대며 올라 드디어 특급전망대에 선다.
하나뿐이었던 나무데크는 두개나 더 설치되어 이곳저곳에서 편안하게 앉아 조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정상에서의 환상적인 뷰를 즐기며 한참동안 머문다.
가을단풍을 놓치면 가을을 놓친다고 했지..
지금이 아니면 놓칠 풍경과 시간들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지금 가을산을 고요하게 바라보는 이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며 장군봉으로 향하기 전,지난 겨울 추억의 장소를 지나자 입안에서 로얄샤루트의 그 짜릿한 향이 감돈다.
춥기도 참 추웠었고,눈꽃도 참 아름다웠었는데...
장군봉까지는 3.2킬로이긴하나 곧이곧대로 이정표를 믿으면 안되는 길임을 몇번의 경험끝에 터득한터라 묵묵히 길을 잇는다.
멀리 용문산과 좌측으로 한강기맥길...
낙엽융단을 밟을때마다 바스락 바스락 가을의 소리가 난다.
스산하고 쓸쓸한 느낌 묻어나는 가을길에 급센치해진다.
앞에 가는 저 남자 뒷모습도 왠지 쓸쓸해보이공...
오십줄이 가까워오니 요 몇년 사이에 뽑을 수 있을 정도를 넘어서 이젠 흰머리가 검은 머리를 압도한다.
염색좀 하라 그래도 중년남자의 멋이네 뭐네 그러며 하지도 않고...
지난 한두달동안 맘고생을 해서 그런지 요즘따라 다크서클은 더 깊어보이고...
함왕봉
장군봉
백운봉을 출발한지 2시간 가까이 되었다.
지난 겨울에도 장군봉이 죽어라고 안 나타나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유명산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군사시설 때문에 출입을 통제하는터라 용문산 정상을 왼편에 두고 에둘러 돌아간다.
장군봉까지 오르느라 진을 다 빼서 그런지,정상까지 마지막 1킬로 가는길 내내 발걸음이 한없이 무겁다.
드디어 정상...
알록달록 곱게 물든 산자락을 한눈에 다 넣는 기분좋은 순간이다.
좁은 정상을 내려와 너른 공터에 자리잡고 오늘 처음으로 등산화를 벗었더니 양말이 땀으로 젖어있다.
보온통에 담긴 따끈한 김치볶음밥에 광천김 한장씩 올려 먹으니 진짜 꿀맛이다.
속살만 살살 긁어 살짝 얼려온 연시맛 또한 입에 살살 녹고...
커피마시며 이리저리 둘러보는동안 몽몽님은 벌렁 드러눕는다.한숨 자겠다고...
산객이 점점 많아져 어수선해진다.
간격이 고르지 않아 엄청 신경 쓰이는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와 계곡단풍을 보기위해 마당바위로 길을 잡는다.
돌 돌 돌...
하산길 내내 거친 돌길이 이어지고,단풍길 또한 계속 이어진다.
워낙 가물어서 이곳의 단풍 또한 곱지 않다.
맑은 계곡물에 아침부터 흘린 땀과 먼지를 씻어낸다.
행락객들로 발디딜틈 없는 용문사를 미련없이 통과해 입구로 나와 용문역으로 나가는 3시 15분 버스에 올라탄다.
용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오는 동안 둘이 정신없이 꿈나라를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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