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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가평 연인산


산행일 : 2016년 10월 22일

산행지 : 연인산

산행코스 : 백둔리-소망능선-정상-청풍능선-용추계곡

산행이야기:가는 가을 꽉 붙잡아 두고 싶은 요즘..괜히 마음만 바쁘고 몸은 움직이기 싫어진다.긴 여행으로 괜히 마음이 붕 뜬데다 시차적응 때문인지 한동안 새벽같이 일어나 부산떨며 왔다갔다 하곤하다가 낮이면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해롱거렸다.이번주는 작정하고 무거워진 몸뚱아리를 움직여 보려고 연인산으로 떠나본다.


소망능선으로 들머리를 잡았다.

두해전에 왔을때 수수하게 단풍물든 오솔길이 참 좋았었다.

예상한대로 인적 드문 숲길은 호젓하기 그지없다.

울긋불긋 화려하진 않아도 낙엽소리 들으며 가을을 만끽하기엔 그만인 길이다.



노란길이 나오는가하면 새빨간 단풍길도 나오고,

평평한 길이 나오는가 하면 헥헥대는 경사길이 나온다.

올때마다 느끼는거지만,산행거리 참 안 줄어드는 길이다. 




청풍능선과 갈라지는 지점에 배낭을 내려둔다.

잠시 다녀올 만만한 거리가 아닌걸 아는 몽몽님은 배낭을 지켜야한다는 명목아래 돗자리 깔고 주저 앉아 버리고,

정상을 찍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네사람만 기를 쓰고 오른다.


사람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연인산..

신내동 두 처녀 총각은 사랑이 안 이루어진다고 투덜투덜..ㅎ


청풍능선은 낙엽이 발목까지 푹푹 들어갈 정도로 수북이 쌓였다.

농익은 가을 풍경와 함께 들리는 낙엽 밟는 소리는 정말 낭만적이다.

산객들은 이렇게 예쁜 길을 놔두고 다 어디로 갔을까?

누군가 그런다.설악산 만경대로 갔을꺼라고... 



하늘에선 붉은 가을이 쏟아져 내리고..

다들 저마다의 가을을 즐기며 걷느라 별다른 대화도 없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나만 방방뜨며 요란할 뿐이다.



임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밥상을 폈다.

나비공주님이 센쓰있게 얼려와 딱 적당한 온도로 녹은 맥주를 꺼냈는데,마시면서 다들 약속한듯 엄지 척!올린다.

솔맨형은 맹숭맹숭한 맥주를 꺼냈다가 되레 욕만 먹고...ㅎ

헬레나언니가 솜씨있게 담가오신 겉절이와 함께 떡만둣국 한그릇씩..

산에서 그것도 좋은 사람들과 먹는 음식인데 그 뭔들 안 맛있으랴~~


용추계곡으로 하산하면 차량회수가 곤란한터라 몽몽님과 솔맨형은 장수능선으로 향하고,

세 여인만 용추계곡으로 내려선다.


능선에서 용추계곡으로 떨어지는 길,경사로가 장난 아니게 심해 낙엽썰매를 탄다.

스틱으로 제어를 하는것도 부족해 중간중간 나무를 잡아가며 곡예하듯 산을 내려선다.


어느 지점부터는 완전 샛노란 길이 시작되고,노란 길은 한참이나 이어진다.

색다른 단풍길에 흠뻑 빠져 감성 넘치는 세 여인,가다서다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길이 조금씩 순해지면서 용추계곡과 맞닿았다.

역시 단풍은 물과 어우러진 단풍이 색도 곱고 이쁘다.

조용했던 두 사람까지 합세해 계곡은 세 여자의 탄성소리로 가득하다.



수북이 쌓인 융단처럼 폭신한 단풍길을 걸으며 깊어가는 이 가을을 즐긴다.

계곡 가까이 갈 수 없는 곳은 눈으로만 즐기고,

계곡과 이어지는 만만한 길이 있으면 될 수 있으면 물가까이 다가간다.




물속에 단풍을 넣어보며

마치 내가 그려낸 수채화인양 호들갑떨며 감탄한다.




하단부로 내려설수록 단풍은 점점 예뻐지고,

반영된 단풍그림 또한 더욱 선명해졌다.

미끄러운 바위를 살살 옮겨가며 물속 그림을 담아보려 애쓰다 하마터면 미끄러질뻔도 하고..





햇살이 들면서 단풍색은 더욱 고와졌다.

마치 조명이 일제히 들어온듯 숲이 화사해졌다.


요즘 복근을 만들고 있다는 나비공주님..

누구는 뱃살만 디륵디륵 찌우고 있는데 말이지..부러버..


수영과 필라테스로 몸매를 가꾸고 있는 언니의 매끈한 뒤태..

누구는 엉덩이 살이 더 붙어 바지사이즈를 한치수 더 늘렸는데 말이지..부러버...



10킬로 넘는 계곡길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줄어드는 거리가 아까울 뿐이다.

너무 시간을 지체했던지라 나비공주님이 조금 속도 조절을 한다.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은 자꾸만 나타나고,

마음은 어둡기전에 얼른 하산을 서둘러야지~하면서도 몸은 이끌리듯 저절로 계곡속으로 파고든다.

그럴때마다 물속에 그려진 수채화에 감동하고..

또 계곡을 빠져나오기 위해 설설 기고를 반복한다.




 

오늘 하루의 산행으로 가을을 미련없이 보낼 수 있을거 같다.

오색단풍 찬란한 길을 걸었고,수수한 노란 가을도 만났고,그리고 또 이렇게 물속 깊숙이 스며든 가을도 보았으니,더 욕심 부릴 이유는 없다.

내년에 다시 찾아올적엔 비박짐을 메고 올라봐야겠다.

물소리 들으며 단풍숲아래에서의 하룻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승안리를 향해 걷노라니,우리차가 멈춰선다.

짧을 줄 알았던 장수능선은 생각보다 긴 거리였고,산행거리 단축됐다고 좋아했던 몽몽님은 속았다고 한소리 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그냥 헤어질 수는 없지..

BHC치킨 두마리 시켜놓고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다가,다시 또 한마리를 주문하고야 마는 대단한 먹보들..

언니네 집앞까지 왔는데,그냥 갈 수는 없지..

기어이 집으로 처들어가서 대추차 한잔씩 먹고 나왔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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