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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소백산


산행일 : 2016년 8월 21일

산행지 : 소백산

산행코스 : 천동리-비로봉-천동리

산행이야기:해마다 추석을 두 주나 한 주정도 남겨두고 벌초를 했었는데,올해는 좀 일찍 하기로 했나보다.집안 남자들만 모여 간소하게 하다보니,따로 일손 거들일도 없고해서 같이 따라 나섰다가 선산 근처에 있는 소백산을 다녀오곤 했었는데,언제부턴가 벌초하는 날은 소백산 가는 날로 정해졌다.그러니까,명목은 오가며 심심치않게 말동무 해준다는거지만,실은 내 산행욕심 채우기 위함이다.


7시 반쯤,천동리에 나를 떨구어놓고 몽몽님은 매포로 향하고,나는 산길로 들어선다.

아무리 가물었어도 천동계곡의 물은 풍부하고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흘러내린다.

역시 깊고 높은 산의 풍채는 확실히 다르긴하다.


오랜만에 홀로 조용히 걷는 길..

물소리,매미소리,풀벌레 소리,그리고 숨소리에 집중한다.바스락거리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하며..



천동쉼터에서 물을 보충할 요량으로 아낌없이 마시고 왔는데,올봄까지도 콸콸 흐르던 물이 막혀있다.

쉼터가 폐쇄되면서 관리를 할 수 없어 돌덩이를 쌓아 일부러 막아놓은것 같다.


다행히 쉼터에서 10여분 더 오른 지점에 있는 샘물은 제법 많이 고여있다.

두사발을 연거푸 마시고나서,빈 물통을 꽉꽉 채운다.



땀을 쏟아내며 나무데크길에 닿자,등로까지 세력을 뻗친 둥근이질풀이 맞이한다.

아직 가을꽃이 피기엔 이르고,여름꽃들은 지고..지금이 가장 어정쩡한 꽃시기인거 같다. 


조망 탁 트인 전망터에 이른다.

멀리 연화봉이 보이고..비로봉도 아주 가까워졌다.



올 봄,연분홍 철쭉길은 어느새 가을이 내려앉은듯 누르스름해졌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들척지근한 수풀향이 얹어져 구수하다.

따갑지 않은 햇살 번지는 데크길을 기분좋게 올라간다.




길 양옆으로 둥근이질풀이 엄청나게 많이 피어있다.

구절초와 쑥부쟁이는 아직 이르고,더러 피어있는 꽃들은 시들거나 꽃잎이 많이 상한 상태다.



평전위로 고추잠자리 날아다니며 가을을 알린다.

문득 생각나는 어릴적 고추잠자리에 대한 추억..

잠자리를 잡아 하늘로 향하게 해서 알이 나오는지를 살펴 암잠자리 숫잠자리를 구분하며 놀았고,

잠자리를 잡을땐 살그머니 다가가 손가락으로 빙빙 원을 그려 순간적으로 낚아챘고,

또 어떤날은 짓궂게도 잠자리 꽁지를 반쯤 떼어 그 자리에 강아지풀대를 끼워넣고 잠자리 시집보낸다며 날리기도 했었다.



누렇게 물들어가는 소백의 평전위로 조용한 바람이 인다.

하늘거리는 수풀이 마음까지 흔든다.

분홍빛 물든 소백의 봄,초록물결 넘실거리는 찬란한 여름,하얀 설원의 소백..그리고 가을의 문턱에 있는 지금 소백의 모습까지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없다. 




싱아꽃 흐드러진 능선을 바라보며 잠깐 어의곡 갈림길까지 걸어본다.




순하디 순한 소백의 능선길..

칼바람 불어댈때면 거친 야성의 매력으로 철철 넘치고,

오늘처럼 유순할때는 또 부드러운 매력으로 철철 넘친다.

아까워서 천천히 아껴가며 걸을 수 밖에 없는 길이다.


왜솜다리 무리지어 피어있고,산사면은 온통 둥근이질풀 군락이다.






고추잠자리와의 시절을 좇아가며 다시 비로봉으로 올라간다.









하늘에 파란색이 점점 많아지니,더 내려가기 싫어진다.

긴급재난문자까지 확인하고 나니,폭염과는 먼 이곳에서 더 머물고만 싶다.

마지막 한 기만 남았다고 몽몽님한테 전갈이 온다.






계곡물에 발담그고 맛있는 점심 냠냠...

마침 몽몽님도 벌초마치고 점심식사중이란다.



다시 천동리로 내려오니,마침맞게도 우리차가 내 앞에 딱 멈춰선다.


 소백산에서..이른 가을을 만나고 왔다.

머지않은 가을,어여 빨리 무더위가 물러가고 시원한 가을이 왔음 좋겠다.

그 어느때보다도 가을이 유난히 더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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