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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치악산


산행일 : 2017년 1월 22일

산행지 : 치악산

산행코스 : 부곡탐방센터-큰무레골-1004봉 전망대-비로봉-곧은재-부곡탐방센터

산행이야기:연일 산산산!이다.도봉산,소백산,그리고 오늘은 치악산으로 고고씽~~


산고파님 블에서 `큰무레골`이라는 치악산의 새로운 코스가 생겼다는걸 알게되어,오늘은 그 코스를 가보기로 했다.

비로봉까지의 거리가 비교적 짧고,무엇보다 원점회귀가 가능하니 자가용으로 움직이기엔 딱이다.


탐방로 입구에서 얼마간 오르니 곧은재와 큰무레골로 오르는 코스가 갈라진다.

우리는 우측으로 꺾어 큰무레골로 향한다.

그리고 눈쌓인 계곡길이 이어진다.  


지능선에 붙자 경사는 극도로 급해진다.

썰매타기 딱 좋은 코스를 솔맨형이 그냥 놓칠리 없고..

누구는 헐떡거리며 올라가기도 바쁜데,단 몇초의 스릴을 느끼기 위해 썰매끌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대단해요~~


1004봉에 이르는 계단은 눈속에 파묻혔다.


1004봉 전망대에 서니,정신 번쩍드는 칼바람이 세차게 불어대고,

멀리 보이는 비로봉은 생각만큼 하얗지 않다.


능선으로 불어대는 눈바람이 장난아니고,쌓인 눈도 엄청나다.

마치 한겨울 한북정맥의 어느 한구간을 걷는듯한 느낌이 들고..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걷는 기분이 비장하기까지하다.

 


이건뭐,완전 심설산행이다.

바람이 쌓아놓은 눈언덕이 어마어마해서 발을 잘못 디디면 허리춤까지 푹푹 들어간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이 짜릿함인지..

극한의 날씨와 환경이 오감을 깨우며 흥분하게 만든다.  



눈꽃과 상고대가 바람에 날려 조금 빈약하기는해도 하늘이 파래서 좋다.


앞을보면 새파란 하늘이,뒤돌아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눈꽃이 반기는데..

어쩌자고 오르막은 계속 이어지는지..

비로봉까지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이기는 하나,그래도 치를 떨고 악을 쓰고 올라야 한다는 치악산인것을.. 



헬기장에 도착하며 이제 비로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근데,살짝 실망..

어제,고속도로를 지나며 봤던,그 백설의 치악산은 도대체 오데로 갔을까?

마침 저녁햇살까지 받아 신기루처럼 환상이었는데..

정말 신기루처럼 사라진걸까?



눈길 오르막이라 비로봉은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걸음도 무거운데다 점점 설경이 예뻐지니 비로봉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디다.

기온은 낮아도 쏟아지는 햇살이 워낙 강렬하다보니,눈꽃은 그야말로 눈녹듯 뚝뚝 떨어진다.



올려다보는 비로봉 꼭대기에 하얀 눈보라가 일면서 바람의 강도가 어느만큼인지 짐작하게 만든다.

일단 계단 중간에 휴식처를 찜해놓고 정상을 오른다. 




시야는 흐릿해도 상고대와 어우러진 풍광이 멋지다.

간만에 근육질의 산그리메를 바라본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함께한 동무들..

소백산행 마치고나서 치악산 갈 사람? 하고 물었을때,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콜~을 외친 산중독자들..

 먹는거 밝히는것까지 꼭 닮았다..ㅎ



각별한 사이..

이틀연짱 끌려다니느라 고생이 많소~~




눈없다 실망할뻔 했는데,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설경이 벅차다.

정상너머로 이런 반전있는 풍경이 펼쳐질줄이야~~

산은 언제나 예측불가다.



산등성마다 피어있는 상고대는 백합처럼 희고,은백색의 산은 더없이 신비롭고 눈부시다.

이런 감동의 순간을 못잊어 또다시 산을 파고들고,또다시 숨을 헐떡이며 산을 오르게 된다.



파란하늘과 눈꽃의 조합은 언제나 진리다.

고개가 아플만큼 원없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계단중간에 자리잡고 오늘도 미쓰리언니의 다방커피를 마시고 도넛을 먹는다.

보온통에 담아온 어묵탕도 국물이 지대로다.


속이 든든하니 한기도 조금 가신다.

곧은재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내려서기전에 다시한번 정상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은백색 경치 아름다워 정상주변에서 벗어날 줄을 모른다.

너무 추워 입이 얼었는지 말투까지 어눌해지고,손끝은 아릴만큼 시리다.

동태되기 일보직전에 이르러서야 곧은재로 향한다.




자작나무에 핀 눈꽃이 아름다워 또다시 걸음은 늦어지고..

또다시 하늘을 올려다보고..뒤돌아보고..

감탄하고 환호하고 그런다..


콧물 질질 흘리고 얼굴은 벌겋게 얼었는데도 좋단다~~



눈꽃가루 흩날리는 순간은 정말이지 죽음이다.





도대체 연세가 어떻게 되시냐 물으니..

썰매타기 딱 좋은 나이라고 답한다..ㅎ




뒤돌아 정상한번 더 보고.. 


눈꽃과 상고대 아름답기로 소문난 코스답게 정상을 내려와서도 환상의 구간은 계속 이어진다.


쥐넘이 전망대


가지마다 붙은 눈들은 오후가 되어서도 여전히 남아 과분한 선물을 선사해준다.

 



썰매는 아무나 타는게 아니다.

우리 미쓰리언니,타자마자 브레이크를 못잡고 그대로 넘어지신다.

 

완전 봅슬레이 코스에서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며 타는 솔선수..

어느 구간에선 경사가 급해 공중부양까지 하신다.




양쪽으로 산죽 우거진 예쁜길이 나오더니 이내 헐떡거리는 오르막도 나오고..

바람이 만든 눈언덕도 지나고...

하산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조금씩 다리에 피로감이 몰려오면서 이제 그만 걸으라 신호를 보낸다.





곧은재에서 좌측으로 꺾어 부곡리로 향한다.

여기서 부곡탐방센타까지는 4킬로남짓..

분위기좋은 잣나무숲을 지나,얼마안가 부곡계곡을 만난다.




올가을 단풍산행지로 찜..


드디어 부곡탐방센타앞에 이르며 산행끝~~!

파란하늘과 눈꽃,그리고 무릎까지 푹푹 빠지던 눈길,마치 겨울산행의 종합선물세트였던 치악산에서의 하루였다.

간단하게 요기만하고 산행한터라 차에 올라타자마자 급허기가 몰려오고,

배고픔끝에 먹는 송어회와 소맥한잔으로 행복에 겹다.

몇점 먹지도 않았는데,동생들 보고싶다는 영학이 형님의 호출..

공릉동으로 자리를 옮겨 2차 소고기 파티를 시작한다. 

아..오늘도 다이어트하기는 글렀다.언제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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