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산행일 : 2017년 1월 21일

산행지 : 소백산

산행코스 : 천동리-천동쉼터-비로봉-천동리

산행이야기:모처럼의 주말 눈소식이 반갑다.영동지방은 무려 5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그런다.내심 오대산이나 선자령을 산행지로 염두해 두었는데,입산통제까지 된데다 뉴스를 보니 도로사정도 최악이다.하튼가,눈이 안와도 탈,너무 많이 와도 탈이다.새벽같이 집을 나서면서도 어딜갈지 정하지 못하다가 결국은 한참을 달려 양평쯤 이르러서야 소백산으로 당첨~~

부담없이 오르내릴 수 있는 천동리 코스를 들날머리로 택했다.

산악회 버스가 아직 모여들기 전이라 주차장도 널널하고,일찌감치 도착한 덕에 입장료도 안내고 입구를 통과한다.

올들어 처음으로 스패치를 착용하고 출발~~

그야말로 새하얀 눈길이다.

눈이 막 내린듯 티끌하나 없이 백설의 눈길은 한발 한발 내딛을때마다 뽀득거린다.

조금은 휑한 산풍경에 과연 눈꽃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어느만큼 오르다보니 겨울왕국이 펼쳐진다.

 

바람에 눈이 날리는건지,하늘에서 눈이 내리는건지..연신 눈가루가 흩날린다.

햇살이 한차례씩 들어올적엔 반짝반짝 빛나며 은빛의 눈가루가 된다.

쭉쭉 뻗은 전나무 숲을 환호하며 걸어올라간다.

나이가 몇개인지 잊으신 솔맨형..

씽씽 눈썰매를 타며 동심으로 돌아가고,혀끌끌차며 바라보는 우리 또한 동심으로 돌아간다.

소복이 쌓인 눈은 점점 두터워지고,눈꽃들은 한층 더 예뻐진다.

백설의 눈길위엔 우리들의 발자국이 새겨지고,밟을때마다 발에서 느껴지는 촉감은 이루말할 수 없이 폭신하다.

조금씩 시야가 넓어지며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는건,천동쉼터가 가까웠다는 뜻..

내리 회색의 하늘빛이었는데,언뜻언뜻 파란물이 들기도 하면서 가슴 설레게 만든다. 

 눈속에 파묻힌 천동쉼터가 그림같다.

이런 겨울 분위기속에서 미스리언니가 타주는 커피맛은 완전 기똥차고,

싸장님이 가져오신 한라봉 또한 게눈감추듯 팔린다.

점점 하늘에 파란색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자,지금부터 펼쳐질 설경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간다. 

쉼터를 떠나면서도 설경이 너무 예뻐 자꾸만 뒤돌아본다.

저런 곳에 이쁜집 지어놓고 살 수 있다면..

맑고 투명한 새하얀 풍경속에 있으니 마음은 한없이 정갈해지는 느낌이고,

오늘도 예외없이 호들갑떨며 해괴한 탄성을 질러댄다.

하튼가,나란 사람..

자연앞에선 언제나 감성이 주체할 수 없이 마구 폭발한다.

오후부터 흐린다는 기상청예보가 어긋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날은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한다. 

파란하늘이 뿅!하고 나타났다가는 홀연히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애간장을 태운다.

오락가락하는 하늘속에서 햇살이 들때마다 풍경은 눈부시고,

이때다 싶어 셔터를 마구 눌러댄다.

황홀한 눈꽃의 향연에 취해 걷다보니,오르막도 쉬이 가는것 같다.

겨울산행의 일번지,소백! 이란 말이 괜히 나온말이 아님을 오늘도 백번 공감한다.

겨울소백을 봐야 왠지 겨울을 잘 보낸 느낌이랄까?

마침 눈꽃 화려하게 핀 날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행복한 날이다.. 

겨울산 제대로 만끽하시는 오십줄의 솔맨형...

주목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신했다.

파란하늘이었다면 더할나위 없을텐데..아쉽다..

이제..소백평전이 지척이다.소백의 칼바람맛을 볼 차례..

마주오는 산객들의 몰골은 하나같이 말이 아니고,바람이 장난이 아니라며 중무장하고 올라가라고 거듭 당부한다. 

은빛설원을 조금 기대했지만,시야는 꽉 막혔다.

뻥뚫린 평전엔 바람이 인정사정없이 불어댄다. 

눈물콧물이 사정없이 흐르고,눈썹은 하얗게 서리가 핀다.

완전 초특급 바람에 몸이 휘청거려 정상에 서있기조차 힘들다.

그야말로 악명높은 소백의 `칼바람`이 지대로다.

쫓기듯 휘청거리며 뒤뚱뒤뚱 정상을 내려선다.

그러면서도 혹시라도 시야가 넓어질까 두리번거려보지만,천만의 만만의 콩떡~

주목삼거리에 이르러서야 바람이 좀 잦아들어 한숨 돌리는데,

칼바람맛이 어찌나 매서웠던지,입이 잘 안움직여지고 귀까지 막 먹먹하다.

내리막은 신나게..

 

쉼터로 다시 내려와 멋드러진 눈꽃나무 아래서 요기를 하는데,

잠깐 앉아 있었는데도 금세 한기가 든다.

오늘..춥긴 참 추운 날이다.

겨울소백의 멋을 한껏 만끽하고 상경하는 길..

원주쯤 이르니,새하얀 치악산이 어서오라 유혹한다.

내일은 치악산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