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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청태산


산행일 : 2019년 3월 31일

산행지 : 청태산

산행코스 : 휴양림-제2등산로-정상-제1등산로-휴양림

산행이야기:4시 반으로 알람을 맞춰놓았지만 도저히 눈이 안떠진다.이불속에서 갈까말까를 무수히 반복하다 30여분이 지나 억지로 몸을 일으켜보지만,배낭을 꾸리면서도 갈까말까 머릿속이 복잡하다.그만큼 게을러졌다는 증거다.의욕넘치고 팔팔했던 시절엔 산에 가고싶어 안달이 나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벌떡벌떡 잘만 일어났는데,이젠 꼭두새벽 나서는게 너무 힘들고 귀찮아졌다.


`강원산간 눈`이라는 기상예보만 보고 무작정 강원도로 향한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횡성쯤 이르자 진눈깨비로 변하기 시작하고,얼마안가 함박눈이 되어 내린다.

창밖으로 보이는 한겨울 풍경에 `와아~와아~`하며 연신 탄성을 쏟아낸다.

새벽같이 일어나려면 죽을맛이지만,일단 집만 나오면 다 좋다.


즉석에서 산행지를 청태산으로 잡았다.

설경이 너무 예뻐 `저 산이 어디냐?` 하니,청태산이란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주차장을 100m정도 앞에두고 방지턱 하나를 넘지 못하고 헛바퀴질을 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차가 눈길에 빙그르르 돈다.엄마야~~

설경 끝내준다며 좋아할 때가 아니다.긴장하며 도어 손잡이를 있는 힘껏 부여잡는다.

살금살금 후진하여 도로옆 공터에 주차하기까지 얼마나 떨리던지..

 

어쨌든..

우리는 겨울왕국속으로 들어간다.야호~~! 



싸락눈은 쉴새없이 내리고,눈앞의 설경은 내일이면 4월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황홀하다.

하물며 아무도 밟지않은 눈쌓인 아름다운 데크로드를 뽀득뽀득 발자국내어 걷는 기분이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동상이몽..

누구는 눈속에 파묻힐 생각에 완전 흥분하며 방방뜨고 있고..

누구는 러셀하며 올라갈 생각에 이쯤에서 그만 하산하고 싶고.



안개가 심하게 몰려오며 흑백 세상으로 바뀐다.

마치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 위에 있는듯한 착각이 잠깐 들지만,이 눈바람을 맞으며 저 속으로 들어가려니 조금 심란하기도하다.

눈이 그치고 안개도 싸악 걷히면 더할나위 없을텐데.. 



스틱으로 일일이 짚고 난 후에야 한 발 한 발씩 걸음을 내딛는다.

잘못 내딛었다가는 허벅지까지 빠지는건 순식간이다.

멀쩡히 잘 다녔던 길인데도 등로 분간도 잘 안되어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다 밧줄구간을 겨우 발견했다.

남자쫀심에 절대로 앞을 내어주지 않는 몽몽님은 앞에서 러셀하느라 완전 쌩고생이다.

발자국만 내도 되는데 굳이 꾹꾹 눌러 마누라 발 디딜곳을 확실히 다져놓는 저 세심함이라니..

 


상고대가 정말 장관이다.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며 찰찰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나저나 삼거리는 왜 이렇게도 먼거야?

우리 잘 가고 있는거지?





제대로 된 눈산행 한번 못해보고 올겨울을 보냈다 생각했는데,

3월의 마지막날에 이렇게 눈속에 파묻힐 줄이야~~

삼거리에 도착하니 여전히 싸락눈은 멈추지않고 안개 또한 걷힐 기미가 안보이지만,눈풍경만큼은 최고다.

매표소에서 삼거리까지 겨우 1.3km밖에 안되는 거리를 1시간 반이나 걸려 도착했다.






들바람꽃 군락지인 헬기장을 지나 정상으로 향한다.

지금부턴 뒤이어 올라온 나홀로 산객의 발자국을 따른다.



맨 그 풍경이 그 풍경인데도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하늘을 올려다봐도 옆을 봐도 앞을 봐도 온통 하얗기만하다.

날이 좋아질꺼라는 일말의 기대는 애당초 버렸다.

오늘은 겨울왕국속에 있다는것만으로 만족하는걸로..





청태산 1194m




하산은 조금은 완만한 제1등산로를 택한다.

올라왔던 길을 다시 코박고 내려가려니 도저히 엄두가 안나기 때문이다.

둔내휴양림과 갈라지는 지점에서 매표소까지는 1.3km..




하산길 또한 경사가 만만치않다.

자세를 바짝 낮춰 한걸음씩 내딛더니,계단구간에서는 도저히 안되겠는지 아예 엉덩이썰매를 타며 길을 낸다.





급격하게 떨어져 드디어 임도길을 만났다.

전나무 우거진 길은 완전 크리스마스 트리가 따로 없다.

그야말로 3월의 크리스마스다.




 




새벽같이 나와 눈산행까지 했으니,피곤할법도 할텐데 주문진으로 바다보러 가잖다.

한번 발동 걸기가 어렵지,한번 걸면 그 어디든 못가랴..콜~~!

바다내음 맡으며 도루묵알 오도독 오도독 씹고 있자니 4시간여의 산행길이 꿈결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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