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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계방산


산행일 : 2020년 1월 25일

산행지 : 계방산

산행코스 : 운두령-전망대-정상-운두령

산행이야기:설날 아침,차례를 지내고 떡국 한그릇 먹는걸로 쉰한살이 되었다.언제 이렇게나 많이 나이를 먹어버린건지,세월 참 무정타!!

할 수만 있다면 가는 세월 밧줄로 꽁꽁 묶어두고 그만 이쯤에서 멈추었음 좋겠구만..


서석가는 길에 계방산에 들러 땀빼며 운동이나 하고 가자~했는데,이게 왠일인가싶다.

운두령을 오르며 산꼭대기를 보니,정상이 새하얗다.

행여나 녹아 사라질까 조바심이 나기 시작하여 차가 멈추자마자 부리나케 산행준비를 마치고 산으로 냅다 튄다.

헌데,마음은 이미 산꼭대기의 하얀 세상속에 가닿아 있지만,걸음은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

포근한 날씨에 땅이 질퍽하여 눈길을 걷는것보다 걸음이 훨씬 더딜뿐더러 굵은 땀방울은 자꾸 눈을 찌른다.

웬만한 산을 훌쩍 넘는 높이 1,098m인 고갯마루에서 시작해도 언제나 쉽지 않으니..

그렇게 거친 숨 토해내며 걷고 걸어 마침내 황홀한 겨울왕국 속으로 들어왔다. 



나무에 들어붙어 얼어붙었던 서리꽃들이 뚝뚝 떨어지며 눈처럼 날린다.

눈이 내려 만들어진 풍경은 아닌데도 마치 눈꽃이 핀 것처럼 아름다운 상고대 풍경에 그저 감탄사만 쉴새없이 쏟아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풍경은 점점 황홀해진다.

길 양옆으로 산죽길이 이어지며 무채색의 풍경에 색이 더해져 더욱 근사한 풍경이 된다.

그리고 얼음꽃의 두께도 제법 두꺼워졌다.   


각종 참나무에 거제수나무,물푸레나무,그리고 야광나무까지 모두 새하얀 옷을 입었다.

그 속을 걷고 있노라니,행복이 뭐 별건가 싶다.오늘의 행복지수는 무조건 100%다. 





예전만해도 날씨만 잘 확인하여 산으로 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었던 설경이 요즘엔 날씨의 변화로 좀처럼 볼 수 없게 되었다.

겨울이 실종되었는지,눈구경하기도 힘들고 코끝 찡하게 빠짝 추운날도 드물다.

진정한 `겨울산`을 만나기 참 어려운 요즘이다.



전망대가 가까워오며 시야가 트이기 시작하지만,하늘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구름 사이로 햇살은 번지는데,안개는 점점 뿌옇게 차오른다.

파란하늘 아쉽지만,겨울산의 진면목을 보는걸로 만족한다.





1,492봉 전망대에 도착하여 유순하게 이어지는 정상부의 풍경을 보니 그저 감탄만 나온다.

계방산의 멋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이쯤에서 잠시 흥분을 가라앉혀야 하지만,나대는 가슴은 진정이 안된다.



정상으로 향하는 산사면으로는 눈 덮인 나무숲 사이로 주목이 박혀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구름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나올때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전망대에 올라 파도치듯 넘실거리는 겹겹의 산봉우리를 바라본다.

흐릿하여 조금 아쉽지만,설악에서 오대산 줄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두로령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가 용문산,유명산을 지나 청계산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한강기맥도 그려진다. 



오늘도 두고 두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남긴다.

산에서의 추억을 축적해 놓은걸로 치자면 그 어느 재벌 부럽지 않다.

부디,지금처럼만 건강하여 앞으로도 더 많은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 추억의 곳간에 가득 쟁여 놓기를 바랄뿐이다. 

 


전망대 주변으로는 산호초 가득이다.

나무마다 꽤 두꺼운 얼음옷을 두르고 있다.

날도 그리 차갑지 않은데도 어떻게하여 이런 아름다운 결정체가 만들어졌는지 신비롭기만하다. 




충분히 조망을 즐기고나서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새하얀 능선이 장관이다.

황홀한 풍경에 걸음걸이마저 달콤하다.

우리 둘만 보기엔 너무 벅차다.

여러사람에게 보여주고픈 아까운 풍경이다.  




다시 또 황홀한 터널로 들어간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해서 저절로 감탄사를 아끼게 된다.





걸어온 길 뒤돌아 새하얀 산등성을 굽어본다.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곡선의 마루금이 가히 압권다.

눈앞의 황홀한 풍광앞에서 그 어떤 말이 필요할까 싶다가도 한편으론 표현할 재간이 없어 또한 답답하다.






작은 바람에도 얼음꽃들이 흩날리고,

기온이 점점 올라가며 바닥으로 흰꽃들이 나뒹군다.  





이토록 황홀한 숲을 우리 둘이 전세내었다.

딱 네명의 산객만 마주쳤을 뿐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관문인 나무 두 그루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다.

두 팔 벌려 환영하듯 서있다.






계방산 1,577m


참 별일도 다 있다.

계방산!! 하면 살을 에는 추위에 세찬 바람인데,

오늘은 어쩐일인지 너무나도 순한 날이다.

바람 한 점 없고,춥지도 않다.  

 



배낭을 내려놓고 주목군락지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보기도한다.

도저히 그냥 두고 갈 수 없을 만큼 멋진 설경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왠일인지 몽몽님이 먼저 앞장선다.











두고가기 아까워 한참을 정상 부근에서 서성인다.

과연 설경1번지라 불릴만한 멋진 풍광을 가슴에 담는다.









파란 하늘 기다리며 마냥 머물고 싶지만,차마 그럴 수는 없고...

걸음을 한없이 아껴가며 천천히 다시 운두령으로 향한다.


등로가 반질반질하게 얼어있어 내려서는 걸음이 쉽지않다.

자세를 낮추고,게걸음으로 설설 기다시피한다.








다시 전망대 앞에 서서 주변을 둘러싼 고산준령의 풍광을 감상한다.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상고대 핀 겨울산의 모습이다.  






진흙길에 미끄러질까 조심하며 산을 내려선다.

운두령에 도착하니,바짓가랑이며 등산화가 완전 흙범벅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멋진 선물을 받고,기분좋게 서석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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