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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일 : 2021년 5월 22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소공원-비선대-마등령-공룡능선-신선대-천불동계곡-소공원

산행이야기:일주일만에 다시 또 설악이다.이번엔 정말 큰 맘먹고 작정하고 나선다.어느 코스로 가든 처음부터 끝까지 쉽지 않은 설악인데,그 중에서도 힘들다고 소문난 설악의 공룡능선이라 더욱 더 몸과 마음을 단디 먹는다.

 

설악동에 주차하고 잠깐 눈을 붙일까 하는데,잠이 올 리 없다.

쉴 새 없이 승용차와 관광버스가 들어오고,한무리씩 쏟아져 나올때마다 소란스럽기 짝이 없다. 

아마 전국에 있는 산객들 다 모인갑다.

간신히 2시간여를 때우고나서 3시 반쯤 되어 산행을 시작하는데,그 많은 산객들은 이미 다 지나갔는지 불빛 두개 동동거리는 산길이 너무 휑하여 조금 으스스 하다. 

 

비선대에서 시작되는 산길은 금강굴을 지나 안부에 올라설때까지 가파르게 곧추선다.

고르지 못한 돌길에 바윗길이라 빨리 갈래야 갈 수도 없고,오로지 보폭을 좁게 하여 한걸음 한걸음에 집중한다.

얼마안가 울산바위 방향으로 여명이 트기 시작하며 설악의 웅장함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데,역시 설악!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오른 걸어가야 할 공룡능선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온다.

대청과 중청 라인이 그려지고,세존봉,범봉 그리고 천화대가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신령스런 모습으로 우뚝 솟았다.

보고 있자니 가슴이 막 두근거린다.  

 

 

 

설악의 봉우리마다 아침 햇살 가득하여 눈부신 시간..

비록 힘들지만 이 멋진 설악을 품을 수 있어 좋다.

긴 계단 만났으니 이제 곧 마등령이 머지 않았다.

 

 

 

마등령에 도착하며 본격적으로 공룡능선으로 진입하기 전,간단히 요기하는데 바람소리 윙~윙~ 장난 아니다.

콧물 훌쩍거리며 떡 두개를 억지로 욱여넣고,체력소모가 많은 구간이니 소세지도 하나 먹어둔다.

 

 

 

두루미꽃
금강애기나리
큰앵초

밧줄구간 나오니 정체현상 잠깐 빚어지고..

쉬어갈 수 있는 타이밍이니 빨리 가야겠다는 조바심은 없다.

 

 

 

산솜다리

드디어 만났다.산솜다리..

바로 나를 이곳으로 오게 한 장본인이다.

여기까지 고생하며 기어 올라온걸 아는지,대가족이 버선발로 나와 환영하며 반기는데,

하필 터잡은 곳이 바위 한가운데라 몽몽님 도움을 좀 받았다.

 

 

 

팔힘 좀 써야 하는 구간은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지루하지 않아 재밌지만,오늘은 바위가 살짝 젖어있는 관계로 각별히 신경써야한다.

 

 

 

돌단풍

바위틈으로 핀 돌단풍,생명력 참 대단타.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도 꽃을 피워내니..

 

 

 

금강봄맞이

산솜다리에 이어 내 가슴 떨리게 한 두번째 장본인,금강봄맞이..

실은 산솜다리보다 더 보고 싶었던 꽃이다.

보통 `금강`이라는 접두사가 붙은 들꽃은 왠만해선 보기 힘든 귀한 꽃들이 많다.

금강애기나리,금강초롱,금강분취,금강제비꽃 그리고 금강봄맞이..

아마도 이 중에서 가장 보기 힘든 꽃이 아닌가싶다.

 

 

 

마누라 극성에 잠 한숨 못자고 퇴근하자마자 끌려온것도 모자라 바위에 붙은 꽃까지 찾아내라 협박당하는 몽몽님..

근데 왜케 잘 가는거야?

힘들다,힘들다 말 뿐이고,꾸준히 같은 속도로 참 무던히도 잘 걷는다.

나 몰래 감춰두고 뭘 좋은걸 먹나??

 

 

 

난장이붓꽃

보통 붓꽃이 60cm라는데,이 난장이붓꽃은 키가 5~8cm밖에 안된다.

그래서 `난장이`란 이름이 붙었는데,거친 설악의 환경에 적응하려면 어쩔 수 없이 자세를 낮춰야만 했을테다.

걷다보면 발끝으로 보랏빛 꽃들이 빼꼼 고개 내밀며 인사하는통에 나 또한 자세를 잔뜩 낮춘다.

 

 

 

오늘은 사진 욕심,꽃 욕심을 조금 줄이고 산행에 집중하지 맘먹고 왔지만,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꽃들을 외면할 수 없어 걸음을 자꾸만 멈춘다.

 

 

 

바위맛집 즐기랴,꽃구경하랴,바쁘다,바뻐!

 

 

 

골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곳,이 지점을 지나면 1275봉으로 오르는 힘든 구간이 슬슬 나온다는 증거다.

가다보면 가지겠지뭐..

 

 

 

거대한 암벽 옆으로 울퉁불퉁한 돌길을 헥헥대며 오른다.

1275봉은 공룡능선을 남진이나 북진할때 가장 힘겨운 구간인데,대략 능선의 중간쯤 되어 체력이 어느 정도 소진된데다 오르막이 꽤 길어 언제나 고전하는 구간이다.

 

 

 

힘든 구간 잠시 쉬어갈겸 이쁜이들과 눈맞추고...

 

 

 

1275봉 안부에 올라 지나온 능선 바라보고 있자니 뿌듯하다.

귀가 멍할 만큼 바람이 하도 불어 과일 하나 못먹고 안부를 내려선다.

 

 

 

마치 현실세계가 아닌 영화 아바타에서 봤던 그 장면이 떠오르고,

언젠가 갔던 중국 황산의 모습 같기도 하다.

역시 명불허전 설악이다.어디 내놔도 조금도 손색없는 풍광이다.

 

 

 

어제 비가 꽤 많이 왔나보다.

도대체 어디서 물이 나오는건지 줄줄 물길이 생겨 바위가 잔뜩 젖어있다.

쇠난간을 꽉 부여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서야하는 구간과 맞닥뜨린다.

 

 

 

저만치 보이는 산솜다리 군락지를 차마 지나칠 수 없어 젖은 바윗길을 올라가는 이 대담함이라니..

발디딤을 확실하게 하는게 포인트다.

바로 아래 믿거라하는 낭군님이 지키고 있으니 걱정은 붙들어맨다.

 

 

 

새벽에 오른편으로 봤던 울산바위가 이젠 왼편으로 놓였다.

보는 각도마다 참 다양하게 보이는 설악의 대표 명물,울산바위다.

 

 

 

바로 눈앞으로 하늘에서 꽃이 내려와 앉았다는 천화대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릿지 코스로 알려져 있다.

 

 

큰앵초

큰새봉과 1275봉을 배경으로 하는 내가 아는 가장 큰 산솜다리 군락지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 기어 올라섰더니,바람이 사정없이 불어대는 바람에 얼른 내려선다.

몇 집이 이사를 갔는지 예전보다는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햇살은 강하지만,바람이 불어 시원하게 걸을 수 있는 날씨다.

500ml 물 세병을 챙겨왔는데,아직 반이나 남았다.

바람때문에 한없이 가느다란 꽃대를 가진 금강봄맞이를 찍기엔 좀 어려움이 있지만,바로 바람 때문에 갈증없이 수월하게 걸을 수 있으니 참 공평한 날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바위들이 조금씩 무덤덤해지기 시작한다.

다 그 나물에 그 밥,그 바위가 그 바위로 비슷비슷하게 보이고...

발걸음도 조금씩 무거워진다.

 

 

 

스릴감 넘치지만 참 친절하지 못한 공룡의 등줄기다.

시원한 숲길이 나오는가하면 또 짜릿한 구간이 나오기를 반복하다보니 한시도 지루할 틈 없이 긴장한다.

 

 

 

숲속의 어여쁜 앵초아씨들,화사하게 피어 기운나게 만들어준다.

같은 큰앵초라도 설악의 큰앵초는 색감이 유난히 진하다.

 

 

 

마침내 신선대에 올라서며 공룡능선은 끝이 난다.

과연 최고의 조망 포인트답다.

공룡능선의 암봉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여유있게 조망을 즐긴다.

어느새 힘들게 걸었던 추억은 기억 저만치로 사라져 버렸고,단풍 든 공룡과 운해 넘실거리는 풍경을 꿈꾸고 있다.

 

 

 

희운각대피소가 발아래로 보이고,그 위로 이름마저 어마무시한 죽음의 계곡..

 

 

 

올때마다 조금 까다로운 구간도 수월하게 통과하며 힘든 구간은 이제 거의 다 끝이 난다.

 

 

 

희운각 대피소 갈림길에 닿아서야 맘 편히 돗자리 펴고 점심 냠냠..

달달구리 커피로 마무리했으면 100점짜리 밥상인데...

보온병 무게 줄이느라 안챙겼더니 따뜻한커피 한잔이 아쉽다.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숲속을 걷는데도 오히려 공룡길 걸을때보다 더 후텁지근하고 무덥다.

한낮으로 치닫으며 기온은 점점 올라간다.

 

 

 

그래도 눈과 귀가 시원하니 더위가 좀 식는거 같다.

수량도 풍부해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주 우렁찬데,몸이 달아오르니 맘같아선 당장 입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천당폭포,양폭,오련폭포등 천불동계곡의 내노라하는 명품 폭포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계곡길 음미하며 여유만만으로 걷는다.

시간 여유있고,교통편도 확실하니 서두룰 이유 하나 없다.

 

 

 

함박꽃

그 어느때보다 비선대 다리가 더없이 반갑고,다시 3킬로를 더 걸어 소공원에 도착하며 11시간에 걸친 산행을 마무리한다.

 

오늘도 그냥 갈 수 없다.

장사항 단골횟집에 들러 회한사라 포장해서 3시간쯤 달려 집에 오니 딱 저녁시간이다.

그리고 복분자주 두잔에 완전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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