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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 첫째날

산행일 : 2011년 10월 5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끝청-중청-대청-중청대피소(1박)

산행이야기:무턱대고 저지르고 보는데는 일가견이 있다.울긋불긋 단풍소식에 갑자기 설악산바람이 불어,불과 몇시간안에 후닥후닥 대피소 예약하고,버스표까지 덜컥 예약해버린다.막상 배낭을 꾸리려니,처음으로 홀로 나서는 박산행이라 겁도나고 두렵기도 하다.  

 

6시30분 동서울에서 출발한 버스가 2시간만에 한계령에 도착한다.

휴게소에 들어 혼자서 아침밥먹는거부터 큰맘을 먹게되고,

조금 멋쩍지만 아무렇지도 않은듯 황태해장국 한그릇을 싹싹 비워낸 후,산을 오른다.

 

오를수록 단풍길이 점점 화려해진다.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가을속에 파묻혀 단풍놀이를 한다.

혼자 외롭기도하고 쓸쓸하기도 하면서도,

그러다 또 왠지 내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해서 어깨에 힘이 딱 들어가기도한다.

 

 

 

 

 

 

 

느긋하게 올랐다고 생각했는데,벌써 한계삼거리다.

아직 완전히 불타는 가을은 아니어도,바위를 수놓은 온갖색들이 아름답다.

요란하지 않게 차분히 바위위에 앉아 바라보노라니..가을여인이 된거같고,

여기에 이렇게 앉아있음이 더없는 행복으로 느껴진다.

가다가 힘들면 쉬고,바위위에 누워 하늘도 바라보고,배고프면 아무데나 주저앉아 사과하나 베어물고..

걸림없는 홀로산행이 이래서 좋구나~~~완전 자유인~~~

 

 

 

 

 

 

 

몽몽님이 단풍에 한눈팔지말라 여러번 일렀거늘,어찌 안 팔 수 있겠는가..

한 눈뿐 아니고 두 눈 다 팔아도 어느새 성큼 다가온 설악의 가을을 다 담을 수 없다.

 

어느한켠 나무에 기대 떡한조각을 먹고 있는데,한무더기의 버글버글한 남자 일곱이 바로 옆자리에 자리를 편다.

애써 외면하고 얼른 먹고 일어서야지 하고 있는데,떡으로 되겠느냐며 함께 식사하자고 여러번 권하시길래,

못이기는척 꼽싸리 껴보는데,완전 진수성찬이다.

오미자주까지 두사발 받아먹으며,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근거지와 고향이 점점 근접해진다.

더 깊이 파고들다가는 한다리건너 먼 친척뻘까지 되겠다싶어 요쯤에서 스톱~~

 

 

 

 

 

낯선이들과 동행하며 천천히 걸었는데도 중청에 도착하니,2시 30분밖에 안되었다.

배낭 내려놓고 대청으로 오른다.

중청에서 대청구간은 이미 단풍이 저버리고,몇송이 볼 수 있지않을까 했는데 구절초도 다 시들어버리고 없다.

 

 

대청봉 1708m

 

오래 머물고 싶었는데,바람이 강해서 서둘러 내려온다.

산장지기님이 아줌마 혼자왔다며 명당자리를 배정해주신다.

양옆이 기둥과 통로로 되어있어 널널한 209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일몰시간도 아직 멀었고..

점심을 든든하게 얻어먹어 딱히 시장기는 없지만,멍하니 앉아있으려니 청승맞아 보이는거같아

복잡한 취사장으로 삐집고 들어간다.

지금까지는 좋았는데,혼자 밥먹는게 쪼까 부끄럽고만...

구석자리에서 김치찌개끓여 가져간 밥한그릇을 맛도모른채 후다닥 먹고 자리터는데,

다 먹고나니,얼마나 급하게 먹었는지 입천장이 홀라당 다 까져버렸다.

 

 

 

 

단단히 챙겨입고 이선수님이 알려주신 일몰포인트로 향한다.

누가 뻥쳤더라? 저 탁구공모양 시설물안에는 탁구장이 있다고...

거기까지 오르니,해넘이가 시작되고 있다.

달달떨만큼 추운데도 해가 산아래로 떨어지는것까지 보려고 하는데,이내 먹구름속으로 들어가버리고 말았지만..

노을빛에 물든 중청의 평원은 너무 아름다웠다.. 

 

대피소안이 완전 도떼기시장이다.

오늘따라 목소리 큰 아줌마아저씨들 천국이다.

바로 옆자리에선 개념을 밥말아드신 어르신들이 부어라마셔라 술판까지 벌였다.

7시도 안돼 잠자리에 들었는데,잠이 올리가 만무하다.

9시 소등시간이 되어서야 좀 조용해졌는데,그 때부턴 여기저기서 기차화통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이선수님의 기차화통은 이거에 비하면 무지 순한편이다.

이리저리 뒤척거리다 간신히 잠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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