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2년 8월 25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비룡폭포-토왕성폭포-칠성봉-화채봉-만경대-양폭-설악동
산행이야기:날짜가 하루 앞당겨지는 덕에 갈 수 있게 된 설악산..소공원에 도착하니,빗줄기가 점점 강해진다.가느냐마느냐 하다가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말에 겁나면서도 한편으론 안도한다.
짐작은 했지만,계곡길이 장난이 아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바위길은 위험천만하다.
미끄러지며 가까스로 균형을 잡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신경을 곤두세우며 조심조심한다.
날이 새면서 보여지는 설악의 골은 신비스럽고,
안개에 휩싸인 봉우리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거같다.
눈앞에 나타난 토왕성폭포..360m..동양최대규모라했던가?
입이 떡~~벌어진다.
그 위용에 놀라고,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에 놀라고,물길을 건너야하는 공포에 떨고..
1,2단계를 거쳐 미끄러운 바위를 내려와 자일잡고 물을 건너야하는데,도저히 발이 안떨어져 멈칫멈칫거린다.
피터팬님이 건너라고 두번세번 외치시지만,착지순간 미끄러 떨어질까 무서워서리...
나 죽었다~하고 폴짝 뛰어 살아난다.
산넘어 산이라더니,또 한군데 아찔한 구간이 기다리고 있고..
앞사람들 건너는거 보니,간이 더 오그라들고..
또 나 죽었다~하고 펄쩍뛴다.
그 와중에 연잎꿩의다리를 담아보겠다고 깝죽거리다가 쭈르르 미끄러져 물귀신작전으로
펭귄님 바짓가랑이 붙잡으며 살아남고..
꽃이고뭐고 지금부턴 정신차리고 내 목숨이나 잘 간수해야지 원..
폭포 상단으로 오를수록 신비스러움은 더해만가고,
언제 또올까싶어 보고또보고 한다.
안개속에 숨었던 `별을따는 소년들`릿찌코스가 나타나고,
이제,그 무시무시하다는 5m직벽구간으로 다가간다.
콩당콩당 공포의 직벽구간이 나타나고..
두손 두발 다 써가며 기올라 로프구간에 닿고..
내 차례가 되어 버벅거리고 있는데,대장님이 꼼짝말고 가만 있으라더니,
보조자일 하나를 더 내려주시면서 허리에 차라고..
겨우 통과한 후에도 진정이 안돼 가슴도 떨리고 손도 떨리고...
위험천만한 구간은 계속 이어지고,
밧줄잡느라 온힘을 다 썼더니,완전 기진맥진해지고,너무 힘들어서 욕까지 막 나올라한다.
점점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하나둘씩 안개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설악의 봉우리들..
고생끝이 낙이왔구나...
전망대바위에 올라 뒤돌아보니,속초시가지와 동해바다가 보인다.
묻지마시라..왜 개고생을 하며 가지말라는 그리로 오르냐고..
어찌 답할 수 있으랴..아무리 설명해도 이 맛을 모를텐데..
칠성봉에 올라 운해에 취한다.
섬이 된 공룡과 마주하고 저항령과 황철봉 그리고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살짝씩 조망한다.
봐도봐도 황홀한 풍광..
갈 생각들을 안하자,피터팬님이 여러번 경고를 주시고..
그럼에도 듣는둥마는둥 여전히 발은 안떨어지고..
가야하는데 고산의 꽃들이 또 발길을 잡는다.
천국의 꽃밭에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지만,갈길은멀고..
운해가 대청봉일대를 뒤덮고,그 아래로 낮게 드리워진다.
시시각각 요동치며 움직이는 풍광이 참으로 장관이다.
화채봉
발을 헛디뎌 바위에 무릎을 부딪쳤다.
얼마나 아픈지 눈물까지 찔끔..
바지가 흥건해서 살펴보니,피까지 흐르고..
대일밴드 두개로 지혈을 하고,화채봉에 올라 내설악과 외설악을 시원하게 조망한다.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지나온 길을 바라보니,대견스럽기까지하고...
구름바다는 여전히 햇살속에서 춤을추고..
범봉을 가까이서 조망한 후,양폭으로 내려선다.
이제 끝이구나 했는데,막판까지 공포의 구간은 이어지고..
쭉쭉 미끄러지는 흙길에 구르는 돌길에..가파르게 내리꽂는다.
양폭을 다 내려서기까지 긴장의 연속..
그리고..양폭에 도착하고 다시 2시간을 내려와 소공원에 도착하며 십년감수했던 12시간산행을 마무리한다.
신비의 토왕성폭포..
칠성봉에서의 황홀했던 구름바다..
아찔했던 순간들..
오늘산행은 내 생애 딱 하루뿐일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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