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2년 9월 4일
산행지 : 소백산 1440m
산행코스 : 어의곡-비로봉-국망봉-늦은맥이재-어의곡
산행이야기:초록빛 봄산에 흐드러진 철쭉,앙칼진 칼바람속에 피어난 겨울눈꽃..그리고 가을은?? 가을소백산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으니 그려내지도 못하겠다.가을 소백산을 만나러간다..
(쥐손이풀)
요즘 어딜가나 볼 수 있는 흔한 꽃들이지만,물기머금은 꽃들이 유난히 싱그럽다.
이끼를 품고 흐르는 계곡물소리는 우렁차기만하고..
계곡을 벗어날때까지 많은 들꽃들과 눈맞춘다.
(물봉선)
(달맞이꽃)
남한강위로 걸쳐있는 구름이 참 멋있다~하며 왔는데,점점 날씨가 우울해진다.
숲이 우중충해지기 시작하더니,잣나무숲으로 들어서자 먹구름이 몰려오고..빗방울이 날린다.
오후 3시부터 온다던 비가 뭐가 급한지 벌써부터 오고 난리야~~
(둥근이질풀)
(구절초)
비로봉 1493m
바람에 몸을 지탱하기 힘들다.
역시나 가을에도 변함없는 이 소백의 바람..
빗방울이 눈처럼 흩날리고,몸이 달달 떨려온다.
빗물젖은 김밥이라도 먹고 내려 가려고 정상 바로아래 돌덩이를 방패삼아 선채로 궁상맞은 점심을 먹는다.
먹고 살겠다고..이 와중에도 굴하지않는 식욕이라니..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아니 먹는자에게 복이 있나니..
아무것도 안보여줄거 같았던 소백의 마루금이 살짝씩 드러나면서 구름이 춤추기 시작한다.
밥도 안먹고 그냥 휘리릭 내려갔음 어쩔뻔했어..
너른평원이 드러나고 연화봉이 드러나고 초원속에서 들꽃들이 드러난다.
우울했던 마음은 급 환해지고,하늘까지 환해진다.
아~~이게 바로 가을 소백의 모습이구나~~
순백의 구절초에 빠지고,몰려오는 구름속에 빠지고..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띠띠디 디디디디...
비로봉을 내려와 바위에 주저앉는다.
주저앉은 바위에 악착같이 핀 구절초..
그리고 발아래 초록세상과 구름이 만든 산그림들..
구름이 비로봉을 뒤덮고,또 어느순간 싹 벗겨지면서,평원은 구름속 산책로가 되고,
막 가을로 접어든 그 길에선 가을의 진한 향기가 난다.
(왜솜다리)
당초 계획했던 국망봉으로 향한다.국망봉의 하늘이 열려있다.
사방이 안개로 꽉막혔을때만해도 국망봉이고뭐고 어의곡으로 어여 내려가야지 했었는데..
(바위떡풀)
노랗고 발갛고 하얀 아름다운 꽃길..
가을꽃의 향연이 이어진다.
진짜 가을이 왔구나~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사람이 보고싶은 계절..가을..
가을이 아니더라도 사계절 잘만 싸돌아치면서 뭘 새삼스럽게 이런 센치한 마음이 드는지..
에궁..살이나 빼자..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네..
에궁..책이나 읽자..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라네..
(일엽초)
(투구꽃)
(송이풀)
구름은 비로봉에서 이어지는 능선을 넘지못하고...
비로봉은 구름속에 갇혀있다.
그리고는 얼마안가 능선을 넘어 폭포수처럼 쏟아져 흘러내린다.
국망봉 1421m
구름이 점점 몰려온다.
비로봉도 국망봉도 구름속으로 숨었다.
늦은맥이재부터 시작되는 계곡길..남은길이 만만치않다.
등로가 물길이 되어 길인지 계곡인지 구분이 안되는 구간이 많다.심한 내리막은 쭉쭉 미끄러진다.
태풍의 여파로 쓰러져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등로를 막고있어 기어서 통과하고,
계곡의 물살이 하도 세서 곡예를 하며 건넌다.기어이 등산화까지 벗게되고..
마지막 계곡물을 지나며 오늘하루 흘린땀과 비에젖은 몸을 씻어내고..
어의곡주차장으로 내려오니,갑자기 하늘이 빵꾸가 났는지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한다.
한치앞도 안보일정도로..
조금이라도 일찍 비가 내렸으면 험난한 하산길이 될뻔 했는데..다행히 하늘이 도왔다.
미처 알지 못했던 가을소백의 아름다움을 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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