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2년 12월 8일
산행지 : 몽가북계
산행코스 : 홍적고개-몽덕산-가덕산-북배산-계관산-개곡리
산행이야기:어젯밤..어머님기일을 치르고..손님들두고 새벽같이 집을 빠져나온다.주말이면 으례 산으로 튀는줄 아시니 뒷탈이야 없겠지만,좀 양심에 찔린다.그렇다고 몽가북계가 날 부르는데,아니갈 수도 없고...이럴땐 몽몽님과의 동행산행을 시작한게 백번천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못이기고 따라가는척 액션을 취하며 현관문을 나선다.
오늘은 눈이 너무 많이와서 카니발대신 가평역까지 청춘열차를 탄다.
아침은 각자 해결하라 했더니만,션찮으신 두 분은 식당칸이 있는줄 알고 그냥 오셨다.헐~~
굶어도 배부르신 분들이니 굶으세요..ㅎ
덩치좋은 다섯명이 택시한대에 꾸겨타고 홍적고개로 간다.
아무도 밟지않은 산길..초입부터 러셀이 시작된다.
가덕산까지는 다들 초행길인데,나만 혼자 와봤던 길이라 큰소리치며 앞장섰더니만,금세 다리힘이 빠진다.
기럭지가 짧으니,무릎위로만 눈이 빠져도 허우적거리고...만만치않은길이 계속된다.
갈수록 태산..몽덕산 지나 가덕산으로 가는 길은 더 심각하다.
서쪽바람이 불어 등로로만 눈이 몰리는바람에 사면을 치며 쌩길을 걷는다.
바람은 눈보라를 일으키며 미치게 불어대고.. 중심을 못잡고 앞뒤로 자꾸만 넘어진다.
하얗게 쌓인 방화선따라 아무생각없이 걷고 싶었는데,눈이 많아도 너~~무 많은길..
아직 가덕산도 못왔는데,전부터 `몽가북계,몽가북계~~`노래를 부르셨던 두분은
벌써부터 탈출로를 찾을 궁리만 하신다.
이건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다리에 쥐날꺼 같다고...
이 와중에도 꿋꿋하게 길을 뚫으며 시종일관 앞장서 나가는 몽몽님~~~
집에서나 힘쓸것이지 이렇게 밖에서 힘을 다 빼니 원..
뒤돌아보면 화악산이 멋드러지게 우뚝 솟아있고..
산줄기들은 시원하게 속살을 드러내보이고 있다.
겨울산,특히 경기북부쪽 산은 유난히 힘이있고 거침이 없어서 남다른매력이 있는거같다.
가덕산
아침을 굶으신 두 분이 영~힘을 못쓰시는거같아 삿갓봉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이른점심을 먹기로한다.
추억의 장소이기도 한 이 곳..그 때,산씨아저씨가 가져왔던 고들빼기김치랑 느린마을막걸리가 생각난다.
샷쉐프가 끓여주신 부대찌개를 달달달 떨면서 정신없이 먹고,후딱 일어난다.
햇살은 좋지만,워낙 기온이 차가워서 밥먹다가 얼어죽을것만같다.오늘같은날은 먹는것도 고역이다...
왼쪽사면이 여의치않으면 산처럼쌓인 눈길을 뚫고 오른쪽사면으로 붙는다.
눈보라가 일면서 눈가루를 하얗게 뒤집어쓰기도하고...
이쯤되니..눈길이 점점 징글징글해지기 시작한다.
계관산까지 다 갈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하고..
북배산
내리막은 쭉쭉 미끄러지며 내려오면 그만인데,오르막은 한걸음 걸으면 세걸음 뒷걸음질친다.
그렇게 오른 북배산..아고 힘들다~~~
지난번에 걸을땐 이렇게까지 경사가 심하지 않았던거같은데..
시간은 2시를 넘어섰고..계관산까지 남은거리는 4킬로..
눈만없으면 2시간이면 떡을 치겠지만,오늘은 이놈의 눈이 사람을 잡는지라...
가야할 길이 빤히 보이고,계관산정상도 손에잡힐듯 보인다.
산너머산...봉우리하나 올라서면 계관산은 저멀리 달아나있고..
또 한봉우리 올라서면 또 달아나있고...
여기부터는 그나마 여러사람의 인적이있어 걷기가 좀 낫다.
입도얼고 손끝도 얼얼해져온다..
말로는 `아,겨울산행은 바로 이 맛이야~~`하면서 주문을 걸고는 있지만,속으로는 완전 죽을맛이다...
싸리재..
여기부터 또 인적은 없어졌다.
몽몽님한테 얼른 진행하자고 한다.뒷분들이 혹시라도 여기서 하산하자고 할까봐...
일단 칼을 뽑았으니,끝장을 보고가긴해야겠다...
이제 다왔구나~~했는데,봉우리에 올라서니 아니다...
아직도 200m씩이나 남았다.눈앞에 나타난 오르막은 한숨만 나오게 만들고...
무슨놈의 200m가 저렇게나 멀단말이고...
계관산
북배산을 출발한지 2시간 30분만에야 도착..
반갑기도하고 발칙하기도하고...
좋~~단다....ㅎ
삼악산과 춘천시와 봉의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언뜻..후평동 고모네집도 보이는거 같기도하고...
내가 살았던 엘리트아파트도 보이는거 같기도하고...
오후의 빛이 발갛게 들어오기 시작한다.
단거리인 가일고개로 하산하기로하고..서둘러 작은촛대봉으로 나아간다.
지난번 삼악산까지 이어걸었던게 꿈만같다.
석파령에서 삼악산까지의 오름길은 정말이지 힘들어서 돌아가시는줄 알았다.
그래도 걷다보니 끝은 보이더라~~
오늘도 끝은 보일까??
길을 잃었다..길이 안보인다..어느순간 등로가 끊기면서 쌩길을 치고 오르내린다.
해는 순식간에 넘어가고 날은 금세 어두워진다.렌턴을 켠다.
조난의 공포감이 몰려온다.추위도 몰려온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일고개로의 방향만 잡고 산길을 헤치며 내려가다가,
방향을 벗어나면 다시 위험천만한 급사면을 올라치고...
누군가 119를 부르자고 한다.올때까지 기다리는것도 만만치않다고 누군가 그런다.
누군가 오른쪽으로 가자고한다.누구는 왼쪽이 맞는거같다고한다.
누구는 안경한알이 없어져버렸다.나도 아이젠한짝이 없어져버렸다.
조금 더 지나자 다른 두 분의 아이젠도 어느절에 없어져버렸다.
사면길은 도저히 갈 수가 없어 계곡으로 붙는다.
나무들 우거진 숲을 빨치산처럼 미끄러지며 헤처나간다.딥다 무섭다..
한참을 헤맨 후..드디어 너른 공터가 나오고...가로지르니 포장도로가 나오고..불빛이 보인다..
내려와보니..동네가 눈에 익다.개곡리..
두해전에 아리언니랑 함께 내려온적이 있던곳..그 때도 임도를 찾다가 여기로 내려왔었는데...
어쨌든...
안경알에 아이젠에..물질적인 피해는 컸지만,다들 무사히 내려왔음에 안도한다.
겨울산행의 위험성을 새삼 깨달은날..
그나저나..
내일은 솔맨형아랑 서대산가기로 했는데..
과연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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