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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

백두대간 30구간(대관령~삽당령)

 

산행일 : 2014년 4월 6일

산행지 : 백두대간 30구간(대관령~삽당령)

산행코스 : 대관령-능경봉-고루포기산-닭목령-석두봉-삽당령(산행거리;27.1km)

산행이야기:일년전 오늘,그 날은 하늘재에서 차갓재까지의 20구간이었는데 난데없이 4월의 눈이 하염없이 내려 고생한 구간으로 기억속에 남아있다.근데,그 날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한동안 날이 푸근해 꽃들이 여기저기서 순서없이 피어났다가 지는 마당에 대설특보라니...

겨울장비를 다시 꺼내 단단히 채비를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어둠속 설경이 다른때같았음 설레였을텐데 오늘은 심란하기만하다.

행여나 지난구간처럼 중도에 탈출해야하는건 아닌지..

끝까지 가더라도 27킬로나 되는 눈길을 어찌 걸어내야하는지...

조금이라도 눈좀 붙여야하는데 잠도 잘 안오고...

몸 뒤틀리며 뒤척거리다보니 눈내리는 대관령에 도착한다.

 

`대관령`이란 표지석을 지나 산행을 시작한다.

나무마다 핀 눈꽃과 10cm넘게 바닥에 쌓인 눈길이 생경스럽다.

예상했던대로 눈때문에 발길은 한없이 더디고,대장님이 러셀한 길만 졸졸 따라가다보니 능경봉까지 300m정도 고도를 높여야하는 구간임에도 그리 어렵지않게 능경봉에 도착한다.

왼편으로 강릉시내야경이 아름다워 잠시 숨을 고르고...

 

대간꾼들의 무사산행을 기원하기 위해 쌓았다는 행운의 돌탑을 지나 대관령 전망대에 도착하니 날이 새기 시작한다.

눈덮인 횡계리와 그 너머로 선자령을 조망하고는 곧바로 고루포기산으로 향한다.       

 

계절을 거슬러 겨울속으로 다시 돌아왔다.

엊그제 영취산에서는 꽃밭에 있었는데,오늘은 눈밭에 있으니...

이곳의 봄은 한참후에야 올거같다.아니 어쩌면 계절하나가 실종될 수도 있겠다.  

 

 

 

고루포기산 1233m

 

3시간 30분이나 걸려 고루포기산에 도착한다.

계획했던 시간보다 많이 늦어진탓에 서둘러 정상을 내려선다.

닭목령에서 아침식사를 하겠다는 계획은 진작에 물건너갔다.

 

 

 

 

눈꽃숲으로 붉은 기운이 스며든다.나뭇가지 사이로 구름과 붉은 색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며 일출이 장관이지만 딱히 조망처를 찾지못한다.

또한 우측으로는 고냉지 채소를 일구는 안반데기마을이 자리하지만 이또한 역시 시원스레 내려다보지 못하고... 

 

 

 

제 1쉼터 못미처 자리잡았다.

이미 해는 중천에 떠있다.

오늘은 후미팀 결석생들이 많다.최대장님과 땡칠이 대장,그리고 관순이 언니가 결석하셨다.그리고 몽몽님까지...

이 고생스런 눈길산행에 동참했어야 했는데 아쉽다..왁자지껄했던 식사시간이 오늘은 조용하고 경건하다. 

추워서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하고 밥먹자마자 서둘러 일어선다.  

 

 

 

슬슬 녹아내리는 눈은 벚꽃처럼 흩날리고,길은 자동으로 쭉쭉 미끄러진다.

솔맨형은 눈썰매를 까먹고 안가져 오셨다고 후회하시고...

 

 

 

 

왕산제1쉼터

 

소나무 중의 왕으로 알려진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통과한다.

산불을 이겨낸 낙락장송도 만나고...

귀한 금강소나무들이 눈덩이를 잔뜩 이고 있어 안쓰럽기도 하고,멋드러지기도 하고..  

 

 

 

조금 답답했던 시야가 잠깐 트이면서 한폭의 동양화같은 그림이 눈앞에 떡 나타난다.

방금전 걸어왔던 길들이 까마득하게만 보인다. 

 

고랭지 채소밭이 있는 맹덕농장을 왼편에 두고 쉼없이 걷는다.

새벽의 찬 기온도 이제는 어느정도 올라가 장갑을 바꿔끼고 겉옷은 벗어제낀다. 

 

 

 

 

끊임없이 산죽길이 이어진다.점점 아이젠에 달라붙는 눈덩이가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바람한줄기 불때마다 후두둑 떨어지는 눈가루를 뒤집어쓰며 별 특색없는 대간길을 이어간다.

 

임도를 지나 설원이된 고랭지 채소밭을 통과한다.

 

 

 

닭목령

 

오늘 구간의 반쯤되는 닭목령 도착..삽당령까지 13.5km가 남았으니...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부담감이 팍팍오고..

다리상태가 안좋은 조대장님과 체력의 한계를 느낀 세분이 탈출을 하신다. 

 

 

닭목령에서 화란봉까지의 2km구간이 정말이지 죽음의 길이다.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에서 심하게 깔딱인 오르막을 치자니 호흡까지 거칠어진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의 하일라이트는 바로 이 계단이다.

아니 눈때문에 계단의 기능을 상실했다.

쉬고 또 쉬어가며 숨을 몰아쉬기도 하며 죽을똥살똥 오른다. 

 

 

생과 사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는 소나무..

주등로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꼭 이걸보고 가야한다고... 

 

화란봉 1069m

 

두개의 정상석이 있는 화란봉..

부챗살처럼 펼쳐진 화관이 정상을 중심으로 겹겹이 에워쌓인 형국이 마치 꽃과 같다해서 얻은 지명이라고...

이름도 예쁘기도 하여라..봉우리답게 조망까지 갖췄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시 화란봉 입구로 내려와 삽당령이란 이정표를 따라 쉼없이 산행을 이어간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쉼터가 있다.

특이한 봉우리도 없고 특색있는 산길이 아닌터라 가끔씩 만나는 쉼터가 반갑다.

또다시 이어지는 산죽길은 석두봉까지 이어진다.

 

 

돌대가리봉,아니 석두봉에 올라서니 드디어 조망이 시원하게 터졌다.

고루포기산과 대관령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이게 진정 4월의 풍경이란 말인가...

 

 

 

봉우리라 이름지었지만,표식이 없으면 그냥 평범한 숲길을 지나쳤을 독바위봉..

왜 독바위봉인가 했더니 바로 앞에 작은 돌덩이가 외롭게 하나 있다.

 

산불방화선이 시작되고...

산림청에서 우량종자를 얻기위해 채종원으로 심어놓은 잣나무가 숲을 이룬다.

길은 한없이 편한 길이지만,한없이 지루하고 따분한 길이기도하다.

또 도를 닦으며 걸어야할 체력의 한계점에 왔다.

지금부터 한시간 조금넘게 걸으면 끝이 날 길인걸 안다.하지만 체감시간은 한시간이 열시간으로 다가온다.  

  

 

배가 고파서 도저히 제2쉼터까지 못가겠다.

곡소리내며 계단을 오르니 계단끝엔 고맙게도 나무벤치가 놓여있고,

등기대고 누우니 천국이 따로없다.  

뒤이어 올라오시는 분들과 간식 나눠먹으며 새로운 에너지를 보충한다.

 

제2쉼터

 

도미리까지 이어지는 임도를 우측에 두고 계속해서 산길로 길을 잇는다.

마음같아선 편히 임도로 가고 싶지만,대간길이라는 그넘의 명분때문에 ...

녹아내린 눈과 흙이 뒤섞여 길은 엉망진창이다.

중심을 잘 잡아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다보니 온몸이 뻑쩍지근하다. 

 

삽당령

 

발아래 도로가 보이는데도 길은 앞으로만 계속 이어지고..

마지막 눈앞에 떡 나타난 봉우리를 또 올라야하는가보다 하며 기막혀하고 있는데 다행히 길은 좌측으로 뚝 떨어진다.  

12시간만에 삽당령에 도착한다. 

 

걷고 난 후에 찾아온 이 행복과 희열을 뭐라 표현할 수 있으랴..

쏟아낸 땀만큼 산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고 왔던 길고도 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