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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

백두대간 31구간(진고개~대관령)

 

산행일 : 2014년 5월 4일

산행지 : 백두대간 31구간(진고개~대관령)

산행코스 : 진고개-노인봉-소황병산-매봉-곤신봉-선자령-대관령(산행거리;26km)

산행이야기:이번 구간은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질 드넓은 초원지대를 지나는 구간이다.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길이라 기대감과 설레임 가득이다.   

 

불꺼진 진고개휴게소 주차장에서 출입금지표지판을 통과해 노인봉을 오르기 시작한다.

몇번 걸었던 길이라 그런가,다른때와는 달리 긴장감이 없고 등로주변으로 펼쳐진 꽃들과 눈맞춤하며 걸을 정도로 마음이 느긋하다.  

조금은 지루한 계단길을 올라 너덜지대를 지나며 노인봉삼거리에 닿고..

대간마루금이 아니기에 굳이 갈 필요는 없어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찜찜한 마음에 배낭 내려놓고는 노인봉을 다녀온다.

 

노인봉삼거리에서 약 100m정도 떨어진 노인봉대피소 건너편 화장실앞의 `출입금지`목책을 넘어서며 드디어 궁금했던 곳으로 파고든다.

걷기좋은 숲길이 이어지고,사람의 발길이 적어서인지 길 양옆은 물론 등로까지도 야생화가 지천으로 깔려있다.

이토록 어여쁜 길을 두고가기 아까워 자꾸만 멈춰서게 되고,어여 날이 새기만을 기다린다.

 

소황병산이 가까워지면서 어슴프레 날이 새기 시작하고,또한번 `출입금지`철조망을 넘어서니 바로앞에 감시초소가 나온다.

그리고..눈앞에 나타난 드넓은 초원을 보는 순간 나도모르게 `와아~`하며 탄성을 지른다.

불그스레 물드는 새벽하늘과 그 아래 펼쳐진 초원이 참으로 아름답다.

       

 

소황병산 1430m

 

곧 동해로 눈부신 해가 떠오르고,산들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 풍경에 취해 주춤한 사이,이미 선두팀들은 사라져버리고 또 자연스레 후미팀들이 뭉쳤다.

이런곳에서 골프라운딩하면 끝내주겠다며 폼잡고 계신 재성이 형님.. 

이런곳에서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백년 살고픈 나..    

 

소황병산의 `출입금지`목책을 다시 넘어 매봉으로 향하는 길 좌측으로 물길이 보인다.

대간길에서 물을 만나는건 흔치않은 일이다.

산은 물을 가르는 경계라는 지형적 원리에 의해,물을 건너지 않고 물길을 좌측에 두고 마루금을 이어간다.

 

 

 

산길과 임도를 번갈아 가다가 다시 목장안으로 들어간다. 

 

 

그림같은 풍경에 눈은 호사하고..

삼양목장의 광활한 초원지대가 무척 이국적이다.

이런 길이라면 하루종일 걸어도 지치지 않을거 같은 그야말로 최고의 풍경위에 서있다.

초원위로 불어오는 바람맛은 왜 이리도 상큼달콤한지..

 

저 아래로 보이는 삼양목장 축사와 관리동마저 그림같다.

 

무릎아파 안뛴다 안뛴다 그러시면서도 하나둘셋~하니,자동으로 점프하는 사람들..ㅎ

오늘의 포토제닉상은 현재아빠 되시겠습니다~~  

 

눈이 보배라고,황보형은 두릅을 한웅큼이나 따오시고.. 

산나물불법채취로 벌금 2000만원 되시겠습니다~~

 

 

강원도의 대표상품이었던 경월소주를 아시나요?

지금은 사라져버린 추억의 4홉들이 경월소주...장난삼아 `월경소주`라 그러기도 했었는데..ㅎ

 

매봉가기 직전,쭌구대장님이 바람 피해 밥자리 잡은곳이 하필이면 나무 우거진 곳이다.

의자도 못펴고 어정쩡하게 선채로 대충 먹고는 서둘러 매봉으로 향한다.

 

매봉

 

마지막`출입금지`목책을 넘어서며,매봉에 도착한다.

번듯한 정상석 대신 누군가 돌덩이에 매직으로 써놓은 애교있는 정상석이 귀엽게 서있다.  

 

소황병산에서 매봉에 이르는 길은 산길과 목장길이 반복되었지만,매봉부터는 오직 목장의 초원지대로만 이루어진 길이다.

초원을 이리저리 누비며 마루금을 이어간다.

 

 

 

마치 알프스산맥 어딘가에 있는듯한 느낌이 드는곳..

청량음료 CF찍기 딱 좋은곳..

뜨거운 뙤약볕이었다면 걷기 힘들었을 수도 있었겠지만,오늘은 바람불어 좋은 날이다.

더도 덜도 오늘만 같은 대간길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나..

 

 

 

동해의 일출을 잘 볼 수 있다는 동해전망대..

대관령에서 올라오는 셔틀버스는 쉴새없이 오가고,관광객들이 몰려든다.

버스안 사람들은 우리더러 왜 힘들게 걷느냐 하겠고..

우리는 두발로 걷지 왜 재미없게 버스를 타느냐 하고...

 

진행방향 왼편으로 동해바다와 강릉시가 내려다보이고,멀리 정동진의 괘방산도 보인다. 

 

 

 

벌떼처럼 몰려오는 중공군의 인해전술장면이 찰영된 `태극기 휘날리며`의 영화 촬영지..

이 밖에도 `웰컴투 동막골`서부터 `가을동화`까지 단골 영화촬영지다.

동서남북으로 뻥뚫린 광활한 고원위에 서 있자니,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듯 온몸이 개운해지고..

1970년대 경제개발과 함께 소고기와 우유생산을 위해 백두대간의 산림을 개간하여 목장을 만들어 낸 인간의 능력에 새삼 감탄도 한다.  

 

 

 

 

곤신봉 1131m

 

드넓은 목장 한켠에 세워져있는 곤신봉..

 

 

점점 선자령이 가까워오고..

이 길을 계속해서 잇고 싶은 마음에 선자령에 천천히 다가간다.  

전투적으로 걸었던 다른 구간과는 달리 오늘만은 풍경속에 녹아들어 즐기며 걷는 사람들... 

 

 

 

 

노랑무늬붓꽃

 

 

큰앵초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선자령에 올라선다.

 

 

하산길내내 황홀한 꽃길이 이어진다.

홀아비바람꽃부터 얼레지 피나물등등..

끝도 없이 이어지는 꽃밭에 하루종일 뒹굴며 놀고 싶은마음 굴뚝같지만,맨 꼴등으로 뒤처진 상태라 애닳아하며 억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전망대

 

 

9시간 걸려 대관령휴게소에 도착하니,휴게소는 완전 도떼기시장이다.

화장실 줄이 주차장까지 길게 늘어져 화장실 가려면 기본 20분이고,빈틈없이 꽉 차있는 주차장에 온갖 음식냄새는 코를 찌른다.

산위의 세상이 천국이었다...

 

이런 호사스런 대간길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거저먹은 31구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