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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 첫째날

 

산행일 : 2014년 5월 27일~28일

산행지 : 설악산 1708m

산행코스 : 한계령-한계삼거리-끝청-중청(1박)-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오세암-백담사

산행이야기:다녀온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설악에서의 하룻밤..고민되는 여행은 일단 저질러놓고 봐야 한다 했던가..중청산장 예약해놓고,혹시나싶어 버스표도 예약해두고나니 이렇게 평안할수가..  

 

열흘만에 다시 찾은 한계령..

그 날처럼 여전히 바람이 장난아니게 불어대고,그 날과 똑같이 우유 500ml를 들이키고는 산행을 시작한다.

 

 

막 꽃망울을 터뜨리려던 철쭉은 만개했고,

야들야들했던 연둣빛 새순은 짙은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새싹만 보였던 두루미풀은 꽃대를 올렸고,간간히 금강애기나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바람이 너무 강해서 야생화 찍는건 포기.. 

 

노루삼

 

지난번보다 느긋하게 올랐는데도 1시간 조금 넘으니 벌써 한계삼거리다.

서두를것없는 산행,이것저것 챙겨먹으며 천천히 쉬며 놀며 간다. 

 

금강애기나리

 

 

 

큰앵초,두루미풀,나도옥잠화,그리고 풀솜대말고는 특별한 야생화를 볼 수가 없는 시기다.

놀꺼리가 없으니 그저 묵묵히 길만 잇는다.

 

나도옥잠화

 

기척을 해도 도무지 길을 비켜주지않는 다람쥐 한마리..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스틱소리를 내니 그제사 줄행랑친다. 

 

 

 

망설인다.

나무에 기대 한숨 자고갈까? 아님 계속 걸을까?

자고있는 내모습 생각해보니,좀 청승맞아 보일거같기도하고..

그러다 뱀이라도 기어오면? 벌레가 목으로 떨어지면? 하는 생각들이 스친다.

결국 오늘도 해보고 싶은일 하나를 못하는구나..쓸데없는 걱정이 팔자라서... 

 

자주솜대

 

 

풀솜대

 

 

끝청 1610m

 

희끄무리한 날씨로 시야가 좋지 않다.

비나 한줄기 시원하게 쏟아졌음 좋겠다.

바람은 여전히 강하게 몰아친다.

끝청 바위에 앉아 놀다가려고 했는데,도저히 안되겠다.모자가 막 날라갈거같다.

 

 

4시 반부터 방배정을 한단다.

2시간이나 남았다.

배낭 내려놓고는 대청을 오르는데,어쩜 이리도 바람이 강한지..

기상청예보에 의하면 바람이 초속 8~9m라더니만,정말 장난이 아니다.눈뜨기가 어렵고 몸도 휘청거릴 정도니...  

 

 

이미 털진달래가 진 상태..

바람꽃 잎사귀가 파랗게 물이 올라있다.바람꽃 물결칠 7월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또 그 때가 되면 붉게 물든 공룡의 단풍이 기다려질거다.

그리고는 눈쌓인 그림같은 중청산장이 기다려질거구.. 

설악은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다.돌아서면 또 보고싶은곳..

 

대청봉

 

바람을 피해 정상석 뒤에 숨어있는데,삐쩍마른 학생이 사진 찍어 준다길래 한장 박고...

 

 

 

댕댕이나무

 

최소한의 짐을 꾸려왔다.

한동안 무거웠던 마음도 홀가분해졌으니,짐도 될 수 있음 가볍게 꾸리고 싶어 45리터 배낭을 맸다.

바람때문에 대피소밖을 나가기가 겁나 쭈그리고 있다가,이른 저녁을 먹는다.

여기저기서 삼겹살냄새가 진동을 하는데,혼자 먹는 유현진라면맛이 제대로 날리가 없다..

더도덜도말고 이슬이 딱한잔에 삼겹살 딱 한점이 먹고싶은데말이지...

아,인생은 홀로가는거야~하며 씩씩하게 왔건만 여기서 생각이 무너지는구나..

인생은 어울렁더울렁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한다는걸로~~~   

 

 

맨 구석자리에 배정을 받고는 노을이라도 봐야겠다싶어 나왔지만,바람때문에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다.

다행히(?) 저녁하늘이 희쭈그리했다.. 

 

울산에서 오셨다는 부부가 내 옆자리에 자리잡으셨고..

맞은편엔 부스타랑 노랑양은냄비 들고오신 씩씩한 대한민국 아줌마 두분이 자리잡으셨다.

그리고, 2층엔 외국인 아가씨도 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이 곳..하지만 한곳을 바라보고 온 사람들.. 

산길을 걸을땐 그 산중에 나만 혼자인거 같았는데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는지..  

 

기나긴 이 밤..

울산 아줌마와의 겉도는 대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여기까지 와서 아랫세상일을 궁금해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무협지라도 한권 들고올껄..

에라 모르겠다.허리가 뽀사지도록 한번 실컷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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