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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여행이야기

일본여행 (1)

 

일본여행 (1)

 

(2016년 2월 20일~23일)

 

3박 4일동안 일본을 다녀왔다.

언니네 세모녀 나들이에 꼽사리 끼어 떠났던 여행이었다.

자유여행지로는 최적의 도시답게 교통편이 편리해 이곳저곳을 어렵지 않게 두루 돌아 다닐 수 있었고,밤이면 번화한 도톤보리 거리를 발바닥이 아프도록 쏘다녔다.

이틀은 오사카 시내에서,또 이틀은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상미가 얼마나 꼼꼼하게 공부를 해갔던지,완전 여행가이드 수준이었다.

덕분에 우리셋은 그저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면 됐었는데,그래도 각자 한가지씩 자기 몫을 충분히 하긴 했다.

언니는 자금을 담당했고,먹는거 밝히는 상화는 맛집을,그리고 나는 왕년 실력을 발휘해 언어를 담당했다.

이로써 우리의 여행은 더없이 알차고 신났고(밤마다 끌려다닌것만 빼면ㅎ),여행 마지막날은 우리 넷다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나 집에 안갈래~~~`

  

항공기 연결관계로 두시간이나 연착되어 간사이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스루패스 3일권을 끊고는 난바역으로 가는 난카이선 급행을 탔다.

난바역 북쪽 출구에는 고맙게도 민박집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넷만 편안하게 쓰도록 별채로 된 숙소였는데,주방 기구를 맘대로 쓸 수 있었고 전기장판에 난로까지 있어 4일내내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숙소 위치였다.오사카의 최고 번화가인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까지는 걸어서 끽해야 5분거리도 안됐고,교토로 가는 환승역인 우메다역까지도 겨우 세정거장이었다.

 

짐정리를 마치자마자 비내리는 도톤보리가로 나왔다.

천장이 덮인 아케이트형 상점가라 오늘같이 비오는 날 걷기엔 안성마춤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일본에서의 첫끼는 회전초밥이었다.

언니네 식구들은 회를 좋아하지 않았지만,숙소주인 아주머니가 적극추천하기도 한데다 배가 너무 고파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과연..시장이 반찬이었다.

다 먹고나니,각자 앞에 놓여진 접시가 꽤 높이 쌓여있다.

 

먹거리 천국이라 불리는 오사카의 명성답게 가는곳마다 눈과 입을 자극했다.

오사카 하면 `다꼬야끼`..

아무 가게나 들어가 먹어도 진짜 맛있었다.

안에 들어있는 문어의 크기에 놀라고,독특한 소스맛에 두번 놀라는 맛..

머무는 동안 눈에 띌때마다 한접시씩 사먹었다.

 

도톤보리강..

신사이바시,닛폰바시등 오사카 번화가를 통과하고 오사카성까지 흘러간다.

길 양옆으로 빌딩이 늘어서있는 모습이 독특하고,밤이면 유람선도 다닌다.

특히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를 연결하는 `에비스 바시`주변의 상점가는 밤문화의 최고봉이었다.

 

오사카의 상징이 된 글리코맨 전광판..

식품회사 `글리코`의 명물 캐릭터다.

80년넘게 자리하고 있는 역사깊은 간판이라 에비스바시 앞에 서면 어느 누구할거없이 인증샷을 날린다.

물론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고...

 

맛집담당이었던 상화의 강추로 들렀던 파블로 치즈타르트..

오픈시간을 제외하고는 줄을 서지 않으면 구매가 힘들정도로 인기가 있다.

30분이나 기다리고 난 후에야 손에 들어왔고,신사이바시 최고의 인기 디저트답게 입에 살살 녹았다.

다음날 오지산 치즈케이크역시 20여분의 기다림끝에 구매했는데,언니네 식구들은 한조각 먹고는 느끼해서 못먹겠다 그랬다.

그러나, 이상하게 내 입맛에는 잘맞아 커피와 함께 아침대용으로 아주 맛있게 잘먹었다.

 

한살이라도 젊을때 놀아야 한다는 말이 꼭 맞다.

새벽같이 움직여 피곤할법도 한데,밤이 늦었는데도 조카들은 숙소로 돌아갈 생각을 안했다. 

언니와 나는 왠만하면 아이들한테 맞추자고 다짐하고 갔었던지라 딸랑 간식꺼리 하나 사는데도 30분씩이나 기다려도 말한마디 못했고,

쇼핑몰을 이리저리 끌려다녀도 입도 뻥긋 안했다.

삐까뻔쩍한 일본의 밤거리를 쏘다니는것만으로도 이팔청춘 조카들은 호기심이 넘쳤고,언니와 나는 조금씩 머리가 아파왔다..ㅎ

 

둘째날 일정은 교토여행이었다.

아침은 편의점에서 사 온 컵라면으로 때웠다.

미도스시선을 타고 우메다역까지 가서 다시 한큐선 급행을 타고 가와라마치역으로 갔다.

그리고 다시 거기서 은각사로 가는 203번 버스를 탔다.

스루패쓰가 있어 전철 환승이나 버스타기가 한결 수월했다.

 

 

교토여행자의 일정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사찰인 `은각사`는 아침이라 한산했다.

사찰로 들어가는 길 양옆으로 상점들은 벌써부터 문열고 오감을 자극하고 있었고,

유혹을 못이기고,녹차한잔과 함께 슈크림 한통씩을 사먹었다.

 

 

은으로 덮인 전각을 기대하고 갔는데,실제로는 허름한 전각이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금각사를 만들었던 사람의 손자가 금각사를 모방하여 은으로 된 전각을 세우려고 한것이었는데,은박을 입히기전에 죽고 말았다는 전설이..

하지만,현란하지 않은 전각과 모래정원이 인상깊었다.

 

 

날이 봄날처럼 따스하고 좋아 정원을 산책하기 아주 좋았다.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 좋았고,잘 단장된 산책로와 산책길에 내려다보는 은각사 또한 수수해서 더 마음에 끌렸다.

 

 

 

 

은각사를 빠져나오자마자 철학의 길로 들어섰다.

철학의 길은..은각사부터 난젠지까지 이르는 길이었다.

잘 다듬어진 납작한 돌들이 깔렸고,제방을 쌓은 수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마을길이었다.

왜 `철학의 길`이라 이름 붙여졌는지는 다 걷고 나서야 이해됐다.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산책로는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차분히 걷기엔 안성마춤이었고,담벼락이 이쁜 소박한 카페들은 저절로 눈길이 갔다.

 

 

 

 

철학의 길에서 매화향을 맡으며 먼저 봄을 만끽했다.

벚꽃피는 4월이면 얼마나 황홀할까 상상해봤다.

 

 

골목길 구경하며 걷다보니,그만 에이칸도를 놓치고 말았다.

철학의 길 마지막에 있는 난젠지를 둘러보고 되돌아갔더니,마침 공사중이라 헛탕을 쳤다.

 

 

 

오늘 일정은 딱 요기까지였다.

하지만,예상을 뒤엎고 언니랑 조카들이 놀라울 정도로 잘 걷는 바람에 내일 일정에 들어있던 청수사를 가기로 했다.

상미가 구글지도를 검색하기전에 내가 먼저 행인한테 길을 물어 버스정류소를 알아냈다.

젊은 청년이 얼마나 친절하게 길안내를 해주던지,정말 인상깊었다.

얼마 후에 버스가 왔는데,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다가 달려와 다시한번 확인해 주었다.

 

 

청수사로 들어가기전,1시간 가까이 기다려 `규카쯔`전문점에 들어갔다.

반숙계란과 밥한그릇이 곁들어 나오는 소고기등심까스였는데,겉은 바삭했고 속살은 완전 레어에 가까웠다.

상미 상화는 맛있다며 잘도 먹더니만,나랑 언니는 한시간씩이나 기다린 공도 없이 영 입에 안맞아 반도 못먹고 남기고 말았다.

그냥 만오천원에 가까운 음식값을 그냥 날린셈이었는데,먹고 나서는 속까지 막 불편해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청수사..

이름 그대로 물이 좋기로 유명한 곳인데,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물을 마시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이번 여행일정 중,유일하게 예전에 한번 와봤던 곳이기도 해서 곳곳이 익숙했다.

 

 

이름난 곳 답게 사람들로 버글버글했다.

한국인 중국인들도 많았지만,일본인들도 못지않게 많았다.기도를 하면 소원을 이루게 해준다는 곳이라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한바퀴 둘러보는 중에 교토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산의 경사면에 돌출되어 지어진 청수의 무대는 크고 작은 기둥들이 떠받치고 있었고,아주 놀라운 사실은 저 거대한 건축물에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오노타키 폭포..

지혜,사랑,장수를 뜻하는 세개의 물줄기가 연못으로 떨어지는데,큰 효험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개의 물을 다 마시면 불행이 찾아온다는 전설이 있기도 하다.

길게 늘어선 줄이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을 말해주고 있었다.

 

청수사를 나와 버스정류소로 가는 길 위엔,전통 가옥으로 지어진 상점가들이 즐비했고 오만가지 길거리 음식들이 넘쳐났다. 

호기심 많은 상미 상화는 그 무엇이든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길거리 음식들을 다양하게 즐겼다.

궁금하면 가게에 들어가 만져봐야했고,맛이 궁금하면 하나씩 꼭 먹어봐야했다.

여행내내 거침없고 호기심 많고 자유로운 스무살의 꽃다운 나이가 부러웠다.

 

점심때 먹었던`규카츠`가 내내 껄끄럽더니,기어이 탈이 나고 말았다.

가와라마치역으로 가는 207번 버스를 기다리는데,갑자기 식은땀이 나더니 귀까지 막 먹먹해졌다.

만원버스안에서 온몸이 다 젖도록 너무 힘들어하니 고맙게도 한국 학생이 자리를 양보해줬다.

결국..역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튀었고,오늘 먹은 모든 음식을 위아래로 토해내고 말았다.

 

우메다역으로 오는 동안 다행히 속이 진정되어 다음 일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요즘 오사카에서 가장 핫하다는 아베노 하루카스를 가기위해 우메다역에서 미도스시선을 타고 덴노지역으로 갔다.

16층부터 시작되는 대형 엘리베이터는 눈깜짝할 사이에 60층에 내려놓았고,지상 300m에서 바라보는 오사카의 전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통유리 너머 360도로 오사카를 내려다 보는동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조금씩 도심의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발아래 펼쳐진 세상은 더 어머어마해 보였다.

서쪽하늘이 더 붉어지기를 기다렸지만,더이상 짙어지지는 않았다.

 

 

 

58층 하늘정원은 옥외 광장이었다.

가끔 공연도 한다던데,오늘은 조용해서 나무 의자에 앉아 차분히 밤풍경을 즐기기에 딱이었다.

 

다시 신사이바시역으로 돌아왔다.

둘째날도 빼먹지않고 다꼬야끼 가게앞에서 걸음을 멈췄고 한접시를 후딱 해치웠다.

 일본에 가면 꼭 먹어봐야한다는 이찌란 라면을 맛보기 위해 돈키호테 쇼핑몰 부근을 찾아갔지만,끝도 없이 이어진 긴 줄에 포기했다.

다른집을 찾아갔지만,사람들로 북적대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른 메뉴로 바꿀까 하다가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하며 라면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마침내 들어간 라면집..

자판기 문화가 발달한 나라답게 돈을 넣고 원하는 메뉴를 누르는 방식으로 주문이 이루어졌고,얼마 지나지않아 라면 한그릇이 내 앞에 놓였는데....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에서 나는 냄새가 어찌나 자극적이었던지,입에 대보지도 못하고 곁들여 나온 맨밥으로 저녁을 대신해야만 했다.

반면,상미랑 상화는 국물까지 마셔가며 후루룩 후루룩 맛있게 한그릇을 비워냈다.

구수한 된장국 한그릇이 생각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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