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7년 4월 18일
산행지 : 고려산~혈구산
산행코스 : 미꾸지고개-고려산-고비고개-혈구산-고비고개
산행이야기:이젠 4월의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고려산행..올해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강화터미널에 도착해 3000번 버스에서 막 내리는데,뒤이어 도착한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의 풍만한 뒤태가 어딘가 익숙하다.
오우..펭귄님...방가방가...
휴가까지 내고 꽃놀이 오셨다고...
미꾸지고개까지 함께 택시로 이동하니,심심치않다.
택시비로 초콜렛 두알을 펭귄님께 건네고는 `나 먼저 가요~`하며 먼저 산길로 들어선다.
촉촉한 봄숲엔 산새소리 가득하다.
연둣빛과 분홍빛으로 어우러진 숲은 싱그럽기 이를데 없고,향긋한 숲향기까지 풍겨온다.
여기에 어제 내린 비로 인해 땅까지 촉촉해서 걷기엔 아주 그만이다.
바람도 아주 딱 좋다.
시선 머무는곳마다 진달래로 물결친다.
풍성하기도 할 뿐더러 싱싱하기도 해서 자꾸만 걸음이 멈춰진다.
혼자 탄성을 지르는건 기본이고...
오를수록 시야는 점점 넓어지고,더 풍성한 군락지를 만난다.
바람결은 어쩜 이리도 상쾌한지..
꽃길 만끽하며 산공기 마시며 걷는 기분이 완전 최고다.
소나무숲 아래로는 진달래가 융단처럼 깔려있다.
두 나무의 조화가 무척이나 조화롭다.
고천리 고인돌군을 얼마 남겨두지 않을 즈음이었다.
시커먼 물체 한놈이 50m정도 앞에서 길을 막고 나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엄마야~~~~`
순간..간담이 서늘해지고,가슴은 막 후당당거리고...
누구냐,넌??
뒷걸음질치다 나무 뒤로 숨어 사진을 찍어 확대해보니,들개다...
들개에 물려 저 세상으로 간 사람도 있다는데....
달겨들까 무서워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겠고..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왔던 길 도로 갈 수도 없고..
오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녀석도 경계를 하는지,길 중간에 자리잡더니 아예 앉아버린다.
할 수 없지..뒤에 오고 계실 펭귄님을 기다리는 수 밖에...
나무뒤에서 초긴장하며 서있기를 10여분..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나를 향해 걸어온다.`엄마야~~`
무작정 우거진 나무덤불로 뛰기 시작하고..긁히는줄도 모르고 삼십육계 줄행랑친다.걸음아 나살려라~~~
혼자 생쑈를 다하고는 다시 꽃길로 들어선다.
정상이 가까웠으니 이젠 안심해도 되겠지...
고려산의 하일라이트 구간에 도착..
산사면으로 분홍물이 흘러내린다.역시 명불허전이로세~~~
전망대로 가기 전,왼쪽길로 조금 걸어들어가 꽃밭이 한눈에 보이는 포인트에 선다.
와아~너무 예쁘다..
바로 이 풍경이 눈에 밟혀 `고려산은 올해로 졸업해야지~`하면서도 해마다 오고 또 오게 되는거같다.
지금부터 꽃속에 파묻힐 시간이데,날이 점점 심상치않아진다.
먹구름이 마구 몰려오며 어두컴컴해지고,빗방울이 떨어진다.
기상청예보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비 단도리를 하고는 전망대 아래로 피신하자마자 우박이 내리더니,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바람과 함께 거칠게 쏟아지는 비는 쉬이 그치질 않고..
전망대 아래 우산받쳐들고 한참을 서있자니,내 모습이 너무나도 궁상맞다.
나무틈 사이로 빗물이 떨어지며 흙탕물이 바짓가랑이로 튀는 바람에 행색또한 말이 아니다.
비가 좀 잦아들자 안개가 몰려오며 꽃밭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한동안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려보지만,야속하게도 또다시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마냥 있을 수 없어 우의를 뒤집어쓰고 고비고개로 내려선다.
방금전까지만해도 먼지 안나서 좋다고 했건만..먼지보다 더한 미끄러운 진흙길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거의 곡예수준으로 미끌미끌 자빠질듯 꼬꾸라질듯하며 가파른 길을 내려간다.
고비고개..
고려산과 혈구산을 잇는 흔들다리가 새로 생겨 힘들지않게 혈구산으로 진입한다.
기왕지사 먼길 왔으니,계획대로 혈구산까지는 다녀와야지...
숲속 분위기 완전 끝내주고...
길은 완전 미끄럽고...
바람은 왜케 지랄맞게 불어대는지...
우의가 펄럭거리니 보통 성가신게 아니다.
`몽환적이다`라는 표현은 바로 이럴때 쓰는거겠지...
안개에 휩싸인 진달래터널이 몽환적이다..
비소식 있다길래 혹시라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딱 내가 원했던 분위기다..
근데..비 좀 적당히 내려주면 안되겠니? 바람도 좀 적당히 불어주면 안되겠냐구??
날씨는 나아질 기미조차 안보인다.
바람,비,안개..이 3종세트가 걷는내내 지속된다.
나도 참 극성이다.
그냥 고비고개에서 걸음 멈추면 될것을 기어이 여기까지 올라와 극성을 떨고 있으니...
안개숲 분위기 하나는 끝내준다.
이러니 카메라를 안꺼낼 수도 없고..
손수건은 오데다 떨구었는지 보이지도 않고...
본의아니게 카메라는 물로 청소하게 생겼고..
혈구산
아무것도 안보이는 혈구산 정상..
바람은 눈을 못 뜰 정도로 매몰차다.
안개가 걷힐거라는 일말의 기대는 수포로 돌아가고..
오히려 빗줄기는 거세진다.
살벌한 내리막길...
아까 들개를 만났을때만큼이나 살떨리는 구간이다.
빙판길보다 더 미끄러워서 거의 썰매타는 수준이다.
지금의 상태로도 사람꼴이 아닌데,진흙탕에 넘어졌다가는 답이 안나오는지라 어찌나 조심스러운지...
혼자 괴성을 질러가며 뒤뚱뒤뚱 안개속을 뚫고 내려간다.
능선을 지나 숲으로 들어서니,바람은 잔잔해졌다.
비는 여전히 멈추질 않는다.
신발은 이미 다 젖어 걸을때마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난다.
그냥 조금 오다 말겠거니 했건만,이토록 끊임없이 요란하게 올줄이야...
진달래 꽃잎은 비와 바람에 떨어지고,
고비고개에 이르자 나의 체력도 바닥이 되었다.
뭐라도 입에 넣었어야 했는데,빗속에 꺼낼 겨를이 없었다.
파란만장했던 우중산행을 어찌어찌 마치고..
비를 피해 간이천막 아래서 대충 산행정리를 하고는 강화택시를 부른다.
그리고,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튄다.
바짓가랑이를 닦아내고,꼬랑내나는 옷을 갈아입고,머리를 다시 묶고나니,이제야 좀 사람같아진다..
3000번 버스는 금세 왔다.
올때와 마찬가지로 김포대학교 학생들로 꽉 차는 바람에
카메라를 말리지도 못하고 젖은 배낭을 꼭 안고 송정역까지 간다.
송정역에서 몽몽님을 불러낸다.
이 몰골로는 도저히 지하철을 탈 수가 없으니까..
차에 타자마자 양말을 벗으니..발이 퉁퉁 불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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