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지장산~고대산


산행일 : 2017년 4월 23일

산행지 : 지장산~고대산

산행코스 : 원심원사-석대암-지장산-보개봉-고대산-신탄리역

산행이야기:이번주는 전부터 찜해뒀던 지장산에서 고대산에 이르는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요즘 날씨도 좋겠다 모처럼 길게 한번 걸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안가본 길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원심원사


연천역에 주차를 한 후,택시를 타고 산행들머리인 절골로 간다.

막 산행준비를 하는데,스님이 달려와 한말씀 하신다.

절대로 임산물 채취하지 말라고.. 

배낭검사까지 할꺼라며 엄포를 놓으시더니,나중엔 친절(?)하게 산길안내까지 해주신다.

요즘 헛개나무랑 엄나무를 불법으로 벌채해 가는 사람들이 꽤 많은가보다. 


원심원사를 지나 임도를 따른다.

계곡물소리에 이름모를 새소리 들려오는 기분좋은 아침이다.



임도길 버리고 계곡을 건너 산길로 들어서니,당개지치가 반긴다.

이뿐이랴..족도리풀에 회리바람꽃,피나물이 지천이다.



다시 임도로 빠져나온다.

그리고 임도길은 꽤나 가파르게 석대암까지 이어진다.



부부바위를 지나 석대암에 도착하고,화려하게 연등 걸려있는 암자는 목소리조차 낮춰질 정도로 조용하다.

둘이 돌계단에 앉아 아침으로 상하이버거 하나를 들고 경건하게 먹고나서 화장실 옆으로 나있는 산길로 접어든다.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자 길은 무척 가팔라진다.

낙엽은 무릎까지 푹푹 빠지더니,길은 거칠기 이를데 없다.

화인봉과 갈라지는 안부에 이르니,다리가 후달거린다.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정상이 가까워졌다는 뜻이겠지...

땅가까이엔 노랑제비꽃이 지천이고,눈높이로는 진달래가 이제야 막 꽃망울을 터뜨렸다.

다른곳은 봄의 한가운데에 있는데,지장산은 이제사 봄이 왔다.




조금 순탄하던 길은 정상을 얼마남겨두지 않은 지점에서 다시 고약해진다.

사면으로는 노루귀들이 지천이지만,엎드려 담기엔 참 어려운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지장산 877.2m


정상에서의 기쁨도 잠시 다시 고대산으로 길을 잇는다.


화인봉방향




꽃길에 취했던걸까?

정상을 200m쯤 내려와 두갈래로 된 갈림길에서 아무런 의심없이 우측길을 내려섰는데,

한없이 내려가는게 이상해 네비를 켜보니..

가야할 방향과 한참이나 떨어져있다.헐~알바다..

고대산 포기하고 그냥 내려가자는 몽몽님말을 귓등으로도 듣지않고,왔던길을 다시 기어오른다. 




30여분의 알바끝에 놓쳤던 길을 다시 잡고나니,기진맥진해진다.

지장산의 지장보살님이 우리 마음을 아셨던지,하얀진달래로 마음을 어루만져 주신다.


꽃길이지만,낙엽이 푹푹 쌓여 발목까지 빠지는통에 미끄러 자빠질까 조심스럽다.

능선이지만,나뭇가지로 우거져 조망을 즐기지도 못한다.꽃길로 위안받으며 그저 묵묵히 걷는일뿐이다.




제대로 가고 있다는 증거...



나무의자 하나는 군데군데 적절한 지점에 참 잘 만들어놨다.

쉬어가라 만들어놨으니,쉬어가야지...




한참을 걷다 목조계단을 내려와 임도갈림길에 선다.

이름하여 `잘루막이고개`라고...

그리고 이어지는 길은 거의 코박고 올라야하는 깔딱고개..

거친 비탈길이다보니 속도를 거의 낼 수가 없어 엉금엉금 기어오르는 수준이다.

이 와중에 마주오는 두명의 산객과 마주쳤는데,지장산 지나 종자산까지 간다는 말에 혀를 내두른다.


가끔씩 나타나는 각시붓꽃..




한껏 물오른 연둣빛산 위로 금학산이 우뚝 솟았다.

억수로 비내리는 날 걸었던,금학산에서 고대산에 이르는 길도 만만치 않았었지...



오가는 사람 하나 없겠다,그냥 길 중간에 밥상을 편다.

혹시나 들짐승이라도 올까 싶어 음악을 틀어 우리들의 존재를 확인시키고..

아,밥이 보약이구나...

시원한 아사히 맥주까지 목으로 들어가니,세상부러울거 하나 없다.


막 점심을 마칠 즈음..

저 멀리서 낫을 들고 다가오는 아저씨 발견..

인적 드문 곳에선 사람이 가장 무서운데,흉기(?)까지 들고 있으니 어찌나 당황스러운지..

약초꾼이신데,사람구경해서 반갑다며 두릅을 한웅큼 건네주시며 우리들의 경계를 한방에 푼다.

귀한거 주셨는데,답례로 뭐 드릴것도 없고 참...




조금씩 시야가 확보되기 시작하면서 눈앞에 나타난건..깎아지른 절벽에 자리잡은 멋진 소나무..


나뭇가지를 헤치고 바위위에 올라보니,금학산이 아주 가깝게 조망된다.

멀리 우리가 걸어왔던 길도 한눈에 들어오고...




조금 답답한 능선길만 걷다 처음으로 시원하게 조망이 트이니 비로소 높은 산꼭대기에 있다는걸 실감한다.

걸음에 대한 보상도 받는거 같고.. 

그래..이런 맛도 있어야지..




금학산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보개봉에 힘겹게 도착하니,철원시와 너른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많은 날이지만,갈증은 왜케 나는건지..

하산하자마자 시원한 이온음료 들이킬 생각만 굴뚝같다.

얼른 고대산으로 갑시다..



이제사 봄을 맞이한 고대산은 얼레지며 노루귀들이 산사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보랏빛 꽃들이 끊임없이 유혹하지만,이젠 엎드려 눈맞출 기운도 없다.. 



드디어 헬기장을 지나 고대봉이 가까워지고..

거친 숨 몰아쉬며 정상 데크위에 도착한다.



고대봉



그나마 조금 짧은 제2등산로를 택해 팔각정으로 내려선다.


이젠 여유있게 산아래 풍경을 맘껏 즐긴다.


언제 생겼는지,`삼각봉`이란 정상목이 길 중간에 뻘쭘하게 서있다.



골사이로 산그림자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시간..

언제나처럼 걸어왔던 길이 뿌듯해지는 시간이다.




산바람이 몰아치며 몸이 휘청거린다.

발아래 산도 연둣빛으로 출렁인다.

군데군데 피어있는 산벚꽃은 보기만해도 싱그럽다.





연둣빛 숲으로 오후의 빛이 스며든다.

희한하게도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진다.

모든건 마음 먹기 달렸다는게 확실하다.

저 먼길,언제오르나~했을땐 한없이 걸음이 무겁더니,이제 곧 산을 내려서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에 걸음마저 가벼워지니...



드디어 날머리 도착~~!

산행시작한지 10시간이나 흘렀다.

숙제하나 잘 끝냈다..


신탄리역에서 연천역으로 나가는 39-2번 버스는 금세 들어오고..

연천역에 내리자마자 편의점으로 튀어 이온음료를 숨도 안쉬고 벌컥벌컥 들이킨다.

집으로 오는내내 모처럼 기분좋은 피로감을 만끽한다. 

차는 막힘없이 집앞까지 내달리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는 순간,오마이갓~~~~!

`승강기 점검중`...

우리집 몇층?? 24층...

 

'산행이야기 > 산행(2009~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칠암자 순례  (0) 2017.05.05
수락산의 봄 (3)  (0) 2017.04.25
도봉산의 봄  (0) 2017.04.20
고려산~혈구산  (0) 2017.04.19
수락산의 봄 (2)  (0) 2017.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