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7년 12월 23일~24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오색-대청봉-중청-소청(1박)-천불동계곡-설악동
산행이야기:겨울 설악은 예전에 두어번 가보고는 감히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대피소 예약에 성공한 공주님의 제안에 덜컥 오케이를 해버렸다.일사천리로 오가는 버스까지 예약하고나니,빼도박도 못하고 겨울 설악속으로 들어가게 됐는데,아무튼 좋은 기회이지싶다.이래저래 두렵다고 핑계대다보면 결국은 아무것도 못하게 되니까..
날이 포근하다고는하나 `그래도 설악인데~`하는 마음으로 단단히 준비하고 왔는데,완전 봄날이다.
등로엔 눈대신 낙엽이 쌓여 늦가을 분위기가 나고,티셔츠 하나만 걸쳤는데도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사람맘 참 간사하다고..눈길 미끄럽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왔는데,오히려 눈없는 설악길이 싱겁게 느껴진다.
보통 겨울산행에서는 거의 물을 안마시는데,오늘은 연신 물병을 손에 쥔다.
한줄기 바람이 불때마다 시원함을 느낄 정도다.
땀흘리며 계속되는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서니 새파랗게 시린하늘이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한다.
대청봉의 바람이 제법 강하지만,그래도 오늘은 몸을 가눌 정도는 되니 순한편이다.
언제와도 참 쉽지 않은 산..오늘도 이렇게 무사히 올라섰다.
중청에 잠깐 들렀다가 이내 소청으로 걸음을 옮긴다.
시야가 좋지않아 산그림이 뿌옇게 보여지고..
소청까지 얼마남지 않은 등로엔 눈이 꽤 쌓여 미끄럽다.
두어번 엉덩방아를 찧고 나서야 기어이 아이젠을 꺼낸다.
3시가 좀 넘어서야 도착한 소청대피소는 우리가 일등으로 도착한 손님이다.
일등선물로 가장 좋은 위치의 침실을 배정해 줬다는거..ㅎ
등짐 내려놓고는 마당을 왔다갔다하며 발아래로 펼쳐진 용아장성과 울산바위를 바라본다.
역시나 설악의 바위군은 장엄하다.어느 누가 이렇게 조각할 수 있을런지..
저녁 밥시간은 아직 멀었지만,일찌감치 취사실에 들어 음식을 펼친다.
이선수님이 제주에서 공수해주신 한라산소주에 불고기로 1차를 마치고나니 서산너머로 해가 진다.
해가 지고나니,취사실은 산객들로 인해 완전 북새통이다.
온갖 음식 냄새로 인해 취사실 공기는 탁하기가 이를데 없다.
쭈꾸미볶음에 깻잎넣고 김가루 뿌려 볶음밥을 먹고나서 커피타임도 없이 서둘러 저녁시간을 마무리한다.
소등시간도 안되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보일러가 어찌나도 빵빵한지 더워서 밤새 잠을 뒤척였다.
눈발이 날린다.
곧 대설특보가 내릴 예정이니 서둘러 하산하라는 방송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날이 새자마자 대피소를 빠져나와 소청삼거리를 오른다.
어제 제대로 보지 못했던 설악의 준봉들이 울퉁불퉁 모습을 드러내자 저절로 감탄이 터져나온다.
겨울이어야만 볼 수 있는 설악의 속살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희운각까지의 길은 예상한대로 살벌하다.
온몸에 힘을 다 써가며 한걸음 한걸음 조심하며 내려선다.
천불동계곡길도 마찬가지다.
군데군데 빙판길이 기다리고 있고,거친 돌길은 살얼음이 얼어 무척이나 미끄럽다.
조금씩 내리던 싸락눈은 고도를 낮출수록 비로 바뀌며 그칠줄을 모른다.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계곡길을 내려와 설악동에 도착하고나니,모자에선 물이 뚝뚝 떨어지지 바람막이는 다 젖었지 완전 생쥐꼴이다.
걸을땐 몰랐는데,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고나니 그제야 온몸에서 한기가 몰려오며 오들오들 떨려온다.
어쨌든..산행 잘했으니 몸도 녹일겸 대포항에서 회한사라 먹고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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