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7년 12월 31일
산행지 : 신로봉-국망봉
산행코스 : 국망봉휴양림-장암저수지-신로령-신로봉-삼각봉-국망봉-장암저수지
산행이야기:2017년의 송년산행은 한북정맥의 일부구간인 신로봉에서 국망봉까지 걷기로 했다.겨울이면 늘 생각나는 최고의 산길인데,3년전에 걷고는 그동안 통 걸을 기회가 없었다.
포천에 가까울수록 차창밖으로 보이는 설경이 눈부시다.
2017년의 마지막 날,최고의 눈산행이 될것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들면서 가슴이 막 두근거리기 시작하고,마음은 벌써 산꼭대기에 가있다.
휴양림 입구로 이어지는 좁은 길은 눈이 제법 쌓였다.
헛바퀴질을 몇번 하고도 결국은 턱 하나를 넘지못해 생수공장 부근에 간신히 주차를 하고는 산행준비를 한다.
온세상이 새하얗다.
몇걸음 옮기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탄성이 쏟아진다.
임도따라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 나무도 계곡도 노박덩굴도 백색의 눈옷을 입었다.
푹푹 쌓인 눈길은 건설이라 걷기도 참 좋다.
앞선 이의 발자국 하나 없는 길을 기분좋게 밟으며 임도길을 따른다.
대형 눈썰매까지 챙겨오신 오십 세살의 솔맨님...ㅎ
환갑이 되어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는데에 다같이 동감한다.
장암저수지는 꽁꽁 얼어붙었고..
그 위로 산풍경이 너무 근사하다.
초장부터 이렇게 멋지면 어쩌자는건지..
산행진도가 도무지 나아가지를 않는다.
캠핑장을 지나고...
넓은 공터를 만나며 임도길은 끝이나고,이제 본격적으로 산길로 접어든다.
리본을 이정표삼아 계곡을 넘나들며 신로령으로 향한다.
몇군데 어려운 구간은 서로 손잡아 밀어주고 이끌어주며..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꽃은 가시모양의 눈꽃으로 바뀌고 상고대도 화려하게 피어있다.
점차 개이기 시작하는 하늘은 조금씩 파란색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도를 높일수록 상고대의 두께 또한 굵고 견고해진다.
얼마남지 않은 신로령으로의 오르막이 장난아니게 가파르다.
다들 연신 감탄사를 내뱉더니 어느 순간 조용해지며 거친호흡 소리만이 요란하다.
몇해 전,이 길을 처음 찾았을때의 설경도 이토록 황홀했었다.
그 때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또렷한데,오늘 또 이렇게 황홀한 설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두고두고 기억하려 거친 숨 몰아쉬면서도 연신 카메라를 꺼내든다.
햇살이 숲으로 들어오며 눈꽃은 더 환상적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나무들은 더 다양한 눈꽃들을 입고 우리를 반긴다.
새파란 하늘위로 그려진 눈그림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신로령에 올라서니 신로봉이 눈앞에 우뚝 신령스럽게 서있다.
저토록 유혹하는데,안오를 수는 없지..
배낭을 내려놓고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친다.
두평 남짓한 신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줄기가 어쩜 이리도 멋진지..
험준한 한북정맥이 유순하게 펼쳐져있다.
사방으로 탁 트인 신로봉 정상에 서서 겨울산의 끝판왕,한북정맥을 한눈에 넣는다.
신로령에서 국망봉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은 꿈길인듯 새하얗고..
맑고 선명한 날은 아니지만,흐릿한 산줄기 너머 이어질 산줄기들이 머릿속에 선명하다.
신로봉의 명물이었던 소나무는 죽고 흔적조차 없다.
아쉽다.
몽몽님이 어서 내려오라 손짓하지만,걸음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할수만 있다면 이곳에서 살고만 싶다.
내림길은 역시나 위험하다.
바윗길에 눈도 꽤 쌓여있어 긴장하며 신로봉을 내려선다.
이제 하늘은 완전히 파래졌다.
하늘이 파래지면서 눈꽃들은 더 산뜻하고 깨끗해졌다.
바라보는것만으로도 마음속 묵은때가 다 가셔지는 기분이 들 정도다.
앞서가는 솔맨님,러셀하시느라 똥이 빠지시고..
뒤따르며 걷는 우리들,길 좀 성의있게 내라며 잔소리 해대고..ㅎ
눈길 푹푹 빠져가며 한북정맥의 백미인 능선길 걷는 재미가 솔솔하다.
하얗게 흘러 내리는 산사면이 그림같고..
건너편 명지산은 뿌연 가스속에 숨어있다.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는 신로봉은 더 신비스럽다.
어느 높은 히말라야의 고봉같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이라니..!
볼수록 밀려드는 이 벅찬 감동이라니..!
2017년의 마지막날을 함께하는 소중한 산친구들..
부라보! 아우어 라이프~~~!!
부디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열정으로 건강하게 잘먹고 잘삽시다...
신로령에서 꽤 많이 걸어왔는데,그만 공주님의 아이젠 한짝이 사라져버렸다.
눈길에 미끄러져 내려오며 어딘가에서 벗겨져 버린듯한데..
오르막은 어찌어찌 올라간다해도 국망봉에서의 내림길은 아이젠없이는 힘들다.
결국 우리의 솔맨님이 공주님의 배낭을 짊어진다.
그리고 공주님은 아이젠을 찾으러 왔던길을 돌아내려간다.
벙커앞에 밥자리를 잡고 공주님을 기다린다.
다행히 1킬로의 왕복끝에 눈속에 파묻힌 아이젠을 용케도 찾아온 공주님..
산행길 심심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 만들어주려고 일부러 잃어버렸다며 미안한 마음에 너스레를 떤다.
광덕산에서 도마치봉,그리고 화악산까지 빤히 보이는 밥터 한번 기막히다.
도마치고개 또한 꼬불꼬불 선명하게 그려진다.
황태로 우려낸 육수물에 끓여낸 떡만둣국이 기똥차다.
이런날은 무조건 달달한 노랑봉지 커피가 최고..
하긴..그 무엇인들 안 맛있을까..
2시가 가까워 걸음을 서두른다.
하지만,점점 눈의 깊이는 깊어지고,걸음은 한없이 더뎌진다.
급기야 몰려있는 눈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를 반복한다.
역시나 정맥길은 만만치가 않다.
빤히 보이는 국망봉 정상이 요원하기만하다.
러셀하며 걷느라 속도는 늘지 않고,다리힘은 점점 떨어져간다.
올때마다 쉽지않은 구간임을 절실히 느낀다.
그나마 다행인건 건설이라 걷기가 조금 수월하다는거..
눈이 녹으며 아이젠에 달라붙는 습설이었음 더 애먹을뻔 했다.
드디어 국망봉 도착...
축하하듯 하얀 눈가루들이 반짝이며 흩날린다.
견치봉,민둥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위로 눈보라가 인다.
제3코스를 이용해 하산하기로 한다.
거리는 좀 멀지만,국망봉에서 곧장 떨어지는 2코스 보다는 아무래도 경사도가 완만할거라는 판단에서다.
시간이 늦어진탓에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
개이빨산 500m지점에서 정맥길 버리고 하산길에 접어든다.
빠르게 고도를 내려보지만,중간중간 나타나는 위태로운 바위와 밧줄구간은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몸의 균형을 잡아가며 설설기듯 내려선다.
경사도 급한 밧줄구간은 끝도없이 나타난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이 코스로 올랐던 예전기억은 하나도 없다.
경사도가 이렇게나 급했었나 싶다.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기 위해 최대한 긴장하며 조심조심 미끄러진다.
2017년의 마지막 햇님이 서산너머로 기울기 시작할 즈음에야 산행을 무사히 마친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최고의 송년산행이었다.
새해에도 부디 무탈하게 이 아름다운 산하를 맘껏 누비기를 기도해본다.
아울러 내 주변의 모든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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