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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도봉산의 겨울 (2)


산행일 : 2017년 12월 25일

산행지 : 도봉산

산행코스 : 다락능선-포대정상-우회길-신선대-오봉-보문능선

산행이야기:설악산행의 피로도 잊고 아침일찍 도봉산으로 튄다.도심에 비가 내렸으면 산위엔 눈이 내렸을터..어쩌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도봉산역에 내려 산꼭대기를 올려다보니 완전 새하얗다.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5부능선 아래로는 어제 내린 비가 그대로 얼어 빙판길이라 조심스럽다.

망월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바위에 올라서니,멀리서봤던 산그림보다 훨씬 더 하얀 설국이다.


눈속에 파묻힌 망월사는 그대로가 한폭의 동양화다.

겨울이 되면 꼭 떠오르는 도봉산의 대표 풍경이기도 하다.



쌓인 눈 아래로는 얼음판이라 도봉의 세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바위에 간신히 올라선다.

하지만 바윗길 내려갈 자신이 없어 다시 뒷걸음질치며 간신히 돌아나와 길을 우회한다.


새하얀 눈꽃,눈돌리는곳마다 눈부시게 피었고..

특히나 햇살에 반사되어 더욱 반짝인다.



우회길로 접어들어 포대정상으로 향한다.

겨울이 되면 눈꽃이 가장 예쁘게 피어있는 길,앞서가는 두 어르신의 감탄에 덩달아 흥이 난다.



건너편 수락산도 하얀 꼬깔을 뒤집어 쓰고 있다.

다음엔 겨울수락을 만나봐야겠다.


새파란 하늘에 쏟아지는 눈꽃이 이뻐 자꾸만 하늘을 올려다본다.

견고하게 얼어있는 상고대가 아니고 눈꽃이라서 따스한 햇살에 곧 녹을것만 같다.

살짝만 건드려도 우수수 흩날린다.




겨울왕국이 따로없다.

꽤 많이 쌓여있는 눈길을 발자국 따라 설국속으로 자꾸만 빠져들어간다.

마치 저 길끝에 엘사의 왕국이 있는듯..



하얀가루 뒤집어 쓰고 있는 도봉의 세봉우리..

아무도 없는 포대정상을 독차지하고 쉬이 볼 수 없는 도봉산의 설경을 만끽한다.

생각보다 춥지 않은 날이라 겉옷도 입지 않은채,배낭 내려놓자마자 새하얀 눈위에 발자국을 낸다.



산아래 있었음 즐기지 못했을 화이트 크리스마스..







와이계곡을 피하기 위해 포대정상에서 곧바로 우회길로 내려서려 했지만,발자국 하나없다.

몇발자국 옮기다 자신이 없어 다시 계단을 내려가 또다른 우회길을 택한다.




그 어느 높은 산이 부러울까..

오늘은 도봉산이 최고로 높고 최고로 멋진 산이다.

새하얀 눈,파란하늘,그리고 날씨까지 딱 삼박자가 들어맞은 운수좋은 날이다.



오늘같은 날에도 와이계곡을 넘는 사람이 더러 있다.

몇해전,겁없이 눈쌓인 와이계곡을 넘다가 식겁한적이 있다.

그 후론 겨울 와이계곡은 왠만하면 패쓰다.




오가는 이들,모두 한마디씩 한다.

경치 정말 죽인다고...



신선대에 자리잡은 소나무들은 새하얀 옷을 입으니 더 멋드러진다.

이곳 소나무들은 볼때마다 참 신기하다.

어쩜 바위위에 저렇게도 다소곳하게 서 있는지..

에덴동산의 명품소나무들이 궁금하지만 참기로 한다.





에덴동산..그리고 주봉..



칼바위능선..그리고 우이암까지 이어지는 도봉주능선..

눈옷을 입은 정도가 아니라 누군가 흰가루를 쏟아부은것 같다.


오봉을 가기위해 오봉능선으로 접어든다.

바위틈이 좁은데다 미끄러워 언제나 용쓰며 통과하는 곳이다.

우측길로 돌아 바위를 기어오르면 물개바위가 있을테지만,오늘같은 날 물개를 만나고 간다는건 목숨을 내놓는거나 마찬가지..


점점 하늘은 더 맑고 깨끗해진다.

투명한 하늘아래 저멀리 보이는 오봉이 손에 잡힐듯하다.

 

햇살이 눈터널로 스며들적엔 가슴이 막 후당당거리기도 한다.

자연이 주는 감동은 언제나 주체할 수 없이 뭉클하다.

후두두둑 떨어지는 눈에 가루를 옴팡 뒤집어 쓴다.

그래도 좋다.탈탈 털어내면 그만이다.



흩날리는 눈가루들은 눈이 부셔 차마 쳐다볼 수도 없다.





걸음 아껴가며 걸었는데도 어느새 오봉이다.



오봉






언제 또 이토록 눈부신 도봉산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보고 또 보고..






보문능선으로 접어들며 바라본 정상은 여전히 하얀 눈세상이다.


크리스마스 날,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선물을 받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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