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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한계령~장수대)


산행일 : 2019년 5월 18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

산행이야기:설악의 빗장이 열리면 가장 먼저 찾는곳,올해도 어김없다.이젠 안가면 섭섭할 정도로 거를 수 없는 연례행사가 되어버렸다.   


꼭두새벽 일어날적엔 죽을맛이더니,꾸역꾸역 일어나 2시간여를 달려 한계령에 올라서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상쾌하다. 

풍경이야 말할것도 없고 공기부터가 차원이 다르다.



어느 곳 하나 쉽게 오를 수 없는 곳,어느 곳 하나 쉽게 내려서는 곳도 없다.

그러기에 들머리에 섰을땐 언제나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그 보상도 넘치다는것을 알기에 늘 설레임과 그리움의 대상이다.

오늘도 역시나 힘들다.

거친 호흡과 함께 땀방울이 뚝뚝뚝 떨어진다. 


한계삼거리에 도착하며 한숨 돌리고,이내 귀때기청봉으로 향한다.

걸음이 급해졌다.마음은 더 급해졌다.

나뭇가지 사이로 환상의 분홍물결을 이미 봐버렸기 때문이다.


곡백운계곡으로 떨어지는 헬기장 근처에서 금강애기나리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이르지 않을까 했었는데,이렇게 앙증맞게 피어 엎드리게 만든다. 



첫번째 너덜지대에 올라서니,진달래꽃 참 화려하다.

설악의 준봉들과 어우러지니,그림이 따로없다.



공룡능선도 한눈에 넣는다.가슴이 막 후당거린다.가고싶어서..

공룡의 산솜다리와 금강봄맞이를 봐야 왠지 올 한해도 잘 보낼 수 있을것만 같다.



때마침 하늘도 열리기 시작하고,그 아래 펼쳐진 꽃밭은 환상이다.

연초록빛 산등성 또한 최고의 풍경을 선사한다. 

 

서북능선의 진달래는 제철 맞추기가 정말 어려웠다.

경방기간이 끝나자마자 와도 언제나 늦었다.

냉해를 입었거나 이미 철이 지나 시들어 버렸기 일쑤였다.

허나 올해는 꽃시기가 늦어진 덕분에 이렇게 멋진 선물을 받게 되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꽃길은 점점 화려해진다.

너무너무 생기로와서 거친환경 이겨낸 꽃들이 대견스러울 정도다. 




천국이다.

천상의 화원을 걷는거나 다름없다.

날씨도 그만이고,바람도 아주 그만이다.

서북능선 찾은 이래 역대급이다.




걸어온 꽃길도 넘치도록 아름다운데,걸어갈 꽃길은 더 아름답다.

예지몽이었던가?

얼마 전,꿈속에서 봤던 어마어마한 꽃밭이그대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고사목과 어우러진 진달래가 고산지대의 운치를 더해준다.

자연의 신비함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순간들은 걸음을 더할수록 더욱 깊어진다.

감탄사를 내뱉는 일 말고는 달리 표현할 단어조차 내뱉지 못한다.

  








어느새 귀때기청봉이 코앞이다.

산사면으로 흘러내리는 꽃물결은 감동을 넘어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하늘은 더욱 투명해졌고,바람 또한 더욱 맑아졌다.

이렇게나 멋진 풍경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그저 카메라만 연신 눌러대는 일 뿐이다.










감동의 표현에 인색한 몽몽님도 오늘만은 최고의 풍경이라며 찬사를 보낸다.












귀때기청봉을 내려선다.

장수대까지의 남은 길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지만,멋진 풍경 보고 에너지도 듬뿍 받았으니 수월하게 갈 수 있으리라~ 




여전히 꽃길은 이어진다.

차마 두고 가기 아까워 뒤돌아보고 또 보고를 반복한다.

오늘 참..꽃구경은 여한없이 하는구나~














광활한 꽃밭을 지나 대승령으로 향한다.

할수만 있다면 몇날 며칠이고 이곳에 머무르고 싶지만...





꽃동산 못지않게 연둣빛 물든 산색이 참 곱기도 하다.

생동감이 넘친다.



부디 내년에도 저런 풍경을 만날 수 있기를~~~

아디오스~~




한폭의 그림같은 풍광들을 옆에 끼고 걸음을 잇는다.

몸땡이는 점점 무거워지지만,멋진 풍광들이 그 때 그 때마다 큰 위로가 되어준다.




이제 체력을 완전히 회복하신 언니..

너무나도 잘 걸으신다.

앞으로도 쭉 좋은 길동무,인생친구 되어 같이 걷자구요.



감사하고 감사한 날이다.

지치지 말고 걸으라고 바람이 살랑살랑 잘도 불어준다.

따가운 햇살에 고생하지 말라고 적당히 구름이 끼었다가 가끔 햇살이 들고나기를 반복한다.

분홍빛으로 물든 산으로 사람을 환장하게 만들더니,연둣빛으로 물든 산이 또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늘아래 돗자리 펴고 앉아 한 상 차려놓고 양껏 배를 채운다.

 

연둣빛 새순이 꽃처럼 피어있는길,

오르락 내리락 하며 열심히 걷는데도 거리는 좀처럼 줄지않는다.



계단을 오르고,또 계단을 오르고,

돌길을 오르고,또 오르고,

숲길을 걷고,또 걷고...

쉼없이 무상무념으로 걸어야 하는게 이 길의 매력이자 함정이다.







나도옥잠화


연령초


큰앵초


회리바람꽃


나도옥잠화



연령초




금강애기나리


은방울꽃


산괴불주머니


마침내 장수대에 도착하며 장장 아홉시간에 걸친 산행을 마친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던 환상의 설악산행이었다.


나의 촉이 맞았다.

어쩐지 펭귄님이 설악에 계실것만 같았다.

연락해보니,아니나 다를까..

차량회수를 하며 한계령에서 기다렸다가 반갑게 해후하여 서울까지 오는동안 폭풍수다~~

수다의 주제는 뻔하다.

산이야기,여행이야기,그리고 야생화이야기..

이야기보따리는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었고,차는 막힘없이 쭉쭉 달려 금세 서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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