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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소백산


산행일 : 2019년 5월 25일

산행지 : 소백산

산행코스 : 죽령-연화봉-비로봉-천동계곡

산행이야기:5월의 소백은 치명적이다.부드러운 선으로 연결된 소백산릉에 오르면 가슴이 탁 트이면서 저절로 힐링이 된다.


죽령에 올라서니,거센바람이 몰아친다.

기온까지 차가워 잔뜩 웅크리며 산행을 시작한다.


녹음 가득한 길,기분이 더없이 상쾌하다.

땀 흐를새 없이 산바람이 제법 강하게 불어 모자가 날아가지 않게 단도리를 하며 걷는다.


참 알 수 없는 봄날이다.

한동안 기온이 크게 올라 꽃시기를 1주정도 앞당기더니,때아닌 추위가 몰아쳐 되레 꽃시기가 늦춰졌다.

소백도 예외는 아니다.

예년같으면 지금쯤 철쭉이 만개했을텐데,아직 꽃망울인채 필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


은방울꽃



제2연화봉을 지나 신록물결 넘실거리는  전망대에 도착하고..

다시 똥빼며 연화봉을 향해 걷고 또 걷는다. 



죽령을 출발한지 2시간남짓,마침내 연화봉에 올라섰는데,바람이 어찌나도 거센지 몸이 휘청거리고 눈도 제대로 못 뜰 정도다.

철쭉은 예상대로 일러도 많이 이르다.

대부분이 꽃망울인데다 그나마 꽃을 피운 철쭉도 강풍에 잎을 떨구었다.





바람을 피해 서둘러 연화봉을 내려와 숲속 한켠에 자리잡고 요기를 하는데,잠깐인데도 온몸이 으슬으슬하다.

오늘같은 날은 뜨끈한 물이 딱인데,각자의 배낭안엔 얼음물에 차가운 과일들만 가득이다.

급기야 콧물까지 줄줄 흐르고 재채기까지 난다.

천의 얼굴을 하고 있는 소백산,오늘은 참 격하게도 우리를 맞이한다.


연령초


홀아비바람꽃


금강애기나리


오늘같이 바람부는날은 꽃사진 찍기엔 완전 파이다.

도대체가 촛점을 맞출 수가 없다.내가 좋아하는 금강애기나리가 길옆으로 너무나도 어여쁘게 피어있지만,사진으로 담으려니 여간 인내심이 필요한게 아니다.



소백의 진면목은 장쾌하게 펼쳐진 능선길을 걷는 맛이다.

마치 지리의 연하선경을 걷는듯 소백선경을 기분좋게 걷는다.

연분홍 철쭉 없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소백이다.

연둣빛 산등성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저 깊은 마음속 묵은 때까지 다 씻어내는 느낌이다.




저만치로 멀어진 연화봉을 내려다보고,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는 비로봉을 향해 숨을 할딱대며 계단을 오른다.




발아래로 펼쳐진 눈부신 풍광에 감탄사 연발해주시고... 

가끔씩 나타나주는 연분홍 철쭉에 마음을 뺏기기도 하고..

그래 인생 뭐 있냐,이렇게 좋아하는거 즐기면서 사는거지..







유순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에서 만나는 목가적인 풍경에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세찬바람 아랑곳않고 눈앞에 나타나는 풍경은 한없이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이 철쭉은 너무 일찍 피어 강풍에 시련을 맞고 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꽃잎이 안쓰럽다.




날이 추우니,어디 앉아 쉬는것도 마땅찮다.

그저 열심히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묵묵히 걷는게 최선이다.




개성이 너무 강해서 어딜가나 튀어야 사는 사람,

나이많다 놀려대도 언제나 허허~대며 넘기는 무던한 사람,

고집이 세서 언제나 지 멋대로 해야 직성에 풀리는 사람,

언제나 솔선수범해서 일 잘하지만,스스로 공치사를 해야 하는 사람.. 

세월의 더께만큼 그 추억도 켜켜이 쌓여간다.






천동리 갈림길을 지나니 드디어 비로봉이 코앞이다.

바람은 더 거세고 사나워졌다.

이름값하는 소백의 칼바람은 비단 한겨울에만 맛보는게 아니었다.

5월의 봄바람도 만만치 않다.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들을 뒤로하고 쫒기듯 비로봉을 내려선다.

정신이 멍할 정도로 바람소리 참 사납다. 

마치 `내가 바로 소백이야~`하고 외치는것만 같다.




홀아비바람꽃



나도제비난


천동계곡 어딘가에서 숲속의 요정을 찾아냈다.

처음엔 눈에 잘 안띄더니,점차 한두송이씩 앙증맞은 자태로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큰앵초




나도제비난





단 몇초도 견디기 어려운 차갑디 차가운 계곡물에 발담그고  화끈한 물맛을 보고나서,

단양터미널에서 3시에 출발하는 죽령행 버스를 타기위해 아주아주아주 빠른 걸음으로 하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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