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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시아(Muxia)
    산티아고 순례길/산티아고 순례길 2019. 12. 6. 13:00

     

    무시아(Muxia)

     

    2019년 10월 22일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무시아와 피니스떼레 가는 9시 30분 투어버스를 타기위해 광장으로 나갔다.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하룻만에 두곳을 가는건 불가능하여 투어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광장앞에서 투어버스를 찾느라 두리번거리다 레오네오와 여언을 만났는데,시간이 없어 기념사진만 찍고 마지막 석별의 정을 짧게 나누었다.

    그런데,문제가 생겼다.

    어제 광장에서 나눠줬던 전단지에는 분명 광장앞이 출발지라 했지만,아무리 찾아도 투어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물어봤지만,대답이 제각각이라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결국 9시 30분을 넘겨버리고 말았고,

    알고봤더니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거였다.

    아침부터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니며 뻘짓한걸 생각하니 그냥 헛웃음만 나왔고,완전 멘붕이었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가봤지만,시간은 8시 45분과 4시 45분 딱 두번뿐이라 이미 버스는 떠난 후였다.또 멘붕~~

    에라,모르겠다.우리 택시로 갑시다~ 

     

    젊은 택시기사는 잘생긴 호감형이었다.

    눈썹이 정말 짙고 살짝 쌍꺼풀까지 있었는데,음성도 아주 나긋나긋했다.

    무시아를 가자하니 묻고 또 물었다.거리가 먼데 알고 탔냐는 뜻이겠지..산티아고에서 무시아까지는 100km거리였다.

    아무렴...우리가 아무리 어수룩해도 그것도 모르고 탔을까봐..

    그나저나 내가 아침부터 뛰다니느라 정신이 없긴 없었나보다.택시에 올라타자마자 언니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는데 안전벨트를 맨다는게 앞좌석에 있는 벨트를 잡아끌어 매고 있었으니 들어갈리가 있나~~나원참 어이가 없어서리~~

    언니는 옆에서 웃겨죽겠다고 배꼽을 잡고 있고,운전하던 택시기사는 차를 세우고는 웃음을 큭큭 참으며

    몸을 뒤로 젖혀 벨트를 매주었다.

    왠 망신살이지 참..

    가끔 얼토당토 않은 뻘짓을 하는통에 나도 정말 미치겠다.

     

    택시는 한시간도 안되어 도착했고,택시비는 무려 85유로였다.

    용수가 알려준 주소지에 택시가 멈췄는데,멋진 대서양을 마주하는 곳에 두 호벤이 꾀죄죄한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어제 이곳에 와서 하룻밤 묵었다.

    하룻만에 만나는데도 어찌나 반가운지 `호벤!`하며 달려갔다.

     

     

    대서양을 마주한 땅끝마을 무시아는 그림같았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몰랐던 중세사람들은 이곳을 세상의 끝이라 여겼었다.

    이번 까미노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라는 생각에 정말 세상의 끝까지 다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날씨까지 맑아 하늘과 바다색이 똑같았고,간지러운 바람이 불어 봄날이었는데,

    무시아의 명물인 기념비와 0.00km표지석,그리고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는 무시아 성당은 그림이 따로 없었다.  

     

     

    두 이쁜이들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인연이란 참 신기했다.

    까미노 시작할때 만나 이렇게 끝까지 함께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성당을 특이하게 해안가에 지은 이유가 있었다.

    성 야고보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이곳에 왔을때 더이상 갈데가 없어 주저앉았는데,

    성모마리아가 발현하여 돌로 된 배를 보내주었다한다.

    조그만 성당이었는데,문이 열려있어 내부구경도 할 수 있었다.

     

     

    중세시대 순례자들처럼 차마 신발을 태울 수는 없고..

     

     

    영훈이는 영훈이만의 희한한 의식을 행하고..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어도 까미노 여행이 끝났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의 여정이 꿈이런가 싶기도 했다.

    까맣게 멍든 발톱 두개를 보면 꿈은 아니었다. 

     

     

    두동강 난 조형물은 무시아의 랜드마크였다.

    2002년 유조선 prestige가 난파했을때 7만톤의 기름이 유출되어 환경오염이 심각했는데,그것을 기억하기 위한 조형물이었다.

     

     

    십자가상이 있는 페드라 언덕을 올라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보았다.

    마치 동화책을 펼쳐놓은듯 색색의 지붕들을 한 마을이 정말 아름다워 감탄만 쏟아냈다.

    `그림같은 마을`이란 표현은 바로 이럴때 쓰는거였다.

     

     

    아세보에서 봤던 스페인 청년을 만났다.

    여전히 신중하고 조근조근한 말투였다.

    3일간 피니스떼레까지 걷고 오늘 이곳으로 왔다 그랬는데,산티아고에 들렀다 내일이면 고향인 레온으로 돌아간단다.

    `부엔 까미노`!대신 `부에나 살룻`!하고 인사하며 헤어졌다.

     

     

    마을에는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하몽이며 각종과일과 채소,그리고 옷가지들을 팔고 있었는데,우리나라의 5일장의 분위기와 똑같아 아주 정겨워보였다.

     

      

    바닷가에 인접한 bar에서 시간을 보내다 2시 30분 버스를 타고 산티아고로 돌아왔다.(버스비 9유로)

    터미널에서 대성당까지 걸으며 다시 한번 산티아고를 눈에 담았다.

    지루했다가도 막상 또 도시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광장 한켠에서는 이상하게 생긴 악기로 아주 기발한 공연을 하는 악사가 있었다.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몸으로 악기를 연주하며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총 다섯개의 악기에서 나는 소리가 기가 막혔다. 

     

     

    프랑스 순례자 존도 만났다.

    뒷모습이 익숙해 등짝을 쳤더니만,오우 미쉘! 하며 무척 반가워했다.

    존은 내일부터 묵시아까지 걸을 예정이란다.

    `부엔 까미노`

     

     

    용수와 영훈이와 함께 근사한 저녁을 먹으며 산티아고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로 했다. 

    영훈이는 면도를 싹하고 청바지에 가죽점퍼를 아주 멀끔하게 입고 나타나 우리를 놀래켰고,

    용수는 이별선물 챙겨와 우리를 놀래켰다.

    근데,아무리봐도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몰랐는데,거기에 씌여진 글귀는 참 멋있었다.

    `Don`t dream your life,Live your dreams`

     

    고기와 해산물을 골고루 시켜 먹으며 그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그리고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며 건투를 빌었다.

     

     

    1차로 끝내기 아쉬워 bar로 자리를 옮겨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헤어졌다.

    이제 내일이면 각자의 길로 떠나야만 한다.

    영훈이는 포루투갈로,용수는 프랑스 파리로,그리고 우리는 마드리드로 떠난다.

    우연히 길 위에서 만났고,이렇게 자연스럽게 길 위에서 헤어지게 되었다.

     

    아디오스,산티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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