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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설악산(한계령~장수대)

산행일 : 2020년 6월 20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

산행이야기:해마다 5월 16일이면 봄철 산불강조기간이 끝나 설악문이 열렸지만,올해는 열흘이나 더 연장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서북능선의 털진달래를 볼 수 없었다.털진달래 다음 타자인 노랑만병초는 놓칠 수 없어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오색에 살고있는 몽몽님 친구찬스를 써 차를 장수대에 옮겨달라 부탁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탐방센타를 지나자마자 바위에 올라 발아래로 펼쳐지는 명품뷰에 감탄사 연발한다.

역시,설악!!

 

 

회목나무꽃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어여쁘게 피어 곱디고운 색 발하는데,

새벽이슬에 촉촉히 젖어 더욱 생기롭고 사랑스럽다.

 

 

금마타리 피는 계절이 왔다.

 

 

쉼없이 오르고,또 오르고..

한계삼거리까지는 그저 땅만보고 오르는게 답이라~~

그렇게 오르다보니 1시간 20분이라는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한계삼거리에 도착한다.

그럼 뭐해.. 첫끗발 개끗발이라고 막판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거..

 

 

붉은인가목

대부분의 산객들은 대청봉으로 향하지만,우린 귀때기청봉으로 향한다.

이어 길은 급격히 좁아지고 등로 또한 울퉁불퉁 거칠어진다.

 

 

잠시 하늘이 걷히는가 싶더니만,안개가 몰려와 시야를 흐린다.

허나 설악에 머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도 함께 몰려온다.

 

 

우측으로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이 흐릿하게 보인다.

 

 

유도등을 따라 너덜바위 구간을 통과한다.

살짝 젖어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신기한건,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돌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뒤엉켜 밟아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즘은 도무지 꽃철을 알 수가 없다.

지금쯤이면 꽃개회나무 향기가 산정을 뒤덮을 시기인데,어찌된 일인지 개화된 꽃이 얼마되지 않는다.

이미 져버린건지,아님 이른건지...

 

 

습한 바람이 불어와 안개를 이리저리 몰고 다닌다.

안개 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나오다가 이내 쏙 들어가버리고,

설악의 멋진암릉은 보일듯말듯하며 애타게 만든다.  

 

 

은방울꽃
세잎종덩굴
흰인가목
산앵도

귀때기청봉을 지날때까지도 조망은 시원찮다.

땡볕에 걷는것보다야 백번천번 좋지만,좀처럼 안개가 걷히지 않으니 오로지 걷는데만 집중한다.

 

  

백당나무꽃

늘 봐왔던 그 자리에 있던 노랑만병초는 올핸 꽃을 피워내지 못했나보다.

잎사귀만 무성하고,아무리 찾아봐도 꽃송이는 보이지 않는다.

 

 

붉은인가목
참기생꽃

어느절에 귀때기청봉이 저만치로 멀어졌다.

 

 

금마타리

조금씩 안개를 뚫고 나온 햇살이 멋드러진 바위군들 위로 내려앉기 시작한다.

그럼 그렇지..애써 여기까지 왔는데,아무것도 안보여주면 반칙이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배낭 내려놓고 돗자리 깔고,등산화도 벗는다.

 

 

오늘은 밤 두알씩 얹은 팥밥에 상추쌈 되시겠다.

산에서 먹는 음식이야 뭔들 안맛있을까~

 

 

오후가 되며 하늘은 맑아졌다.

이제 사방으로 병풍처럼 쳐진 산봉우리들이 죄다 모습을 드러낸다.

가리봉,주걱봉,점봉산,그리고 안산..

 

 

벼랑끝에 아슬아슬하게 피어있는 산솜다리를 보기위해 필요한건 뭐?

약간의 모험과 무모한 용기,그리고 몽몽님의 끊임없는 잔소리..

 

 

참기생꽃
노랑만병초

연신 두리번거리며 걷다 드디어 노랑만병초를 만났다.

옷가지가 나뭇가지에 좀 긁히긴 했지만,귀한 꽃을 만나기 위해서라면야~~

이 후,몇그루의 나무를 더 보긴 했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사람의 발길을 피해 벼랑끝으로 멀리멀리 달아났기 때문이다.

  

 

산솜다리

바위색과 비슷하여 두 눈을 부릅떠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산솜다리는 특히 뽀송뽀송한 솜털이 매혹적이다.

문득 공룡능선 그곳에 있는 산솜다리 군락지는 그대로일까 궁금해진다.

 

 

귀하신 몸답게 언제나 쉽게 보여주기를 거부하는 산솜다리..

다가갈땐 서슴없이 용감무쌍하게 접근하지만,다시 되돌아가려면 그제서야 천길 낭떠러지가 눈에 들어오면서 가슴이 후당당거린다.

 

 

안개 걷히고 햇살이 나오기를 기다렸지만,막상 또 햇볕이 쏟아지니 땀이 주룩주룩 흐르며 몸뚱아리가 고달퍼진다.

길이 거칠다보니 거리 또한 좀처럼 줄지 않고..

이런 길인줄 뻔히 알면서도 몇해째 오고 또 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왜? 설악이니까...

 

 

숲길 들어오니 여기저기 멧돼지 파헤진 흔적이 난무하다.

흙상태를 보아하니 먹이활동 끝내고 막 지나간듯해 보여 스틱으로 소리를 크게 내며 걸음을 빨리한다.

 

 

귀때기청봉 어느새 까마득해 보인다.

하지만 가야 할 길 또한 아직 까마득하다.

 

 

다리 후달거리며 올라서야 하는 계단..

 

 

1408봉으로 오르기 위해선 또 한번의 계단구간을 지나야한다.

 

 

드디어 1408봉에 올라선다.

대승령까지 3.2km를 더 가야한다.

 

 

바람꽃

바람꽃이 이제 막 피기 시작했다.

7월이 되면 대청봉 주변으로 바람꽃이 새하얗게 뒤덮일텐데..

 

 

바위솜나물

고산에서만 피는 귀한 바위솜나물을 만났다.

거친 환경에 적응하느라 온 몸이 솜털로 덮여있다.

 

 

바람꽃
바위솜나물
산솜다리

조금씩 고도가 낮아지면서 발아래로 한계령길 구불구불 그려진다.

 

 

바람꽃

뾰족 솟아오른 안산을 바라보며 전진 또 전진한다.

땀이 흘렀다 말랐다를 반복하며 얼굴엔 소금기가 허옇게 생겼고,이마위로 흐르는 땀이 눈으로 들어가 자꾸만 시야를 가린다.

여름날의 설악은 참 힘들다.

 

 

함박꽃
큰앵초

대승령으로의 마지막 계단을 내려와 다시 숲길을 힘겹게 걷는다.

아고,이젠 그만 걷고싶다.

 

 

몸뚱아리 무거워 도저히 못걷겠다 싶을 즈음 대승령이 나타나고..

남은 과일 탈탈 털어 입에 넣고는 다시 장수대까지 뒤뚱거리며 내려간다.

 

 

대승폭포 주변의 암릉과 어우러진 소나무는 멋드러진데,대승폭포는 물줄기가 너무 가늘어 볼품없다.

 

  

한계령이 저렇게 빤히 한눈에 들어오는데,여기까지 걸어오는데 무려 아홉시간 반이나 걸렸다.

옆에서는 물치항에 들러 회를 먹네 대게를 먹네 하는데,만사 다 필요없고 어여 빨리 집에 가서 발닦고 눕고만 싶다하니 예전의 펄펄 날던 `산여인`은 오데로 가고 `산할머니`가 다 됐다며 놀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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