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20년 7월 18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끝청-중청-대청-오색
산행이야기:7월이 되면 설악의 바람꽃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설악의 첨봉 사이를 넘나드는 운해와 함께 새하얗게 핀 바람꽃을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점점 몸이 쉬이 움직여지지 않는다.갈까 말까 고민하다 큰맘을 먹고 몇일전부터 벼르고 벼르고서야 집을 나섰다.
3시 기상,4시 출발..
그리고 6시 30분 오색 도착해서 택시로 한계령까지 이동..
7시쯤 되어 산행 시작..
오색 부근으로는 안개가 가득하여 한치앞도 안보이는데,한계령은 아침햇살이 가득하다.
1시간 반이 걸려 한계삼거리에 도착하니,안개가 하얗게 몰려온다.
공룡능선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뷰포인트에서 한참을 머물러 보지만 어째 쉬이 걷힐거 같지 않다.
끝청이 가까워오며 다행히도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멋진 설악의 암봉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룡능선,용아장성,그리고 서북능선..
힘든 순간,한순간에 싹 사라지며 걸음 가벼워지고 기분 또한 좋아지는 순간이다.
걷다보니 어느새 끝청에 도착했다.한계령을 출발한지 4시간쯤 흘렀다.
중청의 동그란 탁구공이 지척으로 보이기 시작하고,대청봉도 머지 않았다.
그리고 봉정암도 발아래 있다.
중청대피소로 내려서기 전,꽃밭에 들러 시간을 보낸다.
등대시호,노란별처럼 흩뿌려져 있고,네귀쓴풀 청색별이 되어 반짝이는 꽃밭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운해는 공룡능선을 넘어 용아장성으로 넘어오고,
파란하늘은 회색빛으로 바뀌었고,대청봉은 순식간에 새하얀 안개로 뒤덮인다.
산날씨는 정말이지 변화무쌍함을 다시금 느낀다.
서북능선 또한 구름이 쉴새 없이 넘나든다.
멋있다..
정적인 날씨보다는 이런 역동적인 날씨가 훨씬 더 좋더라~~
중청대피소 도착..
지금부터가 하일라이트 구간이다.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바라만 봐도 마음이 달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일단 점심밥 먼저 먹는다.
햇살이 너무 강해 평상 대신 처마 아래 자리잡았다.
간신히 엉덩이 붙일 정도로 비좁아도 햇살을 피할 수 있으니 이걸로 됐다.
곧 만나게 될 꽃밭이 궁금해 곰취,묵은지쌈밥이 잘 안넘어간다.
점점 안개는 몰려오더니 이내 새하얀 세상이 되었다.
범봉이 살짝 살짝 모습을 보여주며 감질나게 만든다.
그 뒤로 1275봉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드디어 바람꽃을 만났다.
우와~
딱 적당한 시기에 참 잘왔다.
바람따라 안개는 이리저리 춤을 추고,
풍경은 시시각각 변한다.
새하얀 안개속에서 바람꽃이 꽃대궐을 이루었다.참 장관이다.
설악의 매서운 북풍에도 어쩜 이토록 튼튼하게 꽃대를 세웠는지 기특하기만하다.
속초 일대는 이미 안개로 침몰했고,
점봉산 방향 또한 안개가 쉴새없이 넘나든다.
중청산장의 지붕이 보였다 안보였다 숨바꼭질을 하더니,아예 구름속에 갇힌다.
구름속에 갇혀도 날은 참 좋다.
햇살이 강하지도 않고,바람도 아주 딱 적당히 불어주어 산정에 한참을 머물러도 내려가기 싫을 정도다.
더우기 이토록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을 두고 어찌 내려갈까나..
바람꽃 지천인 대청봉에서는 여로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진한 자주색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오늘 대청봉엔 유난히 젊은 청년들이 많다.
그 중엔 요가나 필라테스할때나 입을법한 레깅스에 브라탑 복장인 아가씨 둘이 특히 눈에 띈다.
묻지도 않았는데 새벽3시부터 공룡능선을 넘어와 다시 설악동으로 하산 하는 참이란다.부럽다.
나두 왕년에 그럴때가 있었더랬지...
2시간 반만에 대청을 오르고,하룻만에 공룡을 넘었더랬지..
꽃이 이뻐서,바람결이 좋아서,구름의 움직임이 좋아서,설악이 그냥 좋아서..
도무지 발걸음이 안떨어져 자리잡고 마냥 주저앉는다.
몽몽님도 그러려니~하며 보채지도 않는다.
대청을 내려서기 전,마지막으로 기념사진 남긴다.
오늘 이 순간이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이여라~~
오색으로 내려서자마자 네잎갈퀴나물이 진한 보랏빛으로 길을 밝힌다.
이 또한 설악에서만 사는 식물이다.
설악의 다람쥐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음식물 받아먹는 재미에 오히려 사람을 보면 달겨든다.
몸놀림은 또 어찌나도 잽싼지 발끝으로 휘리릭 지날때면 깜짝깜짝 놀랜다.
내리막 또 내리막..
거의 코박고 내려서야 하는 오색으로의 하산길은 역시나 죽여주신다.
될 수 있으면 천천히 보폭을 좁게 하여 걷는데 답이다.
점점 안개로 가득차 오르는 숲,분위기 끝내준다.
안개비가 내렸는지 바닥이 미끄러워 무척 조심스럽다.
안개숲을 밝히는건 정열의 노루오줌 뿐..
그리고 귓전을 울리는건 안개 너머 울리는 새들의 노랫소리..
오색폭포가 가까워오자 물소리가 경쾌하다못해 우렁차다.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따로없다.
고생했다,내 다리..
이로써 아홉시간에 걸친 산행을 마무리한다.
힘들어도 자꾸 자꾸 또 오르고 싶은 산,설악산..
걸을 수만 있다면 언제까지고 설악을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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