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20년 10월 25일
산행지 : 수락산
산행코스 : 청학리계곡-은류폭포-치마바위-정상-수락산장-내원암-금류폭포-청학리
산행이야기:아침나절 미용실가서 둘이 나란히 앉아 머리 자르고,점심먹고나서 느지막이 수락산으로 나선다.가을 오후의 날씨가 너무 아까워 엉덩이가 들썩거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수락산은 청학리계곡의 단풍이 끝내준다.
그 어느곳 못지 않게 화려하여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게엔 안성마춤인 곳이다.
과연 등산로 입구부터 가을색이 짙다.
노란색,빨간색,연두색,주황색,색도 아주 다양하게 어우러져 그림이다.
유난히 고운 단풍나무 아래서 가을날 추억을 남긴다.
내원암으로 오르는 등로를 버리고 계곡으로 스며든다.
계곡안엔 아무도 없고 단 둘 뿐,황홀한 단풍숲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 되었다.
늦은 오후라 산그림자가 내려앉아 햇살은 없지만,고운 색들의 향연에 연신 감탄사 연발한다.
계곡을 왔다갔다하며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는데,계곡이 깊어질수록 풍경도 무르익는다.
은류폭포의 물은 거의 말라있다.
예전에 옥순씨와 도시락 싸들고 올라와 발담그고 놀다 내려가곤 했는데..
폭포 상단까지 가기위해 밧줄을 잡고..
상단부 암반위에 올라서니 골짜기 사이사이 붉게 물든 산등성이 펼쳐진다.
계곡 상단부로 난 길을 따라 오르는데,길은 조금씩 좁아지고 가팔라진다.
길이 생소해 왠지 싸한 기분이 조금 들기는 하지만,어느 정도 오르면 내원암과 곧장 연결되는 등로가 있겠거니~하며 열심히 오른다.
이쯤에서 도로 내려섰어야 했는데...
사람들 소리가 나길래 이제 거의 다 왔구나~했더니만..
비박하러 온 산객들이 텐트 두동 지어놓고 쉬고 있다.
조금 더 올랐더니,이번엔 또 왠 움막집 한채가 바위 아래 떡하니 지어져 있다.
주인장인지 한사람 어슬렁거리길래 길물으니..치마바위 가는 길이란다.헐~
그것도 지금부터 족히 30분이상은 걸린다고...헐~
단풍에 홀려 오르다 그만 길을 놓쳐 골짜기 하나를 잘못 들어선 모양인데,이만큼이나 올라왔는데 도로 내려갈 수 도 없고 참..
희미하게 나있는 흔적 따라 낙엽 수북이 쌓인 길을 오른다.
시간이 늦어 조급한 마음까지 들며 불안한데,몽몽님은 주변을 살피며 침착하게 앞장서 나아간다.
든든하다.
약간 까탈스러운 사면을 돌아 가느다란 밧줄을 잡고 올라서니 산능선이 보이는데,
길은 점점 희미해진다.
마지막 오르막을 사정없이 치고 올라서니 마침내 치마바위가 코앞이고,익숙한 바윗덩어리가 눈앞에 우뚝 서있다.
사람들피해 은밀한 계곡을 택했는데, 웅성거리는 사람 소리가 왜 이렇게 반가운지..
이제사 안도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트랙으로 확인하는 꼼꼼한 몽몽님..
치마바위에 올라 이온음료 한캔 원샷하고,정상으로 향한다.
용쓰며 올라온 길,멀리서 바라보며 하도 어이없으니 헛웃음만 난다.
이래서 산은 이길이 아니다~싶으면 올라온 품이 아까워도 다시 내려가야 하는게 맞는갑다.
사과 반쪽씩 먹고 나서 서둘러 수락산장으로 내려선다.
지금은 영업을 안하지만,예전엔 산장에서 늘 기타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어느새 계곡 깊숙이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반질반질한 돌길,조심조심하며 살살 내려간다.
삼성각 오르는 돌계단이 참 정겹다.
가을날의 내원암은 꽤나 운치있다.
마당 한켠 텃밭에는 겨우내 드실 배추가 아주 실하게 자라고 있다.
금류폭포를 우측에 끼고 돌계단을 내려간다.무려 212개나 되는데,경사도가 장난 아니다.
우회길이 있긴하나 오늘은 직선코스로..
단풍꽃이 양쪽으로 도열하여 늘어서 있다.
다 내려와 올려다보니,아찔하다.
허나 무척이나 아름답다.
계곡으로 갈라지는 지점과 합류하며 임도길을 만난다.
이젠 룰루랄라 눈감고도 갈 수 있는 너른 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던 산행,힘 좀 뺐던 빡센 산행으로 마무리하고,
탈없이 잘 내려왔음을 자축하며 둘이 단체사진 한장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