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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도봉산

산행일 : 2020년 10월 21일

산행지 : 도봉산

산행코스 : 망월사역-망월사-포대능선-망월사

산행이야기:내가 해 준 감자밥이 먹고 싶다며 집으로 놀러오겠다던 복희가 하루 전날 뭔바람이 불었는지 산으로 안내하란다.평생 단 한번도 산이라고는 가 본 적 없는 친구라 비교적 쉽고 짧은 코스인 망월사를 왕복하는걸로 일단 정해놓는다.

 

요즘 유행하는 레깅스 패션에 운동화 신고 나타난 복희씨~

내 스틱을 건네주고 내가 챙겨간 등산양말로 바꿔 신으라 하고나서 산행을 시작하는데,인생 첫산행에 지도 좀 겁이 나는지 몇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한다. 

고소공포증 있으니 바위는 절대 오르지 말것,힘들어 더이상은 못간다 징징거리면 그냥 머리 한대 쥐어박고 도로 내려올것,커피를 마셔야하니 가다가 커피타임을 가질것...

 

 

어랏!

생각보다 아주 잘 간다.

몇해 전 안산자락길을 갔을때와는 영 딴 판이다.

작년에 남산을 갔을때도 이 정도의 날쌘돌이는 아니었다.

그간 벨리댄스 열심히 다니고,주말마다 한성씨랑 한강공원에 자전거 타러 나간다며 예전의 박복희가 아니라더니 그 말이 맞았다.

한시름 놓는다.

망월사까지는 무리없이 가겠다싶다.

  

 

지난주 금요일에 왔을땐 단풍물이 덜 들었는데,그새 이쁘게 물들어 멋진 풍경 보여주니 내가 다 뿌듯하다.

두꺼비 바위가 보이는 나무의자에 앉아 주문했던대로 커피 한잔 대령하고,사과도 반쪽씩 나눠먹는다.

 

 

생애 첫산행에 운좋게도 이토록 아름다운 단풍숲을 걷는 복받은 복희씨..

가을날 아무때나 오면 볼 수 있다 생각하겠지만,하루가 다르게 풍경도 다르다는걸 모르고 하는 말씀..

워낙 사진찍는걸 좋아하다보니 시키는대로 모델역할도 아주 톡톡히 해주는데,이렇게 찍어라 저렇게 찍어라 역시나 요구사항이 많다.

 

 

스물넷 첫직장에서 만난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져 감사하게도 이렇게 좋은 추억까지 공유하게 되었다.

윤정언니까지 같이 왔음 완벽한 삼총사 그림이었을텐데...아쉽다.

언니는 요즘 민주 때문에 정신없는 생활을 보내는 중이다.

어떻게든 올해만 잘 이겨내면 같이 걸을 날 있겠지..

 

 

곱게 물든 나무숲,시선을 붙잡고..

마치 물감 풀어놓은듯 색감 참 맑고 예쁘다.

 

 

가을여인..

처음엔 나이든 노인도 아닌데 스틱은 왜 써야하냐며 마지못해 건네받더니만,아주 요긴한 물건이라며 말을 바꾸는데는 얼마 가지 않았다.

 

 

오로지 망월사까지 탈없이 오르겠다는 일념으로 앞만보고 달린다.

그 좋아하는 핸드폰 사진도 안찍고 그저 앞만 보고 달린다.

뒤에서 사진 몇장 찍다보면 어느새 뒷모습도 안보여 내가 따라가기 바쁠 정도다.

잘간다,잘간다 넘치게 부풀려 칭찬까지 해주며 당근을 주니,뭔가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더 열심히 걷고 또 걷는다.

 

 

오늘은 등로뿐 아니라 계곡 단풍도 아주 화사하다.

허나 건조하여 물줄기가 아주 가늘게 졸졸 흐르는 수준이다.

 

 

예쁜 의자에 앉아 둘이 사진도 찍고 쉬어간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다.

한시간 반만에 망월사에 도착했다.

참 잘했다며 별다섯개 주며 칭찬해준다.

 

 

꽤 여러해 가을도봉산을 즐겼지만,오늘같이 이토록 아름다운 망월사 풍경은 나도 처음이다.

가을정취가 아주 제대로 풍긴다.

 

 

무섭다고 가파른 계단 못올라 갈꺼 같다는 복희를 살살 달래 영산전 뜰에 세우니,완전 감동한다.

본인조차 이렇게 높은데 서있다는게 실감나지 않는단다.

내려다보는 풍광은 또 어쩜 이토록 멋드러진지..

감격하여 입을 다물지 못하는데,그러지 않아도 큰 입은 더 커졌다.

 

 

다시 계단을 내려갈땐 무섭다고 난리 난리~~~

난간을 부여잡고 한칸 한칸 도닦으며 불안하게 내려간다.

 

 

소원지 써서 한장 매달고 싶다더니 우리집 복까지 함께 기도해주는 기특한 복희..

 

 

불자도 아니면서 부처님께 절은 꼭 올리고 가야 한다더니 복전함을 찾지못해 법당안 구석구석을 헤집는다.

결국은 못찾고 지나가는 어르신이 알려주신다.

절을 몇번 하는지 몰라 그냥 제멋대로 많이 할수록 좋은거 아니냐며 다섯배 올렸다 그런다.

재밌는건 교회에 가면 또 하나님께 정성들여 열심히 기도하고,

성당에 가면 경건하게 미사도 올린다 그런다.

 

 

빵은 성에 안찬다며 점심은 꼭 밥으로 먹어야 한다고 굳이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직접 만들어왔다.

이런 센쓰쟁이를 봤나..

뱃골 큰 나를 위해 특별히 큼지막하게 만들어 이름까지 써서 건네는데,맛이 아주 좋다.

예전엔 꽝손이었는데,주부경력 20여년에 요리사가 다 되었다.

언젠가 나를 위해 차려준 생일밥상은 정말 눈물나게 감동이었다.

감자그라탕에 등심스테이크에 케잌까지 다 직접 만들어 한상 차려 주었더랬다...

난 복희를 참 좋아한다.

뭐든 똑부러져서 좋다.

나이는 나보다 어려도 세상물정은 나보다 몇배는 더 똑부러진다.

내가 갖지 못한 부분을 참 많이 갖고 있다.

 

 

점심먹는동안 산사의 풍경소리 딸랑딸랑 들려오고..

눈앞에 펼쳐진 산사의 풍경에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냥 내려가기 아쉬워 조금만 더 올라가 보자며 유혹한다.

딱 10분만 더 올라가면 포대능선이라는 곳인데 완전 끝내준다고..(실은 더 걸리지만..)

걷기좋은 평지길이라고 덧붙힌다.(실은 오르막 돌길이지만...)

하산길 슬슬 걱정이 되는지 그만 내려갔음 하는 눈치다.

하긴 오늘의 목표달성을 했으니 더이상의 전투력은 없을테지..

딱 10분이라는 말에 의심없이 따라오는 순진한 복희..

 

 

슬슬 오르막이 나오고 조금 가팔라지며 숨이 가빠오니 이제 그만 내려가면 안되겠냐며 애원한다.

이미 복희의 산행력을 본터라 거의 다 왔다고 뻔한 거짓말을 하며 살살 달래니,귀는 또 얇아서 곧이곧대로 믿고 올라간다.

 

 

드디어 포대능선에 올라선다.

미세먼지로 시야는 안좋아도 내려다보는 맛이 일품이다.

 

 

완전 최고라며 본인 스스로 대견해하며 높은 곳에 있다는걸 최대한 부각시켜 사진찍어달란다.

이렇게 높은데 올라와 있다는게 본인도 믿기지 않은가보다.

처음 산행치고는 아주 훌륭하다고 또 다시 칭찬해준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망월사를 발아래 둔다.

복희한테 보여주고 싶어 따라오라하니 죽어도 못오겠다며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걱정한대로 내리막은 완전 쥐약이다.

그야말로 설설 기며 내려간다.

운동화 바닥이 반질반질해 몇번이나 미끄러지듯 위태롭다.당장 등산화를 장만해야겠다 한다.

그러면서도 입은 한시도 쉬지 않는다.

자전거 타다 넘어진 사연,대둔산 구름다리 보고 기겁하여 벌벌 떨던 사연,당근마켓에 중고품 내다 파는 사연 등등..

말솜씨가 좋아 듣고 있으면 저절로 빠져든다.

 

 

망월사 필수물품은 어떻게 조달하나 궁금했더니만....

 

 

오르막은 날다람쥐 같더니,내리막은 거북이 걸음이다.

과할만큼 조심한다.

저전거를 더 열심히 타야겠다 그러고..

 

 

이 가을날,오랜 지기와 함께 하니 좋다.

 

 

배낭에 남은 홍시를 꺼내 체력보충을 시키고는 살살 계곡을 내려간다.

 

 

무사히 다 내려왔다.

한껏 뿌듯해하며 가슴 벅차 하길래 가이드비를 달라하니 되레 사진모델비를 달라 그런다.참 내..

탐방센터를 지나며 다시 마스크를 꺼내쓰고,망월사역에 도착하니 얼마안가 1호선이 들어온다.

자리에 앉자마자 하는 말이 `근데 오늘 우리가 무슨 산을 간거지? ` 참 내..

이건 뭐 장례식장 가서 실컷 울고 누가 죽었냐 물어보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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