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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계방산

산행일 : 2022년 10월 9일

산행지 : 계방산

산행코스 : 운두령-정상-운두령

산행이야기:서석에서 하룻밤 자고,쌀이며 콩이며 고구마며 이것저것 푸성귀들 잔뜩 챙겨 트렁크에 쑤셔넣고 새벽같이 집을 나선다.오후에 비소식만 없으면 설악으로 튈 계획이었는데 날씨가 야속하다.

 

눈쌓인 겨울 계방산은 여러번이지만,가을 계방산은 처음이다.

주차장이 한산한걸로 보아 계방산의 가을이 크게 인기있는 산이 아님을 짐작케한다.

 

 

 

예상대로 가을색 가득한 길이 쓸쓸한 느낌이 들 만큼 고요하다.

낙엽밟는 소리는 시적이다.

겨울풍경에 익숙했던 이 길이 너무 생소하여 어리둥절할 정도다.

바람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멧돼지 울음소리도 실려온다.

 

 

 

한달음에 전망대에 올라서니 코끝이 찡할 정도로 기온이 차갑다.

한겹 더 껴입고 사방을 둘러보니,날은 흐렸어도 시야는 정말 좋다.

이런 맛에 산에 온다며 오늘도 등산예찬을 읊어댄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을때의 그 쾌감이며,한줄기 바람에도 싱싱한 생기가 충전되는 기분좋은 느낌,

그리고 탁 트인 산정에 올라 바라보는 풍광은 그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벅찬 감동이고.  

그야말로 즐거운 노역이다. 

 

 

 

울긋불긋 화려하지 않은 소박하고 수수한 계방산의 가을을 만끽한다.

 

 

 

요즘 배낭없이 다니는 산행에 맛들린 우리집양반..

처음엔 남자체면 운운하더니 이젠 자기가 짊어진다는 말도 두어번 건네고는 끝이다.

이렇게라도 산친구가 되어 준다면야 100킬로 배낭을 짊어진다한들 무에 대수랴~! 

무거운 짐일랑 내가 짊어질테니 부디 몸 아껴서 나 가고싶은 곳 전국방방곡곡 잘만 데려다 주시어요~~

 

 

 

정상에 올라섰다.

추색 가득한 산등성이 시선을 사로잡고,사방으로 산그리메가 넘실거린다.

한겨울 바람에 비하면야 쨉도 안되겠지만,바람결이 꽤 차갑다.

 

 

 

주목군락지로 이어지는 산길은 어느새 삭막해졌다.

지난 겨울의 새하얀 능선길과 오버랩된다.

 

 

 

낭만이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는 사람이니,이렇게라도 억지로 낭만을 강요시켜본다.

그래도 시키는건 따박따박 잘한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더니 아니나다를까, 산행 마치고 뱃재고개를 막 내려서니 한두방울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얼마 안 가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빗줄기가 요란하게 쏟아진다.

 

 

 

 

10월 8일,울아부지 삼악산 케이블카 태워드리기로 한 날,

날씨가 얼마나 환상적이었는지,울아부지는 날 한번 기막히게 잘 잡았다며 완전 신나하셨고,

경로당에 가셔서 자랑하신다며 사진을 이렇게 저렇게 아주 여러장 찍으셨고,

얼마나 좋으셨으면 저녁은 당신이 사시겠다며 선선히 지갑을 여셨다. 

그리고 이 나쁜 딸년은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단풍 든 산에 못간게 안타까워 안달복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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