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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설악산(한계령~장수대)

산행일 : 2022년 10월 13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

산행이야기:올 봄 걸었던 진달래 꽃길,이번엔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었을 그 길을 다시 찾는다.

 

단풍철,동서울에서 임시로 증편된 6시 20분 버스에 올라타니 온통 등산복차림의 승객들이다.

운좋게 마지막으로 딱 한자리 남은 2번 좌석 하나가 내 차지가 되었다.

화양강휴게소에서 딱 한번 정차하고는 내리 달려 8시 40분쯤 되니 한계령 휴게소에 내려준다.

 

설레고 기대되고 한편으론 잘 걸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출발!

 

 

 

산 아래로는 안개가 자욱하고,구불구불 한계령길은 가을빛 가득하다.

 

 

 

중청 대청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 라인은 어느새 가을을 훌쩍 지난 모습이고,

한계삼거리까지 이어지는 등로의 단풍빛도 그다지 화려하지 않지만,설악을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지금..

 

 

 

한계삼거리에서 귀때기청봉으로 진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가을을 만끽하기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쓸쓸하고 적막한 길이라 너무 좋다. 

그 어떤 걸림도 없이 이 멋진 설악의 장엄한 풍광들을 온전히 품에 안는다.

 

 

 

너덜바위를 용쓰며 올라와 넘실거리는 단풍물결을 내려다보고,

중청 대청으로 이어지는 라인도 눈에 담는다.

 

 

 

줄곧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을 오른편에 두게 되는데,바위를 수놓은 오색단풍이 눈을 뗄 수 없을만큼 아름답다. 

 

 

 

너덜겅 사이로 화려하게 피었던 진달래가 지금은 붉은빛으로 마지막 색채를 한껏 발한다.

마치 붉은색 꽃이 핀 것처럼 보인다.

바람도 좋고,하늘도 예쁘고,햇살마저 바삭거리니 홀로 걷는 이 길이 너무 좋아 막 눈물이 날것 같다. 

 

 

    

2시간여만에 귀때기청봉에 올라 한숨 돌리며 삼각김밥 하나를 까먹고 있는데,

어느 산객이 대승령까지 얼마나 걸리냐 묻는다.

그리고 옆에 있던 어느 산객이 답하기를  6킬로밖에 안되니 3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런다.

가만 있을까 하다가 오지랖이 발동하여 대답했던 산객이 자리를 뜨자마자 한계령에서 여기까지 걸린 시간을 물으니 4시간이나 걸렸단다.

여차저차 설명을 하니 다시 한계령으로 발길을 돌린다.

킬로수만 보고 만만히 보면 절대 안되는 구간이 바로 이 코스다.

 

 

 

안산까지 시원하게 펼쳐진 능선길 바라보며 다시 길을 잇는다.

군데군데 볕이 들지 않은 곳은 엊그제 내렸던 눈이 그대로 남아있기도하여 젖은 돌길이 무척 미끄럽다.

 

 

 

꽤 많이 걸어왔다 싶은데도 귀때기청봉이 여전히 지척에 있다.

 

 

 

전망없는 숲길을 한동안 걷다 바위에 올라서며 또 다시 가을빛 가득한 멋진 설악을 마주한다. 

딱 한자리 남은 좌석을 두고 클릭을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에라 모르겠다하고 누르길 참 잘했다.

설악은 언제나 올때마다 옳으니까.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젊은 청년에게 사진 한장 부탁한다.

글쎄..팔팔한 청년 둘이 오색에서 시작해 남교리까지 가는 중이란다. 

묻지도 않았는데 나도 왕년엔~하면서 어쩌구 저쩌구 괜히 꼰대짓하며 아는척 좀 하고..

 

 

 

눈앞에 펼쳐지는 설악의 가을은 눈부시지만,역시나 쉽지 않은 길임이 틀림없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걸 뻔히 알면서도 자꾸만 찾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길임에도 틀림없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산길을 걷다보면 오로지 내 숨소리 발소리에 집중하게 되는데,

난 그게 참 좋다.

산길 혼자 다니면 무섭지 않냐 그러는데,가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놀랄뿐,그 뿐이다.

크게 무섭지도 않다.이상하고 신기하다.

 

 

 

우와~~

오색단풍 마치 융단처럼 부드럽게 흘러내린다는 표현이 아주 꼭 맞다.

 

 

 

가을햇살이 생각보다 강한 날이다.

바람이 적다보니 물만 연신 마셔댔더니 지금부턴 아껴마셔야 할것같다.

얼굴엔 서걱서걱 소금기 가득하다.

 

 

 

저만치 거대한 바위 사이로 나 있는 가파른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산라일락 피는 6월초면 저 바위에 산솜다리가 꽤 여러 송이 핀다.

 

 

 

지금 시기에 산솜다리가 피어 있을리 없는데도 괜히 바위에 눈길이 간다.

 

 

 

1408봉

드디어 1408봉에 올라선다.

지금부턴 조망은 거의 없고 숲길만 열심히 걷게 된다.

 

 

 

속이 텅 빈 고목을 지나고,주목 나무도 지나고,단풍 우거진 작은 언덕을 여러번 오르내린다.

몇군데 완전 미끄럽고 까다로운 돌길도 지나고,구석진 돌틈 사이로는 여전히 녹지 않은 눈도 간혹 눈에 띈다.

 

 

 

대승령

2시 반..

반갑다,대승령!

이젠 다 온거나 진배없다.

시간도 많겠다,룰루랄라 단풍놀이 즐기며 쭉쭉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산행 끝~~!!

 

먼지털고 세수하고 옷갈아입고 돌아서니 원통터미널까지 가는 3시 45분 마을버스가 눈앞에서 휘리릭 지나간다.

바보같이 원통가는 마을버스가 있다는걸 미처 생각지 못했다.

 5시쯤 지나는 동서울행 버스는 한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다 오색에서 만차가 되면 정차하지 않는다는데,

오늘같은 날엔 만차가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그런다.헐!

 할 수 없이 카카오 택시를 불러 원통까지 나갈 참이었는데,마침 흘림골 다녀오신다는 아주머니 세분이 선뜻 태워주신단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처음엔 원통에 내려주신다더니 달리고 달려 결국 서울 다 와서 양정역 바로 앞에 착 내려주신다.

어머나,이렇게 고마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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