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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도봉산(망월사~녹야원)

산행일 : 2023년 10월 28일

산행지 : 도봉산

산행코스 : 망월사역-망월사-포대능선-민초샘-만월암-녹야원-도봉산역

산행이야기:복희가 요즘 산이 고팠나보다.약속있다고 한번 튕기는척 하더니,한시간도 안돼 약속을 취소했단다.그리하여 오늘에서야 고대하던 커플데이트 산행이 성사됐다.

 

 

아침부터 요란법썩을 떨고나서야 약속시간보다 30분을 넘긴 시간에 청량리역에서 합류했다.

복희네가 오랜만의 산행에 긴장됐는지 실수로 알람설정을 잘못해 그만 늦잠을 자버린것이다.

신도림역에서 몇분 전철을 탔네,몇번 칸에 탔네,어디쯤 통과하네 열나게 가고있네 하며 실시간으로 중계하고,우린 플랫폼에서 기다려야 했는데,막상 또 얼굴을 보니 반갑다.생글생글 웃는데,뭐라 할 수도 없고 참..

망월사역 상가지대를 지나며 커피숍에 들러 에너지를 충전하고 갔음 하는 눈치지만,그대로 통과하여 곧장 고고씽이다.

지각한 죄가 있으니 차마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복희씨.

 

 

 

 

어제 혼자 걷던 길,오늘은 넷이 걷는다.

전부터 세은빠가 망월사 타령을 했다길래 가을이 되면 꼭 구경시켜주고 싶었는데,때마침 단풍물이 알맞게 든 이 좋은 가을날에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다.

고객1,고객2님으로 칭하며 대장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엄포(?)를 놓고,출발한다.

그래도 그간 쌓인 정이 있어 2번 고객님 니즈에 맞춰 커피한잔 대령해 드리고.

 

 

 

 

30년 지기,복희씨.

숟가락 젓가락 갯수까지 속속들이 집안내역까지 다 아는 이물없는 사이다.

이렇게 이어져 온데는 사실 복희의 공이 크다.

언제나 먼저 만나자,밥먹자,커피 마시자 하며 `관계`에 있어 늘 `정성`을 들인다.

 

 

 

 

두꺼비 바위가 보이는 쉼터에서 사과 반쪽씩 먹고..

 

 

 

 

생각보다 아주 가벼운 몸으로 날렵하게 앞서나가는 복희네 부부,

중도하차 할 수도 있네 어쩌네 하며 하도 앓는 소리를 하더니만,기우였다.

슬슬 오늘 계획했던 것보다 산행거리를 좀 더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자리잡는다.

 

 

 

 

모델포즈 제대로하는 고양이.

 

 

 

 

오늘의 일등고객님.

잔소리할것도 없고,알아서 척하면 착 알아듣고,누구처럼 힘들다 궁시렁거리지도 않는다.

다음에도 또 산여인 산악회를 이용해주세요 고객님,딸랑딸랑~

 

 

 

 

핏빛단풍 아래서 환상의 바퀴벌레 두쌍이 오늘을 추억할 기념사진 한장 남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찍사 있는 김에 우리도 꽤 여러장 가을날의 추억을 남긴다.

 

 

 

 

어서와,망월사는 처음이지.

세은빠는 물론이고,두번째 와보는 복희도 멋있다고 난리다.

내가 만들어낸 풍경이 아닌데도 다들 만족하니 괜히 내가 다 뿌듯하다.

 

 

 

 

늘 올때마다 닫혀있는 영산전이 어제 오늘은 활짝 열려있고,우렁찬 불경소리와 함께 신도들도 꽉 차 있다.

그냥 지나칠 리 없는 복희는 그 틈에서 꽤나 진지하게 기도한다.

그나저나,똑같이 생긴 털신을 어떻게 구분하나 했더니만,신발마다 이름이 적혀있고 `무좀`이라 적혀있는 털신을 보고는 실소한다.

 

 

 

 

어제 봤어도 여전히 감동적인 영산전 풍경이다.

오늘은 함께 공감하며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감동은 더 배가된다.

 

 

 

 

사진 한장 안남길 수 없지.

 

 

 

이만한 레스토랑이 어디 있을까?

5성급호텔 부럽지 않은 산상 레스토랑에서 함께 나누는 음식이 완전 꿀맛이다.

더우기 땀까지 흘렸으니 오죽할까?

 

자,지금부터 산여인의 공지사항이 있겠으니 주목!

1번,더이상 못가겠으니 여기서 하산한다.

2번,조금 부족한거 같으니 10분 더 진행하여 원도봉산까지 돌아 내려온다.

3번,한참 부족하니 포대능선 걸어 도봉산역으로 하산한다.

 

3가지 옵션을 주고 선택하라 했더니만,우리의 1번 고객님이 일등고객님답게 냅다 3번이라고 선수친다.

옳거니,그럼 게임 끝이다.

더이상 다른 사람의 의견은 필요없게 됐다.

한 집은 `여필종부`고,다른 한 집은 `남필종부`라 짝꿍들은 자동으로 따라가는 시스템이니까.

 

 

 

 

역시,산행은 능선 걸으며 내려다보는 맛이지.

 

 

 

 

복희가 여론에 밀려 따라오긴 했는데,얼마나 버거워 하는지 완전 설설 기는 수준이다.

특히 바윗길은 거의 쥐약이라 고전한다.

점점 말수는 줄어들고,그저 내뱉는 말이라곤 얼마나 남았냐는 질문 뿐.

몸다칠까 염려되지만,이젠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살살 구슬려 가며 걷는 수 밖에 없다.

돈도 없고 멀미때문에 소방헬기도 못탈거라며 걱정 대신 실없는 장난말로 마나님 긴장을 풀어주는 세은빠.

 

 

 

 

겨우 포대능선을 지나 우회길을 통해 다락능선과 합류하는데,복희는 이토록 험한 길은 난생 처음이라며 거의 울기 일보직전이다.

곰살맞은 우리집양반이 전담하여 근접보좌하고,성질급한 A형 두 사람은 지 갈길 가느라 바쁘다.

맘같아선 신선대까지 가서 정상을 찍게해주고 싶지만,여기서 더 가자 그러면 산여인산악회 문닫을까 싶어 더이상 능선을 잇지 않는다.

 

 

 

 

다락능선 버리고 만월암으로 곧장 떨어진다.

두 남자,만월암 답사하라고 보내고 잠깐 한숨 돌리며 주변을 살펴보는데,역시 만월암 부근 단풍은 어딜내놔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도봉의 주봉우리들을 조망하며 선인봉을 가까이서 보여주기 위해 산허릿길을 계속 잇는다.

인적 드문 곳이라 길은 선명하지 않지만,그래도 방향은 잘 잡아간다.

그간 쌓은 도봉산 경력이 얼만데.

 

 

 

 

드디어 마주한 선인봉.

다들 무슨 중국 무협지에 나오는 풍광같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누구랄것도 없이 휴대폰을 꺼낸다.

허나,눈에 보이는 감동을 고작 네모안 틀안에 넣기엔 역부족이라고. 

 

 

 

 

너무 힘들어서 반쯤 실성한 복희와~

다른때같음 의관을 정제하고,거울보고 얼굴도 좀 정리하고 찍었을텐데,

오늘은 만사 다 귀찮고,집에나 빨리 가고 싶어하는 표정이다.

 

 

 

 

그럼 그렇지.

어쩐지 지금까지 순조롭다 했다.

나를 따르라~하며 선봉에 섰건만,`여기가 아닌가봐,어랏,여기도 아닌가봐~를 하며 헤매다 얼떨결에 정규등로와 합류한다.

그것도 머릿속에 그렸던 지점과는 한참이나 내려온 초행길이다.

마치 의도했던 곳인양 자연스럽게 넘어가며 스스로 대장의 자존심을 지켜내고,이 때문에 복희는 더 거친 길을 걸어야만했다는거.

 

 

 

 

아직 멀었냐,몇분 남았냐,돌길은 도대체 언제 끝나냐 할때마다 계속 30분 남았다고만 한다.

대신 걸어줄 수 없으니 나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세은맘.

들머리에 있었던 뱃살 측정기에서 10대라 쓰여있는 나무사이를 가뿐하게 통과했는데,

지금은 뱃살이 더 쏙 들어갔다.

 

 

 

녹야원을 지나고,드디어 평지를 만나며 오늘의 산행을 무사히 마친다.

망월사역에서 도봉산역까지 단 한정거장을 무려 일곱시간에 걸쳐 걸어온 셈이다.

총인원 4명,낙오 0명,손끝에 살짝 피 본  1명,이상 보고 끝!!

 

쌈밥집에 들어가 게눈 감추듯 밥한그릇씩 뚝딱하고,

달달한 케잌에 모카커피 마시고 1호선에 올라타니 날이 어둑어둑해진다.

정말 기나긴 하루였다.

또한 즐겁고,행복하고,뿌듯했던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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