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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지리화대종주 첫째날

산행일 : 2010년 10월 9일~10일

산행지 : 지리산 1915m

산행코스 : 화엄사-노고단-연하천-벽소령-세석산장(첫째날)

               세석산장-장터목-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유평리-대원사(둘째날)

산행이야기:종주산행의 백미라는 화대종주길에 나선다.한번쯤 해보리라 다짐했던 지리고전종주길,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왔다.용산역에서 10시50분기차타고 구례구로 향하는데,옆좌석에 자리잡은 아저씨들 폼새가 어째 심상치않다.앉자마자 막걸리와 소주파티가 걸판지게 시작된다.맥주한캔마시고 잠시라도 눈좀 붙히려했더니,산통이 다 깨진다.목청좋은 대한민국 열혈아저씨들 네분덕(?)에 밤을 꼴딱세우고,비몽사몽간에 화엄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계곡물소리에 정신이 개운해진다.살짝부는 바람에 기분도 상쾌해지고,하늘에선 별이 쏟아져내린다.

나의 전용셀파님께 무거운짐은 거의다 내어드렸는데도 배낭무게가 적응이 안돼 몸이 뒤뚱뒤뚱 오리걸음을 한다.

초입에서 만난 여학생둘과 발맞추며 쉬엄쉬엄 걷다보니,서서히 동이트기 시작한다.

나무들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운무가 점점 발걸음을 재촉하는데,저만치 보이는 능선길에 쉽게 닿질 않는다.

코박고 죽을똥싸며 올라와 전망대에 도착하니,발아래세상이 장관이다.

운해가 깔리고,그 사이로 여명의 기운이 감돌고,봉우리는 바다가운데 둥둥떠있는 섬이 되어 있다.

노고운해를 끝발나게 접수하고,서서히 몸이 풀린가운데,

대피소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하고 주능선길로 들어선다.

 

 

 

 구례구역에 한뭉태기 쏟아졌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등로가 아주 한갓지다.

분위기잡으며 안개를 뚫고 앞으로 전진한다.

 고도가 차츰 높아질수록 가을속지리는 울긋불긋 점점 화려해진다.

 

 

 

 

 

삼도봉에 도착하니,안개가 그득하다.

궁댕이모양의 반야봉이 보일듯말듯하더니 이내 안개속으로 숨어버린다.

행동식으로 요기를 하며 한참을 쉬면서,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한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많은것을 배운다.

산행의 또다른 얻음이고 가르침이다.

화엄사부터 노고단까지 동행했던 젊은 학생들,삼도봉에서 만난 일곱명의 고교동창들,

그리고 지금 함께 걷고있는 길동무들..

자연과 어울리며 인간본연의 순수함으로 만난 사람들이기에 그 어떤 거침도 없다.

산이주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단풍비내린 길을 놀맨놀맨 걷다보니,어느새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한다.

일사불란하게 밥짓고,김치찌개 보글보글 끓여 오늘 처음으로 식사다운 식사를 한다.

평소먹는양의 2배정도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벽소령으로 향한다.

계획했던 세석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빠듯한터라 부지런히 발을 옮기기 시작한다.

 

 

 

벽소령에 도착한 시간이 4시 10분..

세석까지의 거리가 만만치않지만,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맘이 조급해서인지,점점 배낭무게가 무거워지고,발걸음도 점점 무거워진다.

날이 어두워지고,렌턴불에 의지한채 안개속 미끄러운 등로를 걷는다.

일행분은 이거야말로 `진정한 산행의 참맛`이라는둥 `종주산행의 묘미`라는둥 하시는데,

묘미는 무슨놈의 묘미고 참맛은 무슨놈의 얼어죽을 참맛이란말인가..난 죽을맛인데..

약한모습 보이기싫어 씩씩한척 꽁지빠지게 쫓아가느라 바쁘다.

발바닥이 얼얼하고,어깨도 뻑적지근해지고,응가도 마려워 죽겠고,식은땀은 줄줄 흐르고...

다리 쭉펴고 누울 우리집 따뜻한 안방이 그립다.

앉으면 따끈따끈한 우리집 변기가 그립다.

세석에 도착하면 일단 화장실로 튀고,그 다음엔 밥이고뭐고 그냥 발뻗고 누울생각만 굴뚝같다.

세석까지 남은거리 0.6킬로를 알리는 이정목이 보이자,희망이 보이기 시작하고,

산장에 가까워졌는지 음식냄새와 웅성거리는 소리가 그 어느때보다도 엄청 반갑게 다가온다.

산장의 불빛이보이자 콧물과함께 살짝 눈물도 찔끔나온다..

 

드디어 도착한 세석산장...

마침 식사를 마친 산님들 식탁을 차지하고,여장을 푼다.

야심차게 계획한 삼계탕이 바글바글 끓자,식욕이 확 돋고,소주한잔으로 건배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별빛하늘아래 정겨운만찬은 늦게까지 이어지고,닭죽까지 먹고난 다음에야 식사를 마무리한다.

 

즉석에서 후다닥 날름공사로 집한채가 건축된다.

안방같이 따뜻한 스위트룸에 쏙 들어가 깊은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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