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9월 26일
산행지 : 설악산 서북능선
산행코스 :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대승폭포-장수대
산행이야기:추석명절기간,뱃속이 놀랠정도로 버라이어티하게 먹어댔더니,뱃살에 선명한 삼겹살의 훈장을 달았다.먹는행복..그 달콤한 유혹을 어찌 뿌리칠 수 있으랴..한겹이라도 줄이기위해 명절의 마무리를 설악에서 보내기로 한다.
7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자마자,막 여자월드컵경기가 시작된다.
중요장면이 나올때마다 터널을 통과하며 TV화면이 멈추기를 여러번 반복해도
맘졸이며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지켜본다.
한계령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피말리는 승부차기끝에 우승을하고,그 어느때보다도 기분좋게 설악에 오른다.
깊이 들어갈수록 설악은 누르스름한 가을색에 물들어 있다.
이제 곧 노랗고 빨갛게 물들 풍경을 그려보며 한계삼거리를 향해 오른다.
한계삼거리지나,너덜지대로 들어선다.
공룡능선과 용아장성릉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멀리 봉정암과 중청을 상징하는 쌍탁구알도 보이는 맑고 깨끗한 날씨라
눈은 호사를 누리지만,발바닥은 고생길에 접어든다.
계속되는 너덜길에 어느 산님이 한마디 하신다.
`이 길 참 더럽네~`
너덜지대를 지났는데도 등로는 여전히 미끄럽고 거칠다.
고사목과 어우러진 설악의 풍광을 즐기는동안에도 발에 주의를 집중한다.
혹여 첫단풍을 이곳에서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는 빠짝 타들어간 파란단풍을 보고는 이내 포기해버린다.
올단풍이 유난히 곱고 이쁘다던데..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반쯤 물들다가도 말라버렸고,채 붉은기운이 감돌기도전에 쪼글쪼글해버렸다.
귀때기청봉 1578m
귀때기청봉지나 너른공터에서 점심을 먹은후,대승령으로 향한다.
작년봄에 이미 걸었던 길이라,대승령까지의 6킬로구간이 몸으로 느끼기엔 10킬로로 느껴질만큼
좀 지루한 길이라 미리 짐작한다.
잘됐다.누군가 내게 던진 그 질문에 대해 천천히 걸으면서 답을 해봐야겠다.
`뿌리내리는 집요함대신 꽃의 향기로 피어나 보다 우아한 바람에 춤출 수 있는가?`
내 생각주머니는 빠르게 돌아가며 움직이고 있는데,발걸음은 점점 느릿느릿해진다.
그러다 설악의 웅장하고 남성미넘치는 힘찬 봉우리들을 보고있노라면,
어느순간 생각이고뭐고 멍~한 상태가 되기도한다.
대승폭포에 닿으니,붉게 석양의 빛이 드리운다.
노을빛에 파란 소나무가 금송이 되어 반짝거리고,능선을 넘어가는 일몰이 장관이다.
8시간만에 장수대에 도착한다.
꼬르륵 소리가 날정도로 허기진배를 따뜻한 우동으로 채우고,
엄청나게 빠른속도로 달려 망우역에 도착하니,10시도 안되었다.
그냥 오기 섭섭해,간만에 뭉친 백두산팀과 을지로골뱅이보다 훨씬 더 맛있다는 망우리골뱅이에 생맥주한잔으로 하루를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한겹을 줄이기는커녕 배만 뽈록 만들며 뿌듯하게 배두드리며 집으로온다.
'산행이야기 > 산행(2009~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백산(충청단양) (0) | 2010.10.03 |
---|---|
지리산둘레길3구간 (0) | 2010.09.29 |
지리산(경남함양) (0) | 2010.09.19 |
도봉산(서울/경기의정부시) (0) | 2010.09.16 |
선자령(강원평창) (0) | 2010.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