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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지리화대종주 둘째날

산행일 : 2010년 10월 9일~10일

산행코스 : 세석산장-장터목-제석봉-천왕봉-치밭목-대원사

산행이야기:스위트룸에서의 하룻밤을 달콤하게 잤다.밖에서는 딸그닥거리며 산행준비들을 하는데,침낭안에서 나가고싶지않다.뒹굴다가 3시가 넘어서야 겨우 일어나 어젯밤 먹다남은 닭죽으로 간단히 요기를하고,마음다잡고 장터목으로 향한다.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하다.오늘같은날,천왕일출을 보는건 따놓은 당상인데,

마라톤수준으로 냅다 달려도 불가능한 시간이다.

3대가 덕을 쌓았다는걸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장터목으로 가는 길위에서 환상의 색감을 연출하며 붉게 물든 동녘을 바라본다.

새벽녘에 걷지않으면 못볼 그런 아름다운 장면들이 사방팔방에 펼쳐진다.

동녘엔 여명의 기운이,서녘엔 운해의 장관이,그리고 여명빛과 단풍의 붉은기운이 한데 어우러진다.

 

 

 

 

 

 감동과 환희로 새벽을 열며,한참을 걷다보니,일행들이 안보인다.

장터목에 도착해 한참을 기다려도 보이지 않는다.

 전화도 안받는다.다들 은근슬쩍 나를 왕따시키셨나?

통밥을 재보니,장터목은 지났을거같아 천왕봉으로 향하는데,마침 전화가 온다.

벌써 제석봉에 계시단다.삐침모드로 급전환하고 빠른걸음으로 올라치는데,

마음착한 셀파님이 냅다 달려와 배낭을 들어주신다.

순간,삐침모드에서 급화해모드로 바뀐다. 

 

 

 

 

 

 

 

 천왕봉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이 끝내준다.

어젯밤 야간산행의 힘듦도,고구마자루같은 배낭의 무게도 다 잊게만든다.

후회는 잠깐이고,열심히 올라와보니,다 부질없음이다.

이 아름다운 풍경과 알싸한 공기맛에 이끌려 또한번 종주길을 밟겠다 다짐한다. 

산이 말한다.

몸을 낮추라 말하고,내려놓으라 말하고,비우라 말한다.나의 욕심을 꾸짖고,집착을 꾸짖고,조급함을 꾸짖는다.

 

 

 

 

 

 모닝사과를 베어물며 감동의도가니속에서 한참을 빠져있다보니,

어느새 천왕봉이 속속 모여드는 산님들로 도떼기시장통이 되어버린다.

정상석인증은 찝찝하지만 의연하게 포기하고,한번도 가보지못했던 대원사길로 접어든다.

 

 

 

 

 그동안 `운해,운해`하고 노래를 불렀더니,그 간절한 노래가 지리산신령께 전해졌나보다.

오늘은 발길닿는곳마다 운해가 펼쳐진다.

거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이쁜단풍들까지 막판끝발을 멋지게 장식해주려는지,노랗고빨갛게 융단을 깔아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숲을 걸을꺼라고는 예상치못했다.

지리단풍은 아직 멀었겠구나 했는데,

지리는 그들만의 단풍잔치에 우리를 초대하면서 화려하게 길을 열어주고 있다.

그 어떤 수채화물감으로도 그려낼 수 없는 특별한색감을 발산하면서...  

 

 

 

 

 

 

 

 

치밭목산장에  도착해 배낭속양식을 탈탈 떨이한다.

누룽지끓여 남은 밑반찬들을 비우고,소주한병도 마저 깐다.

일단 지리산신령께 고시레하며 석잔을 바치고,나머지로 피날레를 한다.

술한잔이 목구멍을 통과하자,어제오늘 걸어왔던 길이 주마등처럼 스치고,갑자기 힘이 불끈솟는다.

다들,그냥소주가 아니고 일명 `벌떡주`라 명명한다.

 

 벌떡주의 효능에 힘입어 펄펄날아 대원사까지 한달음에 내려온다.

한참을 걸어내려와 유평리에 도착하며,드디어 무려 45킬로에 달하는 화대종주를 마친다.

말할 수 없는 감동이 쓰나미가되어 가슴을 훑고,

함께걸었던 산동무님들에게는 뜨거운 동지애가 활화산처럼 불타오른다.

3시30분 원지행버스타고,다시 원지에서 4시40분버스타면서 

승전가를 부르며 마치 개선장군처럼 멋지게 서울에 입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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