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10월 16일
산행지 : 설악산 잦은바위골
산행코스:소공원-비선대-잦은바위골-설악골-소공원
산행이야기:설악의 은밀한곳으로 간다.아무나 접근하지 못하는곳으라 더 구미가 땡기는곳..가지말라 막은곳이라 청개구리심뽀로 더 가고싶은곳..여차하면 10원짜리로 50만원 만들어 싸들고 달려오신다는 분도 계시니,마음놓고 나선다.
소공원을 출발해 비선대지나자마자 얼마안가 좌측등로로 살짝 들어간다.
이른새벽부터 복작거리던 등로가 잦은바위골로 접어들면서 한갓지고 조용해진다.
서서히 날이 새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설악의 속살은 초장부터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고,등로는 점점 거칠어진다.미끄러운 계곡길을 건너는가하면 자일에 대롱대롱 매달려 곡예를 하기도한다.
초장부터 이거 장난이 아닐세..
잠도 덜깨서 비몽사몽인데,정신 빠짝 차려야겠다.
설악의 속살을 쉽게 보여줄리없다.
미끄러운 바위를 기어오르는가하면,바위와 바위사이를 뜀박질하며 간담이 서늘해지게 만든다.
등로도 분명치않으니,앞사람궁댕이를 놓치지않기위해,기를쓰고 용을쓰고 따라 올라친다.
계곡물을 건너다 물에빠지고, 쫄라당 미끄러져 궁댕이도장을 찍는 산님들을 보면서 긴장의 끈을 빠짝 조인다.
올라칠수록 설악의 은밀함은 환상적인 스릴로 변하고,공포심또한 최고조로 달한다.
저아래 낭떠러지구간을 내려다보며 건너는 구간에선 찔끔 오줌까지 지릴뻔 하다가 쏙 들여보낸다.
스무고개넘듯 한고비 한고비씩 고개를 넘을때마다 설악은 한꺼풀 두꺼풀 벗어제끼기 시작하고,
내 눈은 반짝거리고 가슴은 콩닥거리고,어루만지는 손길은 가볍게 떨린다.
`와아~와아~`하며 신음하듯 탄성이 절로 나오게하는 거친 야성의 아름다움이다.
과연 `설악`이로세~~ 짜릿짜릿 오감만족이로세~~
50m폭포
어느새 50m폭포앞에 선다.
긴장했던 온몸을 이완시키며 한숨 쉬어간다.
단감 3쪽을 먹고,또다시 가열차게 기어오른다.
100m폭포
아무리 쳐다봐도 눈짐작으로 재어봐도 100m는 뻥인거같다.
폭포의 웅장함은 없으나,폭포를 품고있는 기암이 그 멋을 한껏 돋보여준다.
거기에 `가을`이라는 계절의 아름다운 색채가 어우러져 한참을 멍때리며 바라보게 만드는 비경중의 비경이다.
요기부터 빠짝치고 올라야한다며 잔뜩 겁을 준다.
공포의 구간도 자꾸 익숙해지니,어느순간부터는 흥미진진해지면서 기대감만 더욱 증폭된다.
든든하게 간식을 챙겨먹고,제2라운드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코박고 똥개호흡으로 열심히 치고 오른다.
앞서가는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지체되면 자일잡고 올라야할 위험구간임을 감지하고,
심호흡깊게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등로또한 너덜길이라 저 위에서 `돌굴러가요~~`하면 재빨리 몸을피해야한다.
급기야 산님중 한분이 돌덩이를 피하지못해 무릎을 다치는 불상사까지 발생한다.
현장목격에 후당당 가슴이 떨리고 내딛는 발걸음은 점점 신중해진다.
쌩고생끝에 희야봉과 왕관봉,그리고 울산바위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선다.
그동안 봐왔던 설악의 기암괴석과는 차원부터가 다른 야성적인 멋에 입이 떡 벌어진다.
상큼한 바람맞으며 30여분을 푹 쉬며 설악의 품안에서 그 은밀함을 흐뭇하게 만끽한다.
마치 학창시절 홀딱벗은 여인의 몸매가 나오는 야한 잡지를 보듯.. 몰래 은밀하게 낄낄거리며..
어느산님의 구수한 노랫자락이 산중을 흔들고,그 리듬따라 멀리보이는 빨간단풍이 너울너울 춤춘다.
기암속으로 들어가자,계곡을 오를때의 스릴감과는 또다른 스릴이 촉수를 자극시키고,
한걸음한걸음씩 조심스레 내딛는다.
네발로 오르내리면서도 걸음멈추고 사진찍느라 정신이없다.
이쯤되니 간땡이가 부어서 공포심도 사라져버린다.
낭떠러지를 두어발남겨두고 릿지를해도 재밌기만하고,험로가 나타날때마다 모험심만 생긴다.
이제 마지막계곡으로 들어서는 설악골로 내려간다.
길게 줄 늘어뜨리고 한사람씩 줄서서 내려간다.
굴러내려 떨어지는 돌덩이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고,막판 계곡에 닿는 과정이 쉽지가 않다.
무릎에 열불이나고,어깨근육이 딴딴하게 뭉쳐온다.등로또한 매끄러워 발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드디어 아름다운 계곡에 닿는다.
고운단풍을 머리에 이고,그 아래서 운치있게 식사를 한 후,비선대로 향한다.
이제부턴 울긋불긋한 단풍축제장으로 들어간다.
때묻지않은곳의 단풍이라 그 색감이 판타스틱하다.
마치 화려한치마두른 수줍은 새색시의 자태로 우리를 맞는다.
단풍축제장을 지나 비선대로 빠져나오며 8시간에 걸친 설악속 속살탐방은 아쉽게 끝이난다.
예상시간보다 2시간이나 단축해 소공원에 도착하고,간땡이부은김에 계곡물로 몰래들어가 탁족까지한다.
서울에 일찍 도착해,내일의 연인산행을 또 준비한다.
오늘의 설악산행은 참으로 짜릿하고 강렬했다.
은밀한곳,샅샅히 들춰보는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고,
속에 감취진 아름다운 비경에 반쯤 미쳐있었던 하루였다.
기회되면 또 가고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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