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강원태백)

산행일 : 2010년 12월 11일

산행지 : 태백산 1567m

산행코스: 유일사매표소-천제단-정상-단종비각-문수봉-당골광장

산행이야기:겨울이면 사람들로 발디딜틈없는곳,양볼따귀를 후려치는 바람이 정신사납게 만드는곳,멋드러진 주목이 생(生)과 사(死)를 말하며 고고하게 서있는곳,태백산..올초,오만사람 궁댕이만 쳐다보며 오르며 다신 안가겠다 맘먹었는데,또다시 발걸음하게된다.강원산간에 10센치도 넘게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나의 무거운 엉덩이를 자꾸만 들썩거리게 만든것이다.  

 

새벽5시에 만남의광장에서 일행들을만나,태백으로 쌩쌩 달린다.

태백까지는 예정된시간에 도착했는데,

거기서부터만항재로 오르는길은 도로가 살얼음이라 바짝 긴장이된다.

모범적인 드라이버인 큰S님이 어련히 잘하실까마는,

새가슴인 L선수님은 보조석에 앉아 자꾸만 `기어1단,1단`을 외치시고,

뒷좌석에 앉아있는 나까지 저절로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손잡이를 꽉 잡게 만든다.

화방재로의 내리막은 더 골치아프다.꼬불꼬불 아홉번이나 꼬인 양의 창자같은 길을 설설 기어내려간다.

 

유일사매표소에 도착하니,쏴~한 바람이코끝을 자극한다.

역시 명성대로 오늘도 어김없이 태백의 매서운 바람이 온몸을 뒤흔든다.

오늘은 태백의 바람과 맞짱좀 떠보리라 했건만,산행시작부터 양볼을 후려갈기는 세찬바람에

금새 꼬랑지 싹 내리고 돌돌싸매기 바쁘다.  

   

 

 

 

 오를수록 바람은 거세지고,기온은 차가워진다.

카메라꺼낼때마다 손끝이 시려죽겠고,입은 마비가 오는거 같다.

하늘은 파랗고,발밑의 눈은 햇살에 반짝거리고,주목은 유난히 고색창연해보이는데,

이놈의 얼어죽을 추위와 바람이 나의 감성을 방해한다.

 

 

 

 천제단이 가까워오자,내심 기대했던 상고대와 맞딱들인다.

일부는 녹고 일부는 기특하게도 남아있어 잠시나마 눈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바람에 몸이 휘청거리고,콧물은 미처 들이킬새도없이 두줄로 흐르지만,걸음멈춰 이리저리 둘러본다.  

 

 

 

 

 

태백산 1567m

 

 

 

 

 

초행길인 두분을 위해 단종비각까지 내려간다.

마침 바람을 피하기엔 안성마춤이라,간단하게 요기를하는데,채5분도 지나지않아 몸이 달달 떨린다.

아무래도 오늘은 과일이고뭐고 그대로 짊어지고 내려가야겠다.

먹고살겠다고 돗자리펴다가는 딱 얼어죽기 십상인 골때리는날씨다.

 

서둘러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 문수봉으로 향한다.  

 

 

 

 

문수봉 1517m

 

오늘따라 L선수님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다.

아이젠도 안하셨는데,그 미끄러운 눈길을 사뿐사뿐 툭툭치고 오르내리신다.

내 등산화의 무려 4배나되는 값을치르고 장만하신 M등산화,

자가용으로치면 완전 `벤츠`급이라 타이어가 좋긴좋은가보다. 

나같으면 그 돈으로 신발두켤레 장만하고,나머지돈으로 꽃등심먹으러 갈거같은데..

 

 

 

단군성전들렀다가 당골광장으로 내려와 P님이 추천하신 `태성실비식당`으로 간다.

P님의 음식추천에 한번 실패한적이있어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속는셈치고 찾아가봤더니,

겉은 허름해보이는데 실내로 들어서자,손님들로 꽉 차있다.

간이천막에 들어가 연탄불에 구워먹는 갈비살과 주물럭,그리고 물을 술삼아 홀짝홀짝..완전대박이다!!

얼어있던 몸이 확 풀리고,산행의 피로가 확 풀린다.

집으로 오는길,작은s님이 연포탕 사주신다며 태릉으로 오라시는데,

비싼한우를 배불리 먹은터라 거절했더니,다시는 연포탕의 `연`자(字)도 꺼내지말라시며 왕삐치신다.

 

스마트폰의 뛰어난 정보력으로 생각보다 이른시간에 서울에 도착하고, 

집에와서 빨래하고 청소까지 다했는데도 9시밖에 안되었다.

그제서야 배가 고프기 시작하고,

아까 작은 s님이 사주신다는 연포탕의 시원한국물에 이슬이생각이 살살난다.

이미 물건너갔으니,평해황씨 양반체면에 줏대없이 다시 전화할 수도 없는노릇..후회막급일세~~

결국 10시가 다되어 슈퍼디럭스피자한판 주문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