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12월 18일~19일
산행지 : 덕유산산행코스:영각사-남덕유산-삿갓봉-삿갓재대피소(1박)
삿갓재대피소-무룡산-동엽령-중봉-향적봉-백련사-구천동
산행이야기:딱 5개월전,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에 선뜻 응해 나섰던 그 길을 찾아 나선다.여름날의 폭우를 이겨내고 마주했던 원추리와 비비추가 보석같이 빛났던 우리들만의 `시크릿가든`..간간히 나타내보였던 파란하늘도,운치있게 떠다니던 안개도,드넓은 덕유의 평전도,참 아름다운 천상의 화원이었던 그 곳을,5개월이 지난지금 다시 찾는다.
출정 이틀을 남겨두고,새등산화와 털모자를 장만하고나니,더 설레기 시작한다.
혹시나싶어 도봉산에서 시운전해 본 결과,발에 꼭맞아 안심하고 출발한다.
무주가 가까워오자 저멀리 백설의 세계가 신기루처럼 우뚝 솟아있고,
쏟아지는 햇살에 그 신기루가 사라져버릴까 노심초사한다.
10시가 조금넘은시간에 영각사에 닿으니,봄날같은 따뜻한 햇살이 쏟아진다.
부실한(?) 남성동지들을 대신해 가장 무거운 삼겹살까지 배낭에 넣고 초반오르막을 오르자니,어깨가 뻐근하다.
배낭과 내몸이 착 달라붙어 하나가 될때까지 걷다쉬다를 반복하며 남덕유를 향해 열심히 오른다.
뚝 뚝 땀이 떨어지고,얼굴이 번질거리고 온몸이 달아오를때쯤,하늘을 올려다보니,
죽여주게 아름다운 설국이 눈앞에 떡 나타난다.
남덕유를 900m남겨둔지점,산등성이에 만들어진 하얀나라에 눈이 땡그래진다.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눈..너무 이뻐서,너무 눈부셔서 말문이 막힌다.
하얀눈세상속으로 파고들자,걷기가 한결 수월해지고 걸음은 점점 느려진다.
저멀리 궁댕이모양의 반야봉에 거망산,금원산까지 빤히 보이는 참으로 깨끗한 날씨다.
그동안 사진에서만 봐왔던 경사심한 철계단이 나타난다.
바위지대를 조심스레 내려와 전망대까지 뺑이치며 올라가는길,가슴이 후당당거리고 다리가 후달거린다.
물기머금은 바위엔 아주 쥐약이라는 `비브람창`이기 때문에 체면불구하고 설설 기면서 오르내린다.
이 지점에서 에너지소모를 너무많이 해서 그런지,배꼽시계가 정신없이 울려댄다.
푸근한 날씨로인해 겨울산행치곤 드물게 물도 엄청 먹히고,모자를 벗으면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난다.
계획했던 지점에서 점심을 먹기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남덕유산 1507m
남덕유의 S라인 능선이 사진에서 본것보다 훨씬 더 매끈한자태로 펼쳐져있다.
들어갈땐 들어가고 나올땐 과감하게 나온 아름답고 부드러운 곡선에 반해,꼴등으로 남아 남덕유의 진수를 맛본다.
수정처럼 빛나는 눈꽃이 조연으로 낮게 드리워지니,더욱더 굴곡이 살아난다.
양지바른곳에서 자리잡고 기다리던 점심을 먹는다.
중국 사천에서 배달된(?) 따끈따끈한 짜장면에,너구리 네마리를 게눈감추듯 싹싹 해치우고 난 후,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산상카페에서 미스터리가 준비해오신 카푸치노 한잔이 정말 꿀맛같다.
자,이제 배도 채웠으니,또다른 눈세계로 들어가 볼까나..
내리막으로 쭉 눈꽃길이 이어진다.
썰매타듯 내려가다가 브레이크만 확실히 잡아주면되니,눈길이 편안해진다.
주능선길과 맞닿은 지점에 이르자,여름날의 육구종주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비바람이 참 거칠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우의도 안걸치고 온몸으로 그 비를 올곧이 다 맞으며 거친 야생의 여인이되어 걷고 또 걸었었다.
온몸에서 짜릿함이 느껴지고,알 수 없는 희열로 다가오는순간,
우중산행의 진수를 맛보고.종주산행의 진수를 맛보며 뜨거운동지애를 느꼈었다.
그 후로,우중산행도 마다않고 오히려 즐기게 되었고,얼굴에 톡톡 떨어지는 그 흥분되는 느낌을 잊지못해
비가와도 거침없이 산으로 튈 수 있는 계기가 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오늘은 순하디순한 자연의 얼굴로 맞는다.
다행이다.감기몸살로 내내 힘든걸음하시는 짝님에겐 최상의 날이다.
삿갓봉
혼자 삿갓봉으로 오른다.
300m로 표기되어 있긴하나,내 기억으론 100m정도밖에 안되었던 기억이 난다.
딴지 걸기 좋아하시는 어느분이 인증이니 어쩌니하면 골치아프니,힘들어도 후딱 다녀오는편이 뒷탈없고 깔끔하다.
올라오길 백번천번 잘했다.
여명이 드리우기 시작하는 능선이 환상적이다.
섬이되어 둥둥 떠있는 반야봉이 궁댕이를 살랑거리고,
살짝부는 차가운 바람이 소맥한잔 마신것처럼 속을 시원하게 만든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다시 뛰어내려가니, L님이 올라오신다.
덕분에(?) 두번이나 삿갓봉을 접수한다.
붉은 노을에 물든 눈꽃을 보며 걷다보니,어느새 삿갓재대피소에 도착한다.
발빠른 P님이 먼저와서 자리잡고 저녁까지 지어놓으신 수고로,
손가락하나 꿈적이지않고 딸랑 수저만들고 진수성찬을 받는다.
마블링좋은 특등급삼겹살에 쭈꾸미와 오리주물럭,몸에 좋은 야채샐러드,
별의별 재료 다 들어간 럭셔리한 김치찌게..그리고 까먹고 안가져간 쌈장은 인심좋은 옆테이블에서 제공받고..
거한 음식과 마주했지만,술맛도 모르는 일행들 때문에 초스피드로 저녁식사를 마친다.
천천히 도란도란 사람사는이야기 나누며,술잔도 부딪치고,소등시간이 지나
렌턴불빛이 흐릿해질즈음엔 달달한커피타임을 가지며 밤시간을 보내리라는 꿈이 쪽나버리니,아쉽다.
7시도 안돼 식사를 마치고,담요위에 둘러앉아 잠깐의 수다타임을 갖고나니,그제서야 MT분위기가 조금 난다.
밤새 드릉거리며 기차화통 삶는 소리에 잠한숨 못잔다.
평소의 샤프하고 깔끔하고 반듯한 이미지가 하룻밤의 동거로 싹 바뀐다.
간간히 이까지 가는 사람도 있고,방귀소리도 나고,
완전 스테레오로 `드릉드릉 푸하푸하 뿌드득뿌드득 뿡뿡` 난리도 아니다.
얼른 날이 새기만을 기다리며 시계보는 횟수는 점점 잦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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