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종주 둘째날

  덕유산종주 둘째날

 

산행이야기:5시가 기상시간이었는데,알람이 따로없다.새벽부터 목청높혀 떠드는 아줌마들때문에 저절로 잠이 깬다.밖에 나가니,산중의 날씨답지않게 포근하다.혹시나 일출을 볼 수 있을까싶어 서둘러 출발하기로한다. 

 

우리의 전담 요리사인 P님이 준비하신 누룽지미역국을 먹고난후,6시쯤 무룡산으로 출발한다.

구름사이로 별빛이 한두개 반짝거리더니,날이 새기 시작하면서 점점 안개로 꽉 차버린다.

무룡산에서의 일출은 아쉽지만 접고,동엽령으로 향한다.

능선길치고는 높낮이가 심해 아침댓바람부터 땀꽤나 흘린다.

겉옷을 입었다벗었다를 반복하고,모자를 썼다벗었다를 죽끓듯 반복한다.

 

 

 

 

덕유의 부드러운 능선과 드넓은 평전이 이어진다.

하늘은 점점 파래지고,시야도 점점 넓어진다.

어제에이어 오늘도 복받은 날씨다.코끝 약간 시릴정도의 바람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고,

양볼에 정통으로 내뢰쬐는 햇살은 참을만한 딱 적당한정도다. 

  

 

 

자연앞에서 얼마나 감동적이면 눈물이 날거 같다는 표현을 할까?

슬프면 눈물나고,너무 웃겨서 눈물나고,어쩌다 하품하면 눈물나는데..

앞서가던 S님이 눈물날거 같다며 어서오라 불러세우고,뒤돌아 눈앞의 광경을 보라신다.

파란하늘,반짝이는 눈,그리고 그속에 들어있는 사람들..이쁘다..근데,아무리 쥐어짜도 눈물은 안난다..

 

 

주전부리 담당이셨던 L님이,가져오라는 족발이랑 치킨은 안내어놓고 찐빵 다섯개를 야심차게 꺼내신다.

불꽃튀는 가위바위보게임끝에 먹는 찐빵맛..끝내준다..

 

점점 1박2일의 여정을 마쳐야하는 지점이 가까워진다.

언제나처럼 아쉬운마음만 가득하고,배낭무게가 줄어들수록 끝없이 걷고싶은욕망이 불끈한다.

근데,돌아가는 판을보니,향적봉에서 곤돌라를 이용해 내려가자는 쪽으로 판세가 기운다.

일단은 `그러마`했지만,혼자라도 구천동으로 내려가리라 맘을 굳힌다.

 

 

 

 

 

 

여전히 중봉의 바람은 살을 에인다.

서있기도 힘들정도로 세차게 독한바람이 분다.

재빨리 통과해 주목군락단지로 들어서며 바람을 피한다.

 

 

 

 

 

 

 

 

 

 

향적봉 1514m

 

대피소 야외식당에 자리잡는다.물통들고 자청해서 샘터로 내려가는데,가도가도 보이질않는다.

세통이나 채워서 왔던길을 도로 기어올라오는 길은,진짜 힘들다.

 

향적봉에서 곤돌라팀과 구천동팀으로 나뉘어진다.

정상에서의 기쁨 못지않게,하산하면서 산행을 마무리하며 차분히 걷는시간또한 값진일이니,

주저없이 구천동으로 향한다.

`종주`라는 프로젝트를 세운이상,구천동까지 걸어야 깔끔하지 아니한가..

어젯밤 기차화통의 주인공인 L님이 미안하셨던지 선뜻 동행해주신다.

 

백련사

 

점점 물구경을 할 수 있는 백련사가 가까워오자,

머리가 가렵기 시작하고,온몸이 근질근질하고,입안도 꿉꿉하다.

아마도 자연속에서 머물렀던 이몸뚱아리가,

세상속으로 들어서자 귀신같이 알아채고 여기에 적응하기 위한 몸의 반응이리라.

 

전주식당에 모여 이른저녁을 먹고 귀경한다.

두시간만에 서울에 도착하니,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눈내린 덕유산이 또 그립다.

남기고 온 삼겹살은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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