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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촉대봉(경기가평/강원춘천)

산행일 : 2011년 11월 24일

산행지 : 촉대봉 1167m

산행코스 : 홍적고개-촉대봉-응봉-실운현-화악터널

산행이야기:징크스다.경기북부쪽 산만 갈라치면 `한파주의보`가 내린다.오늘역시 예외없이 한파주의보가 내리고,을씨년한 날씨에 몸을 잔뜩 움추리고 집을나선다.

 

경기도 가평군과 춘천시 사북면의 경계,홍적고개에 도착한다.

재작년 몽덕산에서 계관산까지 쭉 이어 걸을때 왔었는데,

오늘은 맞은편에 있는 촉대봉에서 화악산까지 쭉 이을 계획으로 일찍 나섰다.

`몽가북계삼,몽가북계삼`...촉대봉으로 향하면서 건너편을 바라보며 주문처럼 되뇌인다.

올핸 꼭 삼악산까지 이어서 걸어보리라...

 

눈이 왔다.

얇게 쌓인 눈에 낙엽소리가 더해져 `버석버석`하는 소리가 난다.

혹시라도 들짐승이 있더라도 두사람의 발자국소리에 놀라 다 도망갈 정도로 요란하다.

 

 

 

 

2시간이면 오를 줄 알았던 촉대봉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를수록 눈길은 점점 심각해지고,바람도 장난아니게 불어댄다.

처음엔 발목아래까지만 쌓였던 눈은 이젠 발목위로 올라와 자꾸만 등산화속으로 눈이 들어간다.

몇걸음 못 가 눈털어내고,또 몇걸음 못 가 눈털어내고...

 등로도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바람에 눈이 등로로 몰리면서 무릎까지 푹푹 빠지니,맥놓고 걷다보면 어느순간 삼천포로 빠진다.

간간히 걸려있는 리본을 찾아가며 눈길을 헤집는다.

 

혹시나 싶어 아이젠은 챙겼는데,스패치까지 필요할 줄이야....

잎 다 떨어진 낙엽길을 구수한 낙엽냄새 맡으며 오랫동안 걸어봐야지 했더니만..

이건 뭐 완전 심설산행이 되어버렸다. 

 

화악산 중봉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산정상은 눈꽃세상이다.닻꽃이랑 금강초롱본다고 갔던게 엊그제같은데...

세월이 정말 유수와 같구나...

 

눈쌓인 바위지대와 맞닥뜨렸다.

우회길도 안보인다.

큰일이다.갈길을 내려다보니 벌벌 떨린다.

먼저 내려가신 언니가 식겁한 표정으로 저아래서 눈을털고 계신다.

이제,내차례..

한발 내딛는다.마땅한 홀더도없고 아이젠을 했는데도 너무 미끄러워서 손발이 후달거린다.

1단계..언니가 일러주시는대로 두 갈래의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잘 통과한다.

그리고,2단계..나뭇가지에서 손을떼고 몸을날려 바위위에 착지만하면 되는데,마땅한 홀더가 안보인다.

간신히 바위모서리를 잡고 아슬아슬하게 매달렸는데,무서워서 도저히 착지를 못하겠다.

 벌벌떨며 `살려달라``엄마야`하며 공포의 이 짧은순간에 별의별 말들이 다 튀어나온다.  

그리고는 곧..젖어있던 장갑이 미끄러지면서 홀더를 놓치고 만다...`으아아악~~~`

 

살았다..제대로 떨어졌다...

눈물이 난다..추워서 콧물까지 흐르면서 훌쩍훌쩍..상황이 너무 기막혀서 웃음도 나오고..

울다가 웃다가하다가 엉덩이에 뿔났나 만져보기도하고..

 

 

 

 

촉대봉 1167m

 

촉대봉이 드디어 나타났다.

화악산의 골들은 더 자세히 들여다보인다.

과연 저 꼭대기까지 갈 수 있을까?

 

 

 

 

11시쯤 실운현에 도착해 점심먹고 북봉으로 올라가야겠다는 계획은 진작 물건너 갔다.

실운현은커녕 아직 응봉도 도착안했는데,벌써 1시가 가까워온다.

응봉을 저만치 앞에두고 점심을 챙겨먹고,또 눈길을 헤집는다.

징글징글한 눈에 가파른 오르막에..숨넘어가기 일보직전에 응봉정상에서 이어지는 임도에 닿고,

꼬불꼬불한 임도를 칼바람맞으며 내려간다.

  

 

 

 

 

 

실운현..3시다..

중봉거쳐 조무락골까지 가는건 무리다.

그러면서도 아쉬워서 자꾸 올려다보고,또 올려다본다..

눈꽃들이 노을빛에 물들면 환상적인 분홍빛으로 보인다던데...

중봉에서 바라보는 저녁빛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날밝을때 어떻게든 방림고개까지만 가면 될텐데...

 

발길을 돌린다.

사창리방향 도로를 내려다보니,지나다니는 차한대도 안보인다.

화악터널앞으로 택시를 부른다한들 올리가 만무하다. 도로가 워낙 얼어있어서..

반대편 화악리로 방향을 잡는다.운좋으면 가평으로 나가는 마지막버스를 탈 수 있으리라..

   

막상 하산을 결정하니,마음이 편해지고 그제서야 얼어있던 입을 좀 움직여본다.

목도 좀 축일겸해서 임도옆에 앉아 다 터져버린 대봉시를 먹으며

오늘겪은 상황이 하도 기가 똥차서 실실거리는데,

중봉정상기지에서 내려오는 군용차를 만난다.

`옳다구나`하며 언니를 앞세워 파릇파릇한 젊은 아그들한테 화악터널까지만 태워달라 애원해보지만

거절당하고...

짐칸이라도 타겠다고 거듭 말했는데도 기어이 거절당한다..

결국은 임도를 다 내려와 가평쪽을 향해 도로를 걸어야 할 처지에 놓였는데..

히치도 안했는데,알아서 차한대가 우리앞에 떡하니 선다.

사창리로 가려다가 도로상황이 안좋아 빽하는 중이란다.

버글버글한 남자네명이 꽉 찼길래 그냥 가시라고 여러번 말씀드렸건만,뒷자리 짐까지 정리하며 타라고~타라고~

설마 오징어배에 팔아먹거나 마늘까는 작업장에 팔아먹지는 않겠지 싶어 몸을 바짝 꾸기고 들어가 앉는다.

 

가평역까지 무사히 이동한다.

 

눈산행한번 기막히게 한 날..

하마터면 세상구경 못할 뻔 했던 날..

근데 희한하기도하지..

눈물을 머금고 접어야했던 나머지구간이 자꾸 마음에 걸리적거린다...

언젠가 설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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