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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삼관우청광

산행일 : 2011년 11월 26일~27일

산행지 : 삼관우청광(강남7산종주)

산행코스 : 관악역-삼성산-관악산-우면산-청계산-바라산-백운산-광교산-반딧불이화장실

산행이야기:미친산행의 두번째프로젝트는 산고파님의 댓글한줄에서 시작되었다.분명 쓰윽 그냥한번 던진 밑밥이었을텐데,매사에 진지한 솔맨님이 먼저 덥석 물어버리고,맹한 나는 무조건 콜~하며 낚이고만다.그리고,그날이 왔다. 

 

삼성산 477m

 

밤 9시..관악역에서 긴 종주길을 시작한다.

적당한바람에 기온도 적당하니 걷기는 참 좋다.화려한 서울의 밤을 내려다보며 걷기를 1시간여..

가볍게 삼성산을 접수한다.

 

두번째 가야할 관악산은 바위산이라 걱정이 앞선다.

한발한발 조심스레 내디디며 한참을 내려갔는데,이 길이 아니란다.능선을 잘못 내려왔다.

다시 기어올라가 제대로 된 등로를 찾고 칼바위를 지난다.

눈에뵈는게없어서 그런가,작은불빛에 의지해 위험한 바윗길을 걷는데도 걱정한만큼 무섭지는 않은데,

날쌘돌이 두 분을 따라가느라 애먹는다.

두 분의 렌턴빛을 여러번 놓치고 뒤처져 걷는데도,어쩜 두 분은 뒤도 안돌아보시는지..

산고파님은 바위치라더니만 뻥이었네,뭐..

믿었던 솔맨님마저 나를 버리고 야멸차게도 멀리멀리 달아나시고..

힘을 낸다..아자아자!!

 

무너미고개에서 학바위능선을 타고 도착한 관악산정상..이제 한고비 넘겼다.

큰 근심이었던 관악산바윗길을 무사히 지나고,

산고파님이 준비하신 따끈한 수프와 `느린마을`막걸리를 마시며 한숨 돌린다.

 

계획한대로 딱 3시에 사당역에 도착한다.

번화한 서울의 밤거리를 통과하며 마땅한 음식점을 찾아보는데,순간 눈과 코를 자극시키는 `핫썬치킨`..

시원한 생맥주한잔에 노릇노릇한 후라이드한마리가 확 땡기는데..꾹 참는다..밥집으로 들어간다..

육계장에 딱한잔 곁들인 카스한잔은 앞으로는 절대로 못느낄 환상의 맛이다..

 

 

우면산으로 접어든다.

이번 산행중 가장 우습게 본 우면산..

넉넉잡고 1시간반이면 해치울(?) 수 있으니,방금먹은 밥이 소화될 즈음엔 하산하리라~

 

우면산 소망탑

 

벌받았나보다.낮은산도 산이거늘..우습게봤다가 큰 코 다쳤다.

우면산이 복병일줄이야..

군데군데 나타나는 약수터만 쭉 따라가면 될것을 셋다 무슨놈의 기운들이 남아도는지,

그저 꼭대기를 향해 오르고 또 오르다가 하산길로 접어들었는데 엉뚱한 곳이다.

지도를 살피고 스마트폰까지 동원해보지만,길은 종잡을 수 없고..

군부대주변을 왔다갔다하다가,간신히 방향을 잡는다.

진이 다 빠져 소망탑으로 오르는 계단이 징글징글하다.

소망탑앞에 서니,말도 안나오고 벤치에 두다리 쭉펴고 눕고만싶다.

 

하산길은 다행히 잘 찾아 내려간다.

이제 날이 새는지,새벽운동에 나선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우면산 날머리 태봉주유소가 보인다.

알바없이 잘 내려왔다는 안도감에 주유소에서 풍기는 휘발유향이 얼마나 향기로운지...

 

청계산 옥녀봉에서

 

날이 밝았다.

비가 내린다.

청계산 들머리 트럭터미널은 도대체 어디에...

딱딱한 콘크리트바닥을 30분넘게 비맞으며 헤매고 있다.

아무생각없이 우뚝 솟아있는 산봉우리만 보며 그 방향으로만 걸었는데,여기가 아니다..

걸어온길을 다시 돌아가는길..발바닥이 아프다.기운이 쫙 빠진다..

 

7시가 15분이 되어서야 청계산 날머리앞에 선다.

또 걷는다.

이 고행길을 왜 시작했을까?

가야할길이 끔찍스러워진다.

 

산고파님이 갑자기 우리둘을 제끼더니,마구마구 치고 올라가신다.저 힘이 어디서 갑자기 나온걸까?

한살이라도 젊으니,팔팔해서 좋긴하구만...

한참후에..저만치서 벤치에 앉아 헥헥대며 올라오는 우릴 기다리며 쳐다보는데,얼마나 얄미운지..

그리 오래 기다린거 같지도 않은데,마치 오래 기다린양 추운척 우의까지 입고말야...

 

 

매바위를 앞에두고,우리들의 지원군 피터팬님과 소울님을 만난다.

얼마나 든든한지,거의 힘이 바닥이었었는데,

피터팬님의 곱슬머리와 소울님의 해맑은 웃음을보니,금새 충전이 된다.

만나자마자 뭐라도 먹이려고 이것저것 내놓으시며 체력보충을 해주신다.

더군다나 피터팬님은 우리랑 비슷한 컨디션으로 시작하기 위해 어젯밤에 일부러 잠을 3시간밖에 안주무셨단다..믿어도될까?? ㅎ

 

이제,다섯명이 함께 움직인다.

 

 

매봉 582.5m

 

완벽한 `삼관우청광`을 만들어 주시려는 피터팬님의 눈물나는 배려(?)로,

 이수봉으로 곧장 가려는데 우릴 불러세우시더니 망경대로 이끄신다.

힘든데 눈한번 감아주시지..ㅎ

예전엔 쉽게 내려온 길이 오늘은 왜이리 미끄럽고 무서운지..

정작 바위치인 산고파님은 수월하게 내려가시는데,중간에 매달려 벌벌댄다. 

 

 

이수봉 545m

 

 

하오고개

 

우리들의 밥차가 있는 하오고개가 점점 가까워온다.점점 속도를 낸다.

새로단장한 하오고개다리가 앞에 나타나고,

저아래서 우리들의 밥차아줌마,천사님이 노랑날개를 파닥거리시며 손짓하신다.

 

만찬..감사의 밥상을 받는다.

미리 답사까지 오셔서 물색하신 야외식당은 멋졌다.

라면사리넣은 부대찌개에 따끈한 보쌈에 막걸리에 커피까지..풀코스로 대접받는다.황송하다.

눈물나게 감사한 밥상을 받고나서,뒷처리를 해드리지도 못한채,또 다시 길을 나서며 뒤를 돌아보니,

천사님이 먼산을 쳐다보며 담배를 물고계신다.

`내가 미쳤지..`하고 계실까? ㅎㅎ

 

마지막 하나만을 남겨두었다.

배가 만땅인 상태에서 바라산을 오르려니 다들 기막혀 쳐다보고 있는데,

산고파님이 또 무지막지하게 치고 오르신다.

지난번 불수사도북이후로 `와신상담`하셨다더니만..

쓸개를 못구해 쓸개대신 청양고추로 갈고 닦으셨다고요? ...오늘,그 빛을 제대로 보십니다요..

 

 

바라산

 

산고파님은 저멀리 내빼버리고,솔맨님과 둘이 발맞춰 걷기를 한시간 반..바라산에 도착한다.

지금까지 걸었던 구간중에 가장 힘들게 왔다.

오죽했으면,순하디순하신 솔맨님도 성내며 궁시렁궁시렁..

이렇게 힘든산행 몇번만 더했다가는 착한 솔맨님성질 다 버리겠네..

 

 

백운산

 

계단,또 계단..또 또 또 계단..계단의 연속이다.

무슨놈의 계단이 이렇게나 많은지,다리힘이 쫙빠져 비실거리며 오르며 또 오르고..

걷는게 너무너무 지루해진다.

힘내자..마지막 하나 `광교산`으로 고고~~

 

노루목대피소

 

밥차 천사님이 설거지 마치시고 어느새 노루목에 올라와 기다리고 계신다.그리고 먼길 내달려오신 아리님까지..

우리를 손잡아 어서오라 반기시고,따끈한 대추차와 먹거리를 내놓으신다.눈물나게 또 감동..

그동안 제대로 살지도 않은거같은데,이런 호사를 누리다니...앞으로라도 착하게 살아야지... 

피터팬님과 소울님은 임무를 완수하시고 우리를 두분께 넘기시고는 노루목으로 내려가신다.

 

광교산 582.2m

 

왔다...드디어....

여러분~~제가 해냈습니다요~~~

글쎄 이 짜리몽땅한 다리로 산 일곱개를 다 넘어왔다니까요...인증샷 확실히 쾅쾅!!

 

6킬로 가까이되는 긴 하산길..

날은 어둑어둑해지고,마지막힘을 다 쏟아 반딧불이화장실까지 내달린다.

스틱을 들 힘도 없을정도로 몸뚱아리가 완전 지쳐갈즈음..드디어 날머리에 도착한다..

일곱명이 한데모여 하루를 마무리한다..

 

50킬로..20시간 30분..내가 도대체 어떻게 걸어왔을까??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꼭두새벽부터 나와 중간지원해주신 피터팬님 소울님..고맙습니다.

밥차와 산행지원해주신 이선수님과 아리님..고맙습니다.

멀리서 실시간으로 응원문자 넣어주신 풍경소리님..고맙습니다.

그리고..

스무시간넘게 함께하신 산동무,솔맨님과 산고파님..디지게 힘들었습니다.

우리 왠만하면 이런 산길에서 만나지 맙시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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