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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희양산~구왕봉(충북괴산/경북문경)

산행일 : 2012년 6월 27일

산행지 : 희양산(998m)~구왕봉(879m)

산행코스 : 은티마을-성터-희양산-지름티재-구왕봉-츨입통제구역-봉암계곡-은티재-은티마을

산행이야기:지난주 태화산 다녀오면서 계획했던 희양산..오늘은 넷이 뭉쳤다.

 

농로따라 은티마을을 지나 희양산과 구왕봉이 갈라지는 지점에서,희양산으로 방향을 잡는다.

구왕봉까지 한바퀴하는걸로 계획했지만,시간이되면 마분봉과 악휘봉까지 가볼 요량으로..

거기 아름다운 마법의 성이 있다던데..

오늘의 복병이신 강선수님만 궁시렁거리지 않고 잘만 따라와 주시면 시간이 될거같기도하고...

일단은 돈드는거 아니니 계획만은 거창하게 세우고 희양산을 올라간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분다.안개가 차오르며 조망은 시원찮지만,산등성을 오르내리는 안개의 흐름이 멋있다.

봉암사 사유지로 기도도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출입을 금한다는 목책앞에서,

진짜로 넘으면 안되는줄 알고 순진한마음에 우회길이 있는가싶어

무심코 직벽을 내려왔다가 다시 낑낑거리며 기올라간다.기운이 뻗쳐서리..ㅎ

 

금기의 문,목책을 넘어가고 얼마안가 거대한 화강암 암벽길이 나타난다.

이리저리 휘둘러봐도 멋드러진 풍경에 발길이 머물고..

때맞춰 펼쳐지는 안개의 움직임에 신나한다.  

 

 

 

 

 

암벽지대를 지나며 바위 틈바구니에서 자라고 있는 명품 소나무에

간간히 안개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봉암사,

그리고 바위를 오르내리며 선경을 즐긴다.

 

 

 

희양산 998m

 

100대명산 중 83번째 접수...

누군가의 재치로 돌무더기틈에 잘도 세워놨다.

자칫하면 우르르 무너질거 같기도하다. 

 

 

다시 뒤돌아오며 안개낀 테라스(?)에 앉아 운치있게 점심을 먹고나서,

이미 악휘봉은 물건너갔으니 구왕봉까지 다녀와도 시간이 널널하겠다싶어 신선놀음이나 하고 가자했는데,

얼마나 추운지...더이상 앉아있다가는 감기걸릴거같다.

어여 일어나 구왕봉으로 갑세요~~

   

 

채석장과 우리가 처음 올랐던 이름도 참 예쁜 은티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밧줄구간을 지나 올라와보니,희양산은 구름고깔을 쓰고있고,전망좋은곳이 나타날때마다 쉬었다간다.

이쪽 구간을 걷는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머물렀을 생과 사의 소나무앞에서 폼도 잡아보고,

지난번에 다녀간 두 분이 구왕산을 패스하고 지름티재에서 곧바로 하산하신걸 겨냥해,

우리실력이나 되니 여기까지오지 아무나 못오는 곳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하고..  

 

 

 

 

구왕봉 879m

 

무슨귀신에 씌였을까??

길이 선명한 우측의 백두대간길을 버리고 엉뚱한곳으로 직진..

거미줄이 많고 나뭇가지들이 우거져있길래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코스가 아닌가보다하면서 사면을 둘러 내려간다.

 

 (꼬리진달래)

길이 점점 희미해지다가도 어느순간 선답자의 발자국이 보이고,

그 흔한 리본 하나 보이지는 않고,

이리저리 헤매다 또 길을 이어가기를 수십번..

얼마만큼 내려가다보니,이젠 빠꾸하는것도 힘들어진다.

다시 돌아갈 길조차 아리송송해지고,그저 방향만 잡아 산길을 헤치고 검불이 쌓인길을 헤친다.

사람의 발길인지 동물의 발자국인지 헷갈리지만,그 길따라 가다가 어느순간 끊기면 또 어찌어찌 족적을 이어가고..

 

숯댕이눈썹님이 그러셨다.

산행대장님의 말이라면 불구덩이라도 따라 들어가야한다고..

이 상황에서 믿을사람은 딱 한분..

언니가 앞장서 길찾으면 우르르 따라가고,

잠깐 기다렸다가 내려오라하면 또 따라가고..

  

천신만고끝에 드디어 계곡길과 만났다.

여기가 어딜까? 동서남북 어디쯤에 있는걸까?

일단은 목탁소리가 들리는걸보니 인적이 있다는뜻이니 한시름 놓고..

물의 흐름을 보면 목탁소리따라 내려가야할거같은데,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면 북쪽으로 계곡을 거슬러 올라야하고..

머리를 굴려본끝에 일단은 북쪽으로 조금만 더 진행해보기로한다. 

 

가도가도 끝이없는 계곡길..

어느정도 계곡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어야하는데,영 안나타난다.

 

잠시..숨고르기..

더 진행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선다...

이쯤되니 누구하나 덤태기쓸까 두려워 선뜻 의견내놓기를 저어하는데,

우리의 강선수님이 씩씩하게 나선다.

산세의 기와 흐름을보니,북쪽으로 올라가는게 확실하다고...

나침반에 나타난 방향을 보면 영 생뚱맞은 말씀은 아니고..

그래도 내심 경북이든 충북이든간에 어디로든 이제그만 내려가고싶은데,

정색하시며 워낙 강한주장을 펴시는지라 뭐라 거역하기도 뭣하다.

그때그때 다르신 분이라 반신반의하지만,샷님께 두달간 충성할것을 맹세할 정도로 세게 밀어붙이시니 따르기로하고, 

딱 6시까지만 올라가보기로한다.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정말 아름다운 계곡길..

자연그대로의 깊고깊은 숲길이다.

하루이틀 다져진길이 아니고 여러날동안 다져진 길이라 길만따라 오르고, 

6시가 가까워올무렵..세상에..눈앞에 집한채가 나타났다.

개망초사이로 난 길따라 조심스레 다가가니,스님이 나오시고..

마음이 급해 은티마을로 가는 길먼저 여쭈니,우선 앉으시라고..

뭐라도 대접해야하는데 드릴것이 없다며 미안해하신다. 

 

아,이제 살았다.

 

알고보니,일반인출입금지구역으로 들어와 산길을 헤맸고,

가야할곳은 충청북도 괴산인데,귀신에 씌여 경상북도 문경으로 들어와 이리저리 휘젓고 돌아다녔다는것.. 

우리들의 어이없는 알바는 구왕봉부터 시작된거였다.

종종 우리같은 알바생들이 스님을 찾아오는가보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아니 부처님이 보우하사 스님을 보내셨나보다.

은티재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스님이 안내해주시겠단다.

가는길에 겨우내 쓸 땔감을 준비하신다며 지게를 짊어지시고... 

불쌍한 중생들 네명이 스님뒤를 졸졸졸 따라간다. 

도대체 우리들중 누구의 덕으로 이렇게 귀하신 분과 인연이 되었을까?

 

 

 

용추토굴 스님을 못만났음 절대로 못찾을 샛길로 올라오니,

스님말씀대로 목책이 나오고 드디어 백두대간길인 은티재에 닿는다.

구왕봉에서 쭉 뚫린 고속도로 놔두고 돌고돌아 산넘고 물건너 도착한곳..

목책을 넘으면 이제 경상도에서 충청도로 넘어선다.  

 

목책을 넘기전 기념사진한장 찍고.. 

 

 

산행시작 10시간만에 은티마을도착..

늦은오후의 햇살이 희양산에 스며들고 아직까지 정상엔 구름이 걸쳐있다.

 

파란만장했던 희양산행..

산에서 또 하나의 소중한 교훈을 얻고,또 하나의 잊지못할 추억꺼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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