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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선자령 비박

 

산행일 : 2014년 6월 19일~20일

산행지 : 선자령

산행코스 : 대관령휴게소-양떼목장-정상-(비박)-국사성황사-대관령휴게소

산행이야기:오랜만에 구멍언니와 함께 초원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을 그리며 선자령으로~~ 

 

역시나 살아숨쉬는 숲이 좋다.

숲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녹음으로 우거진 숲,그리고 길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소리..언제나처럼 자연의 품안은 최고의 힐링처다. 

힐링이 필요했던 언니와 돌아가며 `좋다,좋다`를 반복한다.

말없는 솔맨형은 두 아줌마가 잘오는지 살펴가며 저만치 떨어져 걸으시고.. 

 

반사적으로 시선이 가는곳..바로 금꿩의다리가 피어있는 곳이다.

그리고 보랏빛에 시선이 멈춘다.

7월에야 피었던 꽃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렸다. 

곧 제비동자꽃과 애기앉은부채도 피겠구나... 

 

 

 

이게~~뭡니까?

누군가의 사소한 행동하나가 이렇게나 많은 쓰레기더미를 만들었다.

`깨진유리창의 법칙`이란 말이 떠오른다.. 

 

구실바위취

 

 

잠깐만요..5분만 쉬어가실께요..

배낭이 왜이리 무거운가 했더니만,원인은 물통이었다.

몽몽님한테 딱 2리터만 채우라 했는데,그 두배이상은 들어있는거같다.

남편 밥도 안해주고 가출하는 마누라,어디 고생좀 해보라는 심보로 그득 넣은게 분명해.. 

 

 

 

드디어 드넓은 초원에 왔다..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이 마치 자그마한 벌레들이 꼬물거리는거 같다하니,왜 하필 벌레냐 그런다..

바람의 소리와 풀들의 노래소리를 들으며 비박지로 염두해뒀던 정상으로 향한다.   

 

 

 

 

예상은 했지만,정상에서의 바람이 장난아니다.

타프를 이용해 바람을 막아보려 하지만,팔랑거려서 도저히 막을 방도가 없다.

바람없는 숲으로 들어가 물색해보지만,바닥이 고르지 않아 이또한 여의치않고..

좀 괜찮다 싶은 곳은 지뢰밭(?)이고..

그래 여기다~!하고 자리잡은 곳은 하필이면 바로 옆에 멧돼지들이 파헤친 흔적이 살벌하게 있고..

 

우리는 폼생폼사..

기어이 초원위에 집을 짓기로 했다..

기왕지사 선자령에 왔으면 바람맛을 봐야한다고 큰소리치며...

 

솔맨형이 야심차게 준비하신 모기장까지 설치하고 나니,초원위의 집 네채가 제법 폼난다.

노랫말처럼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지었다.

안개가 몰려오기 시작하고,저녁해는 언제 지는지도 모르게 넘어가버리며 금세 어둑어둑해진다.

 

완벽한 우리들의 쉘터..

모기와 추위로부터 해방된곳..

단돈 2만 5천원 되시겠습니다.

 

 

 

칙칙소리가 끝나자 밥이 완성되고...

이번에도 언니가 방학동까지 가서 사오신 기똥찬 고기가 등장한다.

감사히 먹고 또 먹고..웃고 또 웃고..

가볍게 소맥으로 시작하다가 막판엔 도수높은 `화요`로 입가심... 

 

고맙게도 바람소리 들을 수 없는 조용한 선자령의 밤이다.  

 

 

모기장 밖으로 온갖 날파리들과 나방들이 모여들고..

밤은 깊어가고...연료가 떨어져 가스등이 꺼지고,

술과 고기를 깡그리 바닥내고서야 잠자리에 든다. 

 

비박산행을 시작하면서 언젠가부터 이런 그림을 그렸다.

`텐트위로 투두둑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잠이 깬다.

그리고..텐트밖 풍경을 보며 따뜻한 커피한잔을 마신다.아,기분좋게 와인 한잔도 괜찮겠다.

빗소리는 음악이 되고,낭만적인 분위기는 점점 운치있어진다. `... 

 

텐트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이 깼다.문을 여니 온통 안개로 가득차있다.

드디어 꿈이 현실이 되었건만..

순간..머릿속엔 이 비박장비들을 어떻게 정리하지?? 하며 한숨만 나오고..

따뜻한 커피대신 그저 물만 벌컥벌컥 들이킨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우중캠핑의 낭만?? 개뿔... 

우중캠핑이 낭만캠핑의 종착지네 뭐네 했던 말은 지금부터 취소...  

 

9시가 넘어서도 비는 그치질 않고..어젯밤까지만해도 초원위의 그림같았던 집은 그지같은 집이 되어버렸다.. 

오늘밤 지리로 들어가시는 솔맨형 때문에 더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어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소리없이 내리는 비를 맞아가며..

물이 줄줄 흐르는 텐트를 털고 짜고 꾸겨넣으니 배낭은 무겁고 마음도 무겁다.

 

대관령휴게소에 도착하니 마침 택시한대가 들어오고.. 타고보니 어제 우리가 타고왔던 바로 그 택시다.

기사님이 안내해준 음식점에 들어가 젖은 몸을 말리고..젖은 몸이 마르면서 온몸엔 한기가 돈다.

이 여름날,다운쟈켓까지 꺼내들고 동서울행 버스에 오른다.

말도 잘듣지..할 일 많으니 일찍좀 퇴근해 주십사 했더니 나보다 한발 먼저와 기다리고 있는 몽몽님..

배낭 통째로 덜렁 맡겨놓고는 욕실로 직행하는 철면피 마누라.. 

 

하룻만에 뽀송뽀송하게 마른 텐트..그동안의 묵은때까지 벗겨지며 완전 새집이 되었다.

새집들고 또다시 떠나고 싶은 이 변덕스런 마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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